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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총각교[總⾓交]와의 재회 본문
총각교[總⾓交]와의 재회
늘 창 밖의 백운산에게 안부를 챙기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오늘은 하얀 안개의 부드러운 손길 덕분인지 인자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안개가 낀 날 무채색의 농담 [濃淡]이 주는 백운산의 표정은 언제고 정겹다. 앞쪽의 야트막한 산이 주는 짙은 질감보다는, 능선을 슬쩍 가리며 세상을 관조하듯 도도하게 서 있는 뒷산의 여유로움이 하루를 시작하는 내게 행복을 그득하니 담는다.
며칠 전! 사무실에 휴대전화를 두고 퇴근했다. 아내와 몇몇 지인들 외에는 별로 찾지 않는 전화인지라 없어도 별 불편함은 없지만 그래도 시계를 사용하지 못해 하루가 불편한 것을 보면 세상 만물이 다 제각기 용처가 있음을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
다음 날 출근하여 전화기의 아이콘이 깜빡임을 보고 확인을 해 보니 소싯적 여자 친구의 메시지가 반긴다. 20년 만에 기적처럼 남수와 연락을 닿게 한 소중한 친구인데 사정이 여의치 못해 함께 자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준 정말 보고 싶은 친구다. 메시지에는 학창 시절 이후 처음으로 만날 기분에 들떠있는 진성이의 설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전화기 속에서 시원스레 건너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고시절 들려주던 그 목소리와 다름없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통화를 하면서 추억이 서려 있는 청량리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정했지만 이 나이에 여자 친구를 만난다는 것도 어색하거니와, 막상 30여 년 만에 만나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걱정부터 앞서는 것을 보니 긴 세월이라는 공간이 반가움에 서먹함을 덤으로 끼워주었나 보다. 진성이는 밝은 목소리로 만나면 즐거울 것이라고 장담을 하는데, 나도 잊고 지내던 요들송 부른 것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아마도 여성 특유의 기억력으로 그간 삶에 치대며 잊고 있던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풀어놓을지도 모르겠다.
근래 들어 정말 보고 싶고 찾고 싶었던 친구들을 만나보며 경이로운 인생의 기쁨을 흠뻑 만끽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맺은 친구 사이를 총각교[總⾓交]라 하는데, 죽마고우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그네들은 한창 피 끓는 청춘시절에 만났고 젊음의 추억을 함께 공유하던 친구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지표를 새겨나가던 소중한 시기에 삶의 의미를 서로 전달해 가면서 꿈을 나누던 친구라서 그 만남의 기쁨이 더하고 그래서 그들을 잃고 그리워하던 시절이 더욱 애달프다.
이제는 일상에서 평범함 속의 내면을 느끼고, 다시 한번 숙려 하며 노숙한 세계를 들여다볼수록, 삶의 이치를 깨달음이 촘촘해간다. 그렇게 친구들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진중해지면서 소중함을 볼 줄 알게 되니 머리 크고 반백이 되어서야 서서히 철이 들어 감을 느끼게 되었다.
주자가 말하기를” 벗이 정직하면 나의 허물을 들을 수 있고, 벗이 성실하면 나도 그를 좇고, 벗이 견문이 많으면 나의 지혜도 밝아짐으로 앞날을 혜량 할 수 있다 “ 하였다. 비록 수 십 년 헤어짐이 있으나 그간 살아오며 서로의 습습한 인성을 놓지 않았음을 소통시킨바 이제부터 라도 막역지우[莫逆之友]로서의 즐거움을 한껏 느껴보고자 한다…
2010 ‒ 08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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