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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친구 둘. 본문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친구 둘.
간혹 뜬금없는 메시지로 하루를 미소 짓게 하는 동창 녀석이 있다. “따듯한 마음으로 널 사랑한다”, “멋진 5월!” 하는 식으로 아주 짧은 문장으로도 기분 좋게 자기의 의중을 표현하는 친구인데, 오늘은 아주 긴 표현을 해 왔다. 그대로 적어 보면 “ 오늘은 맛있는 저녁을 같이 먹을 사람이 꼭 옆에 있으면 좋겠네~.” 라면서 은근히 그동안 만나지 못한 서운함을 추궁하며 압력을 가해 왔는데 “꼭”이라는 한 글자가 주는 위력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기실 함께 만난 지도 꽤 오래되어 흔쾌히 보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는 녀석의 은근하고도 반은 협박성인 메시지에 기분 좋은 공감을 느낀 두 친구도 왔는데, 근 반년만의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엊그제 만난 것 같이 전혀 거리감이 없다. 함께 자리해서 술 한 잔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친구들과 더불어 세상을 함께 살아간다는 삶의 의미가 주는 즐거움이 더 크다.
한 친구는 간간이 근황을 서로 주고받은 덕분에 살아가는 형편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요즘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면서도 모처럼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거의 내색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과연 친구가 좋기는 한 모양이다. 언뜻 비친 사업 구상이 매우 현실적인 것 같아 잘해보라는 격려가 힘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마디 말에 내내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 것을 보고 나 역시 기분 좋은 마음을 화답하였다.
통신이 아무리 발달해도 술 한잔 하면서 바로 눈앞에서 표정을 보며 대화를 하는 즐거움이 바로 이 맛이 아닐까, 만남을 주선한 친구는 실버 직종으로 갈아 탄 지난 십여 년간 군말 없이 사업을 꾸려가는 것을 보면 실기하지 않은 녀석의 의도가 적중한 듯하다. 이제 친구들의 노후까지 책임지겠다는 말을 담담하게 표현하니 그대로 대견스러워 보인다.
시작부터 知, 覺,⾏을 주장하던 친구는 젊은 시절부터 방송국에서 뼈가 굵어 이제는 그 방면에 대가가 되었는데, 지금과 같은 시기에 젊은 사람에게 길을 비켜 주는 사회의식을 보여주라는 농담에, 물에 젖은 낙엽 타령을 하며 정년까지는 버티겠다는 화답을 해 知, 覺, 은 있으되 ⾏함이 없다는 친구들의 핀잔을 듣고도 껄껄 웃는다. 비록 ⾏함은 없다 해도 오지게 단단한 녀석의 넉살이 내게는 정겨울 뿐이다.
마침 만나던 날이 “부부의 날” 즈음이라 아내들이 귀찮아하는 청소며 설거지 등 집안일을 대하는 친구들의 의중을 떠 보았는데 지금까지도 꿋꿋하니 가부장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녀석이 있어 나머지 친구들의 부러움과 조롱을 함께 받았다. 사실 우리만 해도 부모님 세대의 영향을 받아 아직까지는 가부장적인 행동이 그리 흠이 되지 않겠지만, 자식대에서는 지금 같은 의식은 보기 힘들 것 같다. 별 것 아닌 집안일을 돕는 남자들의 생각들까지 차츰 변화해 가는 것을 보면서 자그마니 변하는 삶의 모습들이 사회적인 가치관의 변화까지 이어지는 모습으로 흘러감을 느끼던 순간이다.
옮긴 자리에서 졸업 이후 동창모임에 한 번도 참석 안 했던 친구의 얘기가 화두로 떠 올랐다. 그는 얼마 전부터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는 물건을 사 달라는데 그간 국가공무원으로 잘 지내는 듯하던 친구의 쇠락이 가슴 아프지마는 너도 나도 살기 어려운 형편에도 30여 년간의 긴 공백 이후 나타나 도움을 청하는 그를 외면하지 않고 애면글면 도움을 주려 노력하는 친구들의 심려가 고맙다. 그 와중에도 그 친구 덕에 다시금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던 한 친구의 말을 듣고, 이런 속 깊은 친구들과 살아가는 의미를 주고받으며 의지처가 될 수 있음에 행복감을 느꼈다.
근래 호주의 한 연구 기관에서 “행복감 만족도 지수“ 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 지수 만족도의 1위가 ”아기“이고 2위가 ”가족과 친구“이며 3위가 ”애완동물“이라 한다. 비록 우리 사회와는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다 하지만 친구와 가족이 서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의 관계가 동일시된다는 의미만큼은 함께 공유되는가 보다.
며칠 전 후배가 보내 준 '오츠 슈이치'의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라는 책을 보았는데 이 책은 말기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전문의가,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보며 환자들이 삶의 끄트머리에서 살아생전에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을 못하고 절절이 후회하는 모습들과, 비록 마지막이지만 원하던 바를 실천해 보면서 행복하게 떠나가는 모습을 소개함으로써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쓴 책이다.
글 중에 “만나고 싶은 사람은 꼭 만나라, 찾아와 주기를 바라지 말고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서라도 직접 만나러 가라.”는 내용이 있는데 점점 흰머리가 늘어나고 이마에 고랑이 패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 글이 아련히 가슴에 다가왔다. 사실 좋은 친구를 만나는데 지금처럼 좋은 여건이 어디 있을까! 오늘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만나 행복감까지 느껴본 좋은 마음을 되짚어 보면서, 다음부터 친구들을 만나 가슴 가득 우정을 담아 돌아오는 길에는 밤하늘의 깜빡이는 별을 바라보며 이렇게 가만히 읊조려 볼까 한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친구 둘, 별 셋 우정 셋."
201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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