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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36년전 광복절에 일어난 일 본문
36년 전 광복절에 일어난 일
그날은 기쁘고 슬픈 일이 겹쳐 일어났다. 광복절이었고,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개통하는 날이었다.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거행된 제29회 광복절 기념식을 하는 도중에 박 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던 문 세광의 총에 육 영수 여사께서 서거하고 문 세광을 막으려 경호원이 쏜 총에 합창단으로 참석했던 여학생이 절명했다. 이름은 "장 봉화"!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그만 요절하고 말았다.
아래의 글을 쓴 김 금복은 학창 시절 나와 함께 교회에 다니던 여학생인데 고 장 봉화와 절친하여 그해 가을 장 양의 빈소를 찾으며 애틋한 마음을 원고지에 옮겼고 한참 뒤 그것을 내게 전해 준 것인데 나의 옛날 공책 한 귀퉁이에서 잠자고 있던 글이 장 봉화 양의 36주기와 65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이제 기지개를 켠다.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그리고 보관을 위해 원고지와 함께 올린다.
벗에게
성동여실 상과 2년 김 금복
초추의 신선한 정취만이 코끝을 스치는 오후, 달리는 차에 흔들리며 벗에게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형언할 수 없는 침묵 속으로 침잠해 버린다. 한창의 틴(Teen)이었기에 우리의 꿈은 그칠 줄 모르고 자랐고, 환한 얼굴의 미소만이 마음의 동향이었다.
한 두 송이 피어있는 코스모스에서 느끼는 쓸쓸함과 허전함이 오늘따라 더 사무친다. 많은 햇살보다 어두운 그늘이 우리에게는 덜 슬펐기에 티 없는 마음으로 서로를 중시했다.
화의 집은 조용했다. 간혹 지나가는 산새의 낭랑한 울음소리에서 느끼는 공허감과 졸졸 흐르는 냇물의 미약한 심호흡뿐이다. 타오르는 향의 가냘픈 연기 속에 자제할 수 없는 설움이 복받친다.
고운 눈매의 소녀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엉성한 집 속에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을 화! 너무도 좋았던 가울이기에 건드릴 수 없는 환상의 베일이었기에 이 가을이 되기 전 화는 떠났나 보다. 해말갛게 들여다 보이던 마음과 마음속을 달빛 아래 하얀 박꽃처럼 깨끗하고 순결하게 키우고자 하는 화!..
안개 끼는 눈만을 간직한 채 떠나야 하는 난 너무도 하찮은 무능력자인가 보다. 무서운 정적 속에 이름 모를 새처럼 오들오들 떨 너를 생각하니 신을 저주하고 자아의식에 빠져 자학의 길을 걷고 말았지. 점점 짙어지는 태고의 음향은 좀 더 시간의 흐름과 떠날 재촉을 하는 것 같다.
화, 조만간 네 보금자리도 탈색이 되고 쓸쓸히 초라해지겠지. 환한 웃음을 좋아하는 너의 집이.. 슬픈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거무스레한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때문에 난 더 어둡고 적막해지는지 모르겠다. 화! 다시 만날 때까지 너의 고운 눈매와 고운 마음을 간직하며 서로가 서로를 위해 기도하자.
난 너를 위해
넌 나를 위해..
2010.08.0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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