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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박하사탕 본문
하얀 설탕에 싸인 박하사탕을 손에 들 때면, 난 언제나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박하사탕 하나에 얽힌 소중한 추억들이 가슴속에서 새록새록 피어오르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오래전부터 중증 폐결핵을 앓고 계셨습니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홀로 지내며 쌓인 마음속 응어리를 달래기 위해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셨습니다. 그 덕에 폐에 병이 생겼다고들 했죠. 그래도 할머니는 늘 담배와 함께 박하사탕을 입에 물고 계셨습니다. 그 청량함이 고독과 쓸쓸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위해 박하사탕을 항상 준비해 두셨습니다. 당신의 막걸리 값까지 아껴가며 할머니 손에 쥐어드리곤 했죠. 하지만 아버지는 그중 몇 알이 내 입속으로도 들어갔다는 건 모르셨을 겁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를 그렇게 아꼈던 나는 장례식 내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했습니다. 입관과 하관을 지켜보면서도 말이죠. 그때 느꼈던 자책감은 꽤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 겨울 어느 날, 밥상머리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할머니께서 자주 만들어주셨던 동치미 한 수저를 떠먹는 순간, 마치 할머니가 눈앞에 계신 듯한 착각이 들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날 나는 하루 종일 퉁퉁 부은 얼굴로 지냈습니다. 마치 할머니께서 여전히 내 곁에서 날 지켜주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할머니도 나를 두고 떠나기가 그토록 힘드셨던 걸까요?
요즘도 식당에서 마름모꼴 박하사탕 하나를 입에 물면, 할머니의 그리운 모습이 떠오릅니다. 사람들 모르게 입안 가득 퍼지는 사탕의 상쾌함 속에서, 할머니의 따스한 온기를 느낍니다. 작은 박하사탕 하나가 내게는 그리움과 추억을 간직하게 해주는 소중한 끈인 셈입니다.
언제까지 할머니를 이렇게 그리워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박하사탕의 시원한 맛이 내 입안에 닿을 때마다, 할머니의 사랑이 나에게 다시금 전해지는 듯합니다. 할머니는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살아 계시니까요.
. 2007년 11월 8일 입동즈음에
사랑하는 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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