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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아내에게 보내는 반성문 본문
아내에게 보내는 반성문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남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른 시간입니다." (사랑밭 새벽편지 중 어느95세 어르신의 수기에서)
나는 지금 이 한마디의 글을 보며 나를 다시 되돌아 본다.술 한잔 마시고 취한 지금의 나는 항상 내가 그리며 원하던 내가 아니다. 지금 시간은 새벽 3시가 넘은 정말 늦은 시간이다. 아내는 지금의 내가 충청도 기수 형님 댁에 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제 전화를 할 때 형님은 10월 초에 다시 일산으로 복귀한다며 안 와도 좋다고 하셨는데,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충청도로 가는 양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아내를 위하겠다는 내 마음에 거짓을 더하였다. 충청도엘 안 가도 되는 그 찰나적인 생각이 나로 하여금 일탈을 꿈꾸게 하였다. 나이 오십을 넘기며 아내에게 수 없이 잘하겠노라 읊어대고 스스로도 잘 할거라 다짐했었는데 또 무엇이 나를 이렇게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생각하니 한심스럽다.
퇴근하고 직원들이 회식을 한다며 동인천에 내릴 때만 해도 고이 집에 들어가 요즘 공인중개사 시험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집사람의 도우미를 자청하려 했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과 현실이 어긋나 버린 관계로 실행하지 못하고, 마음에 없이 형을 만나러 가는 척하고 마음의 빚을 지고 있던 다른 형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연결되는 예전의 취향으로 또 다른 이를 불러내며 그 간의 마음 속풀이를 함께했으나, 이미 시간은 흘러 한심스러운 맘을 토로하고 있다.
내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한 두 분에게 정말 그 빚을 갚았는지도 모르겠거니와 설혹 그들에게서 나에 대한 편안한 얘기를 들었다 해서 마음의 빚을 청산한것도 아닌데 왜 그리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어버리니 더더욱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커져 버린다.
두 분은 전혀 내 마음에 웅크린 빚은 고사하고 외려 내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하는데 주고받는 마음들이 이렇게 차이가 날까? 내가 세상을 잘못 살고 있는게 아닐까 되새기는 기회가 되고 말았다
.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쑥스럽게 양보라는 마음을 형님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이를 생각하며, 내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희생의 정신을 깨달으며 그렇게 살고자 하는 다짐을 스스로 꿈꾸게 한 것이다.
나는 무엇일까?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일까?
정말 내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일까?
이 글을 쓰기 전에 집으로 들어가 아내에게 사정이야기를 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게 잘 된 행동일까? 아니면, 이 시간에 잠을 자고 있을 터이니 스스로 반성하는 맘을 갖고 지금처럼 반성문을 쓰고 애들이 출근하고 등교할 시간을 맞추어서 들어 가는 것이 잘하는 행동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의 나는 집 앞의 p,c, 방에서 아 글을 쓰고 있다. 나와 같은 반성문을 쓰는 이가 없기를 바란다 나는 내 인생의 거의 전부를 내 의지대로 살아왔다. 그리고 대과 없이 인생을 꾸려오다 인생의 쓴 맛을 보며 아내와 자식들과 가장 아끼는 친우들 몇몇에게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상처를 입은 그들은 내가 재기할 수 있도록 커다란 사랑과 희망과 희생을 내주었다. 내 평생 갚지도 못할 고귀한 은혜들을.
어려움을 겪을때 말없이 도움을 준 친구들의 포용을 지금으로서는 갚을 길이 없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받았던 마음을 항상 내 마음속에 지니고 살아야 한다. 수기를 쓴 95세 어르신의 깨달음이 이제 갓 50넘은 미련한 나를 반성하게 한다. 삶을 되살펴 보게 하신 어르신의 마음을 헤아리며 살아야 하는 게 내 책무이다. 나는 그분에 비하면 마흔살이나 적은데 10년 후의 삶을 생각하며 살아 가시는 어르신의 뜻을 지금 깨달아도 50년의 새로운 내 삶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글이라는 것은 이리도 사람의 심장을 거듭 뛰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지금까지는 진정한 내 마음이었는데 안타깝지만 술이 깨버렸으니 이제는 내 속 마음을 표현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날이 밝을 시간이다. 새벽 졸린 눈이 꾸덕꾸덕하다. 더 쓰게 되면 진솔한 내 마음이 아닐테니, 그냥 아내의 품으로 돌아가 한 마디 듣고 자야겠다. 글쓰기 시작 한 지 한 시간이 훨씬 넘어었다. 나중에 이 글을 보여줘야지!
2008.09.25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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