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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아따맘마와 닮은 내 아내 본문

가족이야기

아따맘마와 닮은 내 아내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2. 09:19

아따맘마와 닮은  아내

 요즘 TV 만화영화에 "아따맘마"라는 프로가 있다. 일본에서 제작한 영화로 주인공인 "아따맘마"는다소 엉뚱하고 귀염성 있고, 자린고비 정신이 투철한 두 아이의 엄마이다. 올 여름 철원 처 이모님 댁에 놀러 가던 차 안에서의 일이다. 작은 처제가 얘기 중에 언니는 영락없는"아따맘마"라고 서두를 꺼내자, 큰 처제와 아들, 그리고 조카애들까지 심지어 동서까지도 이구동성으로 "맞다" " 맞다"를 외치는 게 아닌가! 만화영화의 주인공과 언니의 생활사고방식이 거의 흡사하다는 것이다. 어리둥절한 나만 세대차이를 느끼는 구닥다리가 된 순간이었다.

 처제의 얘기를 듣고는 그런 캐릭터가 다 있나 하고, 궁금해하던 차에 일부러 "아따맘마"프로를 찾아보고는 "아하" 하며 무릎을 치고 말았다. 정말 그랬다. 아내와 "아따맘마"는 정말 꼭 닮은꼴이었다."아따맘마"가 아내인지, 아내가 "아따맘마"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캐릭터가 닮아있었다.

 백화점 세일 첫날! 미끼상품에 눈이 어두워 아이들과 심지어 시어머니까지 새벽에 깨워 백화점 정문 앞에 줄을 세워놓고 사고 또 사고, 락카에 물건을 재어놓고 또 줄 서기를 반복해 당장 필요치도 않은 물건을 수십 개씩 2~3일 연거푸 사들이는 억척스러움까지 보여준다 거기다가. 1+1 행사 물건들을 한 아름 들고 오면서 물건값은 생각 안 하고, 증정용 물건의 값만 셈하며 몇만 원 벌었다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것 까지는 그러려니 하지만. 세일에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볼일은 까맣게 잊고, 다음날 자기 뒤통수를 친다던지... 그 물건들을 이곳저곳에 쳐 밖아 놓고는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도 못하다가 , 냉장고, 싱크대 구석구석에서 스멀스멀 풍기는 악취에 그제사 비명을 지르는 그런 모습 들이었다. 눈앞의 작은 이득에 좋아라 하며 손뼉을 치다가 , 정작 중요한 일들을 잊고 시무룩하다가 , 그래도 몇만 원 벌었으니 그걸로 자기 위안을 삼으며 다시 평상심을 되찾는, 그런 귀염성 있는 여인네가 "아따맘마"이고 내 아내이다.

 사춘기 아들 앞에서 심지어 군대에서 휴가 온 아들 앞에서도 속옷바람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는 우리의 "아따맘마"~거리를 불문하고 약속시간이 돼서야 집에서 떠나는 완벽한 시간 개념으로 우리들의 혀를 휘두르게 하는 철면피 "아따맘마".~한 달에 한두 번씩 잃어버린 집 열쇠를 찾느라 강제로 대청소를 시키는 무소불위의 "아따맘마" ~이다. 욕심이 많은 건지 사교적인 건지! 시간이 많은 아르바이트 일을 끝내고, 직장엘 다니면서도, 구립 여성합창단 참여에다, 학교 어머니회 총무일에, 성당 구역 반장 일도 놓질 않고, 예전 부녀복지관 시절의 회원들과의 친목회 총무일만 해도 정신없이 바쁠 터인데 이젠 운전면허까지 따야 한단다. 그러면서도 깔깔대며 쾌활하게 웃고 떠들며 생활하는 내 아내가 존경스럽다. 난 지금의 아내가 좋다. 통통한 몸매는 넉넉함이 있어 좋고, 아직도 귀염성 있는 얼굴이 사랑스럽고, 남자보다도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대견하다. 돈이 없으면 집을 아예 안 나가고 남이 꾸어 달라면 빌려서라도 꿔주는 그런 베푸는 맘이 좋다.

 무엇보다도 사업부도와 잘못선 보증이 겹쳐 집을 날려 실의에 빠져있는 내게..."여보 당신이 이십여 년을 먹여 살렸으니 이제 좀 쉬어요. 당분간 내가 당신 먹여살릴테까" 하며 위로하던 통 큰 포용력이 좋다. 게다가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로 뛰어다녀 받은 수당으로 남자는 추레하면 안 된다며, 입성 거지들을 사주던 마음의 넉넉함이, 내가 아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런 아내가 요즘 들어 부쩍 나와 함께 오래오래 살자고 한다. 소갈증 있는 내가 걱정이 되어서인가보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래서 그러자고 했다. 쾌활한 우리 "아따맘마"와 함께 우리 가족 모두가 즐겁게, "아따맘마"의 주제곡 인 "위풍당당 행진곡"풍으로 당당히 또 흥겹게 살아야겠다.

"아따맘마"!"나와 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해서 감사합니다".

 2006.11.11 19:26

4년뒤 좋은생각 2010년 2월호에  이 글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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