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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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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의 선물
언제부터인가 자꾸 살이 빠지며 기침이 멈추질 않았다. 담배도 끊고 그 좋아하던 술도 끊었다. 혹시나 하여 동네 의원엘 가 봐도 별 효과가 없고 기침이 점점 더 심해져 종합병원엘 가 보았더니 의사 선생님이 당장 입원을 하란다. 폐와 간이 상했고 빈혈에 장도 안 좋고 몇 가지 병이 겹쳐졌단다 돌팔이 동네의원이 원망스럽지만 할 수 없이 입원을 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다 가산을 탕진하며 맘고생을 한 게 지병인 당뇨와 겹쳐지며 걷잡을 수없이 몸이 망가진 듯하다. 병원 침대에 가만히 누워보니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드나든다. 천성이 낙천적이라 그랬던지.. "아파 보았자 얼마나 아프겠느냐.. 또 건강해 봐야 얼마나 건강하겠느냐.. 건강하자고 산을 타다 다리도 부러져 보았고, 지금의 궁핍함이 계속될 것도 아니고... 다시 잘 산다 해 봐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다 부질없을 텐데" 라며 자기 위안과 다짐으로 지냈다.
외려 병원에 입원하고 나니 그 간 보기 뜸하던 친구들과 친척들의 방문으로 점점 쾌활해져 간다 퇴원을 앞둔 어느 날! 군에서 제대하고 복학을 앞둔 백수 큰 아들이, 병간호에 여념이 없던 어미를 불러 세우더니 돈뭉치 하나를 건넨다. 입대 전부터 모은 돈에 군에서 받은 월급에서 쓰고 남은 것과 수 없이 많은 날 아비와 어미에게 욕먹어가며 적립했던 제 딴에는 목숨보다 소중한 인터넷 게임 아이템을 처분하여 마련한 돈이란다.
참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을 준 아들이다. 제대를 했어도 어려워진 집안 살림을 내 몰라라 하던 그저 철없는 응석받이로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자기 생각이 반듯하게 서 있는 젊은이로 커 있던 것을 우리 내외만 모르고 있던 것이다. 가족을 위해 자기 자신의 소중한 것을 버릴 줄 아는 아들의 용기를 보게 된 우리 부부는 그날 어느 것보다도 큰 선물을 받았다. 벌써 2년이 흘렀다.....
2009.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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