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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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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처 제 들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2. 08:42

처 제 들

 내겐 처제가 세 명이나 있다. "아니 처제 셋이 무에 많다고 그리 내세우나 " 하고 한마디 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세명이 결코 적은 인원은 아니다. 대소사를 치르다 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처제와 형부라는말은 참 듣기 좋은 말이다. 괜스레 정이 뚝뚝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른이는 어떨지 몰라도, 내겐 그런 느낌으로 와닿는다. 작은 처제는 정이 많고 친절해서인지 몰라도 간혹 내게 오빠라고 부르고는 당혹해하기까지 한다. 워낙 오랜 세월을 함께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피붙이 같은 느낌을 가졌나 보다. 그게 형부와 처제 사이인가 보다.

 집사람과 처제들은 자기들끼리 이름 끝 자에 "" 를 붙여 별명을 삼았다. 참 독특한 작명 방식이다. 아내는 " 복코 " 큰 처제는 "자코 " 둘째처제는 "옥코 "막내처제는 "미코 "라고 서로들 부르며 신나라 한다. 하도 듣다 보니, 아주 정겨운 별명들이 되어 버렸다. 내 휴대폰의 슬라이딩 문자가"내 사랑 복코"로 항상 흐르고 있는 것이 정겨움의 한 표현이 되었듯이.....

 이제 우리 사랑스러운 처제들을 소개해야지!

우선 큰 처제 소개하겠다.아내와 난 일 년 여의 연애 끝에 결혼하였고, 종종 처가댁엘 들려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그때 받은 큰 처제의 첫인상은 참으로 화사한 처녀로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코가 오뚝하고 늘씬한 몸매에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데, "카트리느 드뇌브 " "라켈 웰치"를 섞어놓은 듯한 시원한 인상이었다. 그만큼 미모도 출중하고 명문대 불문과 출신의 재원으로 누구보다, 멋진 인생을 살아갈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코가 오뚝하니 높아서였는지, 노처녀로 늙을 뻔하다 여자 형제들 중 제일 늦게 결혼해서, "지현" 이와 도란도란 뒤늦은 행복을 가꾸어 나가는 것을 보면, 미모와 결혼과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는가 보다.

 큰처제는 엄청 욕심쟁이다. 형제와 와글와글 살다 보니, 자기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유별나게 커졌던 것 같다. 지금도 버리 자니 아깝고 두자니 애물단지인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그득하니 쌓여있다. 심지어는 차 안에도 잡동사니 물건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그 물건들을 몽땅 팔면, 아마 자동차 한 대는 너끈이 사지 않을까 싶다. 그러모아 쥐는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형제들 중 현금 보유력이 제일 높아서 급전을 돌리려면 큰 처제 한태들 손을 벌리는 것 같다. 나이 들며 점점 아내를 닮아 펑퍼짐 해져 가는 처제의 뒷모습을 보면, 옛날의 미모가 다시 그리워진다.

" 큰 처제 정신 차리고 운동 좀 해라 "

 다른 처제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난 둘째 처제 " 옥코 " 가 제일 사랑스럽다. 다들 그러지 않나? 셋째 딸은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고.... 옛말 하나도 그르지 않다. 40을 넘긴 불혹의 나이인데도, 긴 생머리 휘날리며 외출하는 작은 처제를 보면, 아직도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유독 우리 큰 아들에게 애틋한 정을 많이 주었다는 사실은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그중 마음 씀씀이가 제일 예쁘다. 따뜻한 정이 폴폴 솟아오르는 말투와, 두루두루 신경 쓰는 섬세함을 받쳐주는 데다 오래 전의 여배우 "유 지인"의 세련된 자태와, 역대 한국 여배우 중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정 윤희"를 섞어 놓은 듯한 외모는, 누구라도 한 번 보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처제들과 종종 마주칠 기회가 있던, 내 동창 기경이도, 작은 처제를 제일 맘에 들어한다. 무조건 이쁘단다.

