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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두 아들 본문
두 아들
우리 집안은 아버지대 로부터 형제간의 터울이 좀 있다. 아주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집안도 물론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고모님과 아버님과 10년이 넘고, 나와 여동생과는 7 년 터울이며 남동생과는 11년 터울이다. 그런 내게 6살 터울의 두 아들이 있다. 큰애는 26살 작은 애는 20살이다. 여늬 집안과 마찬가지로 다 큰 사내 녀석들이라서 집안은 늘 와랑와랑 거린다 그 속에서 작은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요즈음 작은 아들은 경인고속도로 도화 나들목 입구에 있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불평 하나 없이 꾸준하게 다니고 있는 본새가 단단히 작정을 한 듯하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늘 게임과 판타지 소설 읽는 것으로 날 밤새우기 일쑤요, 오후에나 간신히 일어나 전 날과 같은 행태를 지속하던 버릇이 일상 다반사였던 녀석이기에 참으로 대견하다.
첫 월급을 받아 제 어미에게 덥석 내밀며, 맛있는 것 좀 해 달라며 당당히 요구하거나 용돈 쓸 일이 별로 없다며 고등학교 때보다도 적게 달라는 모양이, 힘든 노동의 가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그것만으로도 녀석은 인생살이의 하나를 터득한 듯하여 부모 된 입장으로서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다. 고등학교와는 다른 대학 생활에 적응해가는 작은 아들은 , 일천한 아르바이트 생활로 사회생활을 알기에는 많이 부족 하나 이제 막 날갯짓을 하기 시작한 새내기인지라 근로와 학문을 겸함에 있어 그다지 걱정을 하지는 않고 있다.
큰 애는 복학을 하면서 부모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녀석이 하던 고등 룸펜 짓을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일견 비견되는 바이다. 당초 자신의 알량한 자동차 정비 기술을 믿고 학교 근처의 정비소에 취직하여 제 손으로 학비를 벌겠다던 요량이었으나 세상살이가 자기 뜻 한 바대로 이루어진다 하면 걱정 근심 없는 이가 어디 있을까!! 진즉 이럴 줄 알고 당초에 알아듣게끔 충고를 해 주었지만, 젊은 혈기와 패기를 앞세우는 논리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함을 믿고 그냥 놓아둔 것이 잘못인 듯하다.
그러나 늦으나마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는지, 이곳저곳의 일자리를 수소문하는 듯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알고, 혼자 속앓이를 하며 잠도 잘못자며, 담배만 늘어 가는듯하여, 보기에 안쓰럽다. 게다가 오르는 기름값에 통학하는 차량 유지비도 제법 들어가는지라 동생에게 담배값을 애걸하는 구차한 모습을 보이니 형으로서의 위세가 말이 아니다,
아직 아비에게 손을 안 벌리고 있는 것은 그래도 버틸 구석이 있는 듯해 그냥저냥 지켜보고 있다. 그래도 간 혹 큰 애의 궁상떠는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안되었지만, 저리 어려움을 겪다 보면 스스로 무언가를 탈피하고자 하는 지혜를 발휘할테니
그냥 놔두고 하는 행동거지를 지켜봐야겠다. 군대까지 다녀오고 일 년 여의 사회생활도 해 본 큰 녀석은, 나름대로의 사회생활에 대한 처신도 잘하는 것 같고 , 성격도 명랑하며 붙임성이 있어, 차츰 무엇인가를 이루기는 할 녀석으로 점지해 둔 터라 아예 방목하는 기분으로 대하고 있다.
그래도 어쩌다 큰 아들에게 한 마디 할라치면 아내가 작은 녀석만 편애한다고 나를 나무라며 투정 부리기는 하나, 큰 녀석은 아비의 의중을 알고 있는지 별로 개의치 않는 의연함으로 일관하매 한 마디 하던 내가 오히려 속마음을 들킨 듯하여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이런 두 아들의 요즈음의 생활상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남우세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매우 우애가 깊음을 볼 수 있어 작은 행복을 느끼게 한다. 형의 어려운 형편을 감안한 동생의 장난스러움을 빙자한 은근한 도움과 , 동생의 힘든 생활을 아는 형으로서의 의젓한 배려있는 행동거지들이 종종 눈에 띄며 아비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 준다.
그러나 몸집은 형과 동생이 뒤 바뀐 것처럼 작은 아이가 큰 애보다 월등하니 커서 짓궂은 두 녀석이 몸으로 부딪치는 장난을 하노라면 늘 체구 작은 형이 당하는 꼴을 보자니 부모로서 속상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집안 형편을 배려한 두 녀석은 함께 같은 대학의 야간학부를 다니고 있다. 인천에서 학교가 있는 시흥까지 함께 다닐 요량으로 , 큰 애는 주간에서 야간으로 옮기고, 작은 애도 일부러 야간을 선택하여 서로 알콩달콩 사이좋게 다니고 있다. 차비까지 생각한 두 아이의 선택이지만 그 또한 내 맘에 드리운 안쓰러움의 하나이다.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하여 물었을 때 "임금은 임금 노릇을 하고, 신하는 신하 노릇을 하고, 아비는 아비 노릇을 하고, 자식은 자식 노릇을 하면 된다. (君君 ⾂⾂ 夫夫 ⼦⼦)" 는 말을 했다. 사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 뜻으로 , 내 인생의 성패 여부를 떠나, 아이들 에게만큼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주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뒷바라지를 해야만 하는 게 부모 된 도리인데, 아비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스스로 자기 평가를 해 보아도 저 아이들 아비로서는 낙제점을 줘야 할 것이다.
아런 아비를 아비라 생각하며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 하는 녀석들이 무엇보다 대견스러울 뿐이다. 나는 점점 나이 들어가며 추억을 그리며 살아가겠지만 저 아이들은 인생의 봄을 맞이하여 향기로운 꽃망울로 피어나고, 추억보다는 꿈을 키워가며 살아야 할 것이다. 부디 형제의 의를 꿋꿋이 지키며 부모 자식간의 애틋함을 함께하는, 그러면서 이웃과 사회에 거름이 되며 반듯한 사회의 동량이 되기를 바란다.
2009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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