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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이 건 공짜다. 본문

가족이야기

이 건 공짜다.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3. 23:23

이 건 공짜다.


날씨가 화창한 어느 가을 오후....
도화초등학교 근처의 한 건물 입구.....

조용한 길거리가 일시에 시끌시끌하더니, 양손에 화장지 꾸러미들을 들고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우르르 나온다. 먹이를 구하러 일시에 개미집에서 쏟아져 나오는 개미들의 형국이다. 약 2달 전부터 이 일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모습들이다. 형태가 바뀐 사기 상술의 현장에서 보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업자들이 건물의 한 개 층을 통째로 임대하여 짧으면 한 달에서 길게는 3달가량 온갖 감언이설과 흥겨움으로 동네의 어수룩한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의 혼魂을 쑥 빼놓으며 알량한 생활비를 착복하는 모습들이다.

한 두번 행사장에서 미끼 상품으로 주는 화장지나 라면들을 받아 챙기고, 다시는 발걸음을 안 하는 암팡진 주부들도 있지만, 대 다수의 많은 주부들이 젊고 입담 좋은 업자들의 농간에 휘둘려 형편없는 제품들을 비싼 값에 구입하고 나중에 속들을 끓인다.

특히 참으로 없는 세월, 힘들게 보리고개를 지내오며 인생의 즐거움을 모르며 지내오신 연세드신 할머니들은 살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네들의 재담과 환대와 추켜세움에 창졸지간 넋이 빠져서는 있는 돈! 없는 돈! 할 것 없이 주머니 채 그네들에게 건네고 만다. 그들이 가고 난 뒤 남는것은 자식들과의 실랑이와 한숨과 , 그리고 조금은 다행스러운 것이 잠시나마 왕비와 같은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이 고작이다.

요즈음 내 어머니께서 저 사기상술의 최대 수혜자(?) 이시다. 집사람의 말을 빌자면 아침 일찍부터 행사가 끝나는 오후까지
점심 자시러 오는 시간외에는 오후 느지막해서야 집으로 귀가하신단다. 매일 손에는 무언가 들린 채로  " 이 건 공짜다" 를 외치시며.......

그동안 무던히 말려도 보고 했지만 완고한 어머니의 막무가내 고집을 꺾지는 못했단다. 이 동네 할머니와 주부들 중 행사장 출입하시는 마지막 남은 한 분이시란다. 다녀오셔서 구입한 물건들은 행여 내가 볼까 방안 장롱 속에 숨겨 놓은 이름 모를 보약들과, 거실과 부엌에 놓인 밀가루, 라면,, 쌀과 보리 등 곡류와 앞마당과 베란다 할 것 없이 온갖 생필품과 전자제품 천지이다.

한눈에 봐도 쓸만한 물건은 거의 없이 허섭스레기들이다. 같이 근무하는 분의 어머니께서 당한 사기상술의 체험담을 듣노라면 이제 내 어머니는 행사장의 여왕쯤 되었겠다. 마지막으로 몇 백만 원짜리 상품 하나 들고 오셔야 끝이 난다고 하니, 참으로 답답하다.

아직 우리사회의 곳곳에서 떳떳한 상술보다는 남을 속이고, 기망하며, 진짜 어려운 이들을 마지막 구렁텅이로까지 밀어 넣고서야 끝을 보는 이 사회에 없어야 할 인간들이 너무도 많다. 물건이야 그렇다지만, 이제 그들이 가고 나면 그간 어머니께서 누렸던 열락과 환희가 공중분해될 터인데, 그로 인한 상실감은 어디에서 보상받을까! 참으로 이중으로 힘들게 하는 인간들이다.

오늘은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고귀하신 분 들께 뵐 낯 이 없다. 그분들이 피로 일구어 놓은 자랑스러운 조국이 협잡꾼과 모리배가 들끓고 있는 곳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며 저승에서 얼마나 애통해하실까! 애국은 못하더라도 올바른 마음들을 가지는 게 그리 힘든가! 다들 정신 차려야지. 

2008년 11월 순국선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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