 처녀적 태를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처제는 장모님을 닮아 음식 솜씨도 빼어나다. 처가 모임이 있을 때마다, 순식간에 차려 내오는, 제철 해물 안주와 그때그때 달라지는"샤부샤부"와"감자탕"들의 맛은, 유명 식당들의 맛을 무색게 할 정도이다. 요즈음 학원일이 바빠 자주 만나던 모임이 뜨악해졌지만 조금 있으면 곧 겨울방학이 될 터이니, "형부 주말에 저희 집으로 놀러 오세요 "하는 작은 처제의 낭랑하고 아직도 애교찬 전화 목소리를 기대해 봄직하다.

 " 자코 " " 옥코 " 의 얘기들을 쓰다 보니 우리 막내 "미코" 처제에게 써야 할 형용사가 바닥이 났나 걱정스럽다. 하지만 장모님은 기술도 좋으시지...... 어찌 네 딸의 미모와 성격들을 그리 다양하게 조합해 놓으셨는지, 경탄을 금할 길 없다. 그래---서 막내 처제의 얘기도 부담 없이 쓸 수 있겠다. " 미코 " 처제는 정말 똑소리 나는 성격을 가졌다. 얼굴 생김생김도 탤런트김 지호 " 마냥 시원 깔끔하게 생겼다. 투명한 살결에 발그레한 볼을 보면, 살짝 꼬집어 주고픈 충동을 느낀다. 게다가 때그르 굴러가는듯한 매력적이고 애교 넘친 목소리를 듣노라면, 저절로 엔도르핀이 팍팍 솟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 후 다른 처제들과는 달리 유난히 우리와 멀리 떨어져 사는 기간이 많았고, 지금은 가까워졌다지만, 쉽게 거동하여 만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 많이 아쉽다.

막내처제는 집안을 정돈하고가꾸는 건 네 자매들 중 제일 났다. 깔끔하고, 무시로 쓸고 닦고, 가구나 커튼의 조화로움의 매치랄지, 아무튼 그냥 정갈한 살림을 잘한다. 사내 녀석 둘을 데리고, 평수 넓은 아파트를 관리하려면, 무지 많은 노력이 들어갈 터인데도, 먼지 한 톨 없이 건사하는 걸 보면, 과연 " 미코 " 처제다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다른 형제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 하지만, 처가 식구들 모두에게 티 안 내고 신경 쓰는 마음 가짐이 너무 예쁘다. 그래 저래 조목조목 언변으로 설득하는 솜씨가 탁월해, 처남들이 막내 처제를 제일 겁내 하는 집안의 군기 반장 노릇까지도 거침없이 하는 걸 보면 우리 " 미코 " 처제는 처갓집의 대들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처제들과 집안 모임이라도 가질라 치면 남자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다들 집 밖으로 도망가기 바쁘다. 다른 집안들도 여자들이 모이면, 시끌시끌하겠지만 유독 " " ⽒ 집안 여자들은 그 도가 수준을 넘는다. 도저히 한 좌석에 함께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까르르 대며 , 손뼉 치며 , 옆자리 사람의 어깨를 연실 쳐 대가며, 엉덩이들을 들썩대는,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기를 살려 밝게 키우신 장모님의 교육 때문일 게다. 다들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어도, 밝은 모습들을 간직하며 사는 면면들을 보면 어릴 적 교육의 중요함이 새삼 떠올려지고 객관적인 화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자매 간의 우애가 깊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 "복코 " 가 어려운 지금의 고비를 헤쳐나가며 밝게 사는 것도 다 장모님 덕이다. 난 평생 장모님께 효도하며 살아야 한다. 아내와 함께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처제들을 무려 세명이나 덤으로 내게 보내 주셨으니 말이다.

장모님! 돌아오는 토요일에 맛있는 저녁 드시러 가시자고요

2006.11.22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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