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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군에 간 큰아들 석민에게 보내는 편지 본문
군에 간 큰아들 석민에게 보내는 편지
씩씩한 내 아들 석민아!
보충대에서 널 떠나보내며 장성한 네 모습이 몹시도 자랑스러웠단다. 늘 내게 마음속의 큰 기둥이었던 네가 잠시 가족의 곁을 떠나 군인의 길로 들어선 것이 마음 뿌듯하면서도, 텅 빈 네 방문을 열어보고는 허전한 마음을 느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아빠의 사업 실패로 네게 경제적으로 항상 힘들게 했던 부분이 네게 항상 마음의 짐이 되고, 대학생활의 낭만을 채 느끼지도 못하고 1년 만에 휴학을 한 너의 결정도 또한 가슴이 시리단다. 휴학 중에 게임에만 열중하고 있는 네게 싫은 소리도 많이 했지만 그건 어느 부모라도 그리했을게다. 다만 네 지성을 연마할 피 끓는 젊음을 향유할 시기에 방에만 틀어박혀 게임을 하고 있는 너의 모습이 매우 안타까워서 잔소리를 한 것을 이해하려무나.
보고 싶은 석민아!
따뜻하던 겨울 날씨가 네가 입대하자마자 차가워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영하 16도까지 내려가는 요즘의 날씨가 아빠의 입장에서는 매우 원망스럽기는 하다만 대한 군인으로서 추위는 얼마든지 견뎌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영록이와의 동반입대로 서로 함께 의지하며 지내는 모습이 눈앞에 삼삼하고, 마음도 놓이는 것이 다행스럽구나. 네가 보낸 편지에서, 성당에 갔다고 하던 날! 영록이 아빠, 엄마가 그곳에서 성당에 미사 드리러 오는 훈련병들을 보았다고 하던데 네 모습을 미쳐 못 본 모양이다. 그날 저녁 영록이 아빠, 엄마와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면서 들은 말이다.
오늘은 계절적으로 가장 춥다는 대한이다. 이제 이틀이면 너의 훈련생 활도 끝이로구나. 8 연대로 배치된다는 부대 통지문을 받았다. 3월 말쯤이면 100일 근무 특별휴가를 보내준다니 그때 얼굴 한번 보며 회포를 풀어야겠다. 지난 1월 9일은 할머니 칠순이셨다. 오산 할아버지들과 우리 식구들끼리 조촐하게 할머니 생신상을 차려 들였다. 맏손주가 없어서 잔치는 안 하고 1월 26일 엄마가 할머니 모시고 중국 계림으로 여행을 떠나신다. 이 편지 받을 때쯤이면 아마 할머니와 엄마는 중국에서 여행을 하고 계실 것 같다.
아빠만 유럽으로 일본으로 외국여행을 했던 터라 마음속으로 항상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잘 되었지 뭐냐. 네 동생 경민이는 여전히 딴딴한 허벅지 자랑하며 네 뒤를 이어받아 열심히 게임에 임하고 있다. 네게 하던 잔소리가 경민이에게로 옮아 간 것 같아 왠지 싱숭생숭하구나. 가게는 아직도 경기 흐름을 타지 못하여 근근이 운영하고 있다. 아빠도 곧 다른 일을 시작하여야겠다. 이 나이에 또 다른 세계의 일을 하려고 하니 막연한 걱정이 앞서 선뜻 가게를 손에서 놓질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무에 대수냐. 천하의 석민이 아빠가 무엇을 한들 잘해 나갈 자신이 있으니 그리 걱정하지 말아라
석민아!
군 생활은 사회에서 배우지 못할 많은 경험과 인간관계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선임들과 졸병들과의 상하 조직관계에서 네 일생을 좌우할만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니 전우들과의 우정과 의리를 항상 소중하게 생각하며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상호 도와가며 돈독한 전우애를 쌓아 나가도록 해라
석민이가 태어나서 스물 두해 동안에 처음으로 아빠가 편지를 쓰며 긴 얘기를 한 것 같다.
무에 그리 바빴었는지.....
무에 그리 소홀했는지.....
큰아들 석민이에게 너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지금에서야 그것을 느끼고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보낸 후에야 긴 얘기를 쓰는지 모르겠구나. 앞으로 시작되는 병영생활에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멋지고 활기찬 군인으로 거듭나기를 아빠는 먼 곳에서 기원하고 기다리고 있겠다
그럼 두 달 후 100일 휴가 때 작대기 하나 육군 김 이병의 늠름한 모습을 기대하며 아빠의 얘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다치지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2005년 1월 20일 오후 가게에서 석민이를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