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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어머니와 아따맘마 본문
어머니와 아따맘마
요즘 어머니 덕분에 집안이 매우 분주하다. 우리 어머니는 연세가 칠순이 넘으셨지만, 아직 관절을 제외하고는 정정하 시 다왕 성한 식욕과 잽싼 손놀림의 살림살이에, 매일 발그레 처녀처럼 취해 들어오시는 건강미까지...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따맘마(이하 아따)와 서로 살림 방식이 안 맞는 데 있다. 어머니는 아직도 예전 시골에서 살림하시던 그 습성이 그대로 남아 계시다. 그 습성이라는 게 지금 이런 얘기를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우리 집에서는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고, 나는 거의 모든 부분을 모른 채 그냥 넘어가고 있다. "아따"는 많은 부분을 알고 있지만 그냥 마음속으로 새기고 있는 듯 보인다.
그 부분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어머니의 옛날식 시골스런 위생관념이다. 어머니는 세제를 안 쓰신다. 거기까지는 환경 옹호 주의자들의 박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삼겹살 기름때 까지도 물로 대충 세척하여 선반에 얹어 놓으시는데 그 문제가 발생된다. 행주도 거의 빨지를 않는다. 그 행주로 설거지 한수저를 닦아 놓으신다. 아다가 기절하는 부분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설마 하던 일을 내 눈으로 보고는 나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날은 몸이 피곤해서 건넌방에서 혼자 책을 보며 쉬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목이 말라 일어나 물을 먹으러 거실로 나오는데, 어머니께서 욕실의 화장지 쓰고 버린 것을 치우는데 비닐봉지채로 내어 놓으면 될 것을 사용한 휴지만 그냥 맨손으로 덥석 집어서 내 눈을 피해 밖으로 내어 가는 것을 보았다. 거기에다 한 술 더 떠 그 사이 내가 작은 애 방으로 건너가 컴퓨터를 켜고 있는데 현관문을 열고 막 들어오자마자 손을 닦지도 않은 채 설거지를 하신다. 어후... 어찌 이런 일이... 다른 비위생적인 어머니의 행동 중 내가 본 게 몇 가지도 더 되지만 그냥 넘어가련다. 중요한 것은 내 어머니께서 하시는 행동인 것을 어쩌랴...
다 늦게 장남인 내가 잘못되어 집으로 들어와 사는 바람에,혼자 사시며 동네 마실 다니시는 게 낙인 어머니를 귀찮게 해 드린 불효의 대가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되서인지, 어머니께서 이전과 다르게 많은 부분이 변하신 것을 느끼게 된다. 우선 당신께서 잘못을 인지하신 듯싶으면, 방금 하신일과 행동도 전혀 아니라고 딱 시치미를 떼신다. 게다가 궁금한 게 너무 많으셔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쓰시며 참견을 하신다. 집에 아무도 없을라치면, 이 방 저 방의 장롱이며, 서랍이고, 일일이 정리해 놓으신다."아다"는 자신의 개인 영역의 침범이라 생각해서, 몇 번이고 어머니께 얘길 해봐도 되돌아오는 말은 "난 안 했다" 면 끝이다. 마이동풍이다.
연세 드신 분이 우리들보다도 귀가 밝으시다. 건넌방에서 부부가 하는 얘기를 죄다 들으시고, 중간중간 조언까지 해 주신다. 내가 한마디 하면, 내가 언제 얘기했냐며 시치미를 뚝 떼신다. 당최 어머니의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아따"에게 반감이 많으신 듯하다, 하지 말라 얘기하는 건 어떻게든 하시고, 부탁하는 건 모른 체 하신다. 옆에서 보고 있자면, 완전 아기 같은 품성이다. 그럴 만도 하다. 집에 들어와 사는 일 년 동안 빚 갚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어 제대로 챙겨 드리지 못한 탓도 있겠다.
앞에서 예를 들은 모든 부분에 대해 어머니는 노 코멘트에 모른다와 아니다의 세 가지 답변을 하신다. 조금 파고들라치면
노여움을 타셔서 서로 모른 척한다. 아, 정말 피곤한 인생이다. 어머니의 모르쇠와 시치미 떼시는 건, 강자의 여유라 치지만, 살림의 소소한 부분 이것저것 부딪치는 "아따"의 속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T.V 드라마 속 대사가 생각난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 어머니는 예전부터 내겐 너무 끔찍하게 잘하신다. 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으실 정도이다. 그래서 내가 어머니께 "아따"와의 얘기를 못한다. 혹여 어머니께서 상처받으실까 봐! "아따" 도 그걸 안다. 그래서 참으로 내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은 효자로 남아, 내가 못된 며느리 될게" 이러니 정말 환장할 지경이다.
"아따"의 마음 씀씀이는 대체 그 끝이 없다. 그 많은 어머니의 행동 거의 모두를, 마음속에 새겨 버리고 그중 한두 가지 내게 얘기하는 것을 난 그저 황당한 얘기 듣는 것처럼 웃어 버리고 말았으니, 속으로 "저 사람, 내 남편 맞아? "를 수도 없이 되뇌었을게다. 아직도 나는 벙어리고 귀머거리이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 수 없는 천칭의 가운데다. 빚 갚고 전세준 집으로 다시 들어가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어머니도 "아따"도 그때까지는 서로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고부간의 사이는 좋은 편이다.
마음의 갈등은 약자인 "아따"의 가슴속에서 되새김질 치고 있을지언정, 오늘도 어머니와 "아따"는즐겁게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서로 느낌이 다른 웃음이라 하더라도 우리 집은 항상 웃음으로 가득 차 있어 좋다."아다"의 능청스러움이다. 엄청난 포용력으로 감싸 안은 가슴의 넓이가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그래서 아직 내가 이 집안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끝없는 감사함을 느낀다. 2007.02.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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