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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충북단양] 비내리는 사인암에서 본문

여행이야기

[충북단양] 비내리는 사인암에서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24. 12:08

https://youtu.be/tuM3EYnSme4?si=qFHQIMmwsVpGgZYB

 

 비 내리는 사인암에서

분천을 뒤로하고 사인암으로 가는길..영주를 벗어나면서 하늘이 다시 꾸물거리기 시작한다. 모처럼 작은애와 함께 다니는 여행길에 운치를 주려는가! 심술을 부리는가 ? 그예 풍기를 지나는 길에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리며 놀자 한다.그래 너희들이 원하는게 운치도 심술도 아니라 풍류라면 같이 놀아 주는 수 밖에..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민이 세상 모르고 잠을 자고 있다.녀석도 힘들게다.학교를 휴학하고 지금까지 쉬고 있어 제 마음속이 편하지는 않을터인데 중언부언 말도 없고 이런저런 내색도 다. 아무리 부자간이라 해도 이런 상황의 불편함은 서로 건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 나이도 들어 가니 복안이 있으리라 추론하며 구순하게 보내고 있는데 이런 나의 판단이 잘한 것이었으면..

차는 어느새 수려한 절경으로 운산구곡이라는 이름을 얻은 사인암 입구에 도착했다.한시간 가량의 여유를 얻어 사인암을 향해 걷는데 마치 바위로 층층판을 쌓아 놓은 듯한 수백척의 기암절벽이 남조천의 여울을 휘도는 곳에 자라 잡고 있어 조선시대 최고의 화원이었던 단원 김 홍도마저 사인암의 절경을 화폭에 담느라 수많은 고민을 했다는데 범인의 시각으로 그 절경을 어찌 감상할 수 있으랴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사인암교를 건너기전 커다란 암벽을 마주친다. 이 곳이 사인암인가 했지만 이 곳은 사인암이 아니란다.그래도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 거대한 절벽의 당당함과 절벽아래 흐르는 천변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초록은 동색이라 사인암과 함께 한 시간동안 이 곳의 암벽도 사인암 못지 않은 자취를 보여 주는가 보다.사인암교를 건너자 저 앞으로 사인암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내 눈앞에 사인암이 서 있다.

수 천년 저 자리에 묵묵히 그대로 서 있는 바위절벽! 우산을 접고 비를 맞으며 바라 본다.아름답고 장엄하다,하늘을 향해 뻗어 내린 선명한 격자 무늬들이 비단 옷이 되어 너울거리고 빗물에 젖은 암벽의 음각과 바람결에 어우러지는 노송의 흔들림이 마치 거인의 춤처럼 서서히 눈앞에서 우아하게 다가 온다.이명이 울리고 가슴이 벅차오른다.그리고 더 이상 무어라 할 말이 떠 오르질 않는다.

잠시 떠 오르던 감성을 추려 메모하려는 순간 감동이 서서히 스러지고 있다.일순간에 폭발하듯 넘치는 느낌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폭풍처럼 다가온 감동을 그대로 가슴에 담아야 하거늘 글로 옮기고자 하는 순간 이미 사심이 되어 사그러지니 참으로 아쉬울 뿐이다..렌즈속의 사인암은 그저 절벽의 화상일뿐이다. 지금처럼 눈앞에서 마주하며 사인암과 소통을 하기 전에는 그 위엄과 아름다움을 얘기할 수 없겠다,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마주 보고 대화를 하기 전에는....

다시 이 곳 사인암을 찾아야 할 이유는 선명하다.

사인암 뒤로 청련암이라는 절이 있는데 청련암은 1373년에 나옹선사가 창건 1710년(숙종36년)에 중창하여 청련암이라 불렀다고 한다.새로 지은 듯한 극락보전과 단청마저 본색을 잃어 버린 아주 오래 된 부속건물과 좁은 돌계단으로 올라야 다다를 수 있는 삼성각이 부조화를 이루고 있어 어찌된 일인가 유래를 보았더니 원래 본사인 대흥사가 황정산에 있었는데 구한말에 일본군과 접전을 벌이다 본사인 대흥사가 불타 소실되 6.25전쟁 당시 소개령으로 인해 말사였던 청련암마저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일본의 야욕과 6,25 전쟁의 참변을 몸으로 막아 낸 상처가 아직도 선연하게 남아 있는 절이었던 것이다.

삼성각 오르는 길에 조선시대 성리학자 우탁이라는 분께서 지은 탄로가가 커다란 바위에 새겨 있다...

한손에 막대잡고 또 한손에 가시쥐고/
늙는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인생무상을 달관한 경지를 보여 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극락보전 옆구리 해우소 앞에 심어 놓은 감나무에는 주황빛 감들이 실하게 달려 수확의 계절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에 주황빛 색깔이 점점 선명하니 먹음직스러움을 더한다.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 보니 시장기가 돌고 있

청련암으로 들어 가는 출렁다리를 되건너 이제 도담삼봉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잠시 짬을 내어 주차창 한 켠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감자전을 주문했다.빗발이 점점 거세고 하늘도 어두워지고 있다.네시밖에 안 되었는데 이리 일기가 불순하니 단양 제1경인 도담삼봉 구경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데,감자전이 도착했다. 도담삼봉 구경도 식후경이라 방금 지져낸 감자전의 맛이 너무 훌륭하다.테두리가 적당히 아삭하고 호박과 풋고추의 질감이 입속을 명랑하게 구스른다.양념장도 짜지 않아 듬뿍듬뿍 찍어 목구멍으로 훌훌 넘기니 천하진미가 내 입속에 그득하다.맛을 느끼는 그 새를 못 참고 아들애의 젓가락놀림이 빨라지는 듯 하더니 순식간에 접시가 비워졌다. 그래 배도 채웠겠다,이제 빗속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도담삼봉을 구경하러 떠날 때가 되었구나.. 10.10

 

이때만 해도 좋았는데.

비가 놀자고 차창을 노크를 한다. [풍기에서]

방송에서는 안 가는데가 없다.

사인암 겸손해야 할 곳이다

격자 무늬의 암벽

새로 지은 듯한 극락보전

단청마저 세월로 지워 버렸다.

삼성각을 오르는 돌계단 그리고  계단 옆의 탄로가가 새겨진 바위

감자전을 먹으며 바라본 창밖의 풍경

단원 김 홍도의 사인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