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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본문

일상이야기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28. 01:40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 김남극

내게 첫사랑은
밥 속에 섞인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데쳐져 한 계절 냉동실에서 묵었고
연초록 색 다 빠지고
취나물인지 막나물인지 분간이 안가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첫사랑 여자네 옆 곤드레 밥집 뒷방에 앉아
나물 드문드문 섞인 밥에 막장 비벼 먹으면서
첫사랑 여자네 어머니가 사는 집 마당을 넘겨 보다가

한 때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햇살도 한 평밖에 몸 닿지 못하는 참나무 숲
새끼 손가락 만한 연초록 대궁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까실까실한,
속은 비어 꺾으면 툭 하는 소리가
허튼 약속처럼 들리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종아리가 희고 실했던
가슴이 크고 눈이 깊던 첫사랑 그 여자 얼굴을
사발에 비벼
목구멍에 밀어 넣으면서
허기를 쫓으면서
 

정선성당벽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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