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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친구는 친구라서 언제나 웃지? 본문

친구들이야기

친구는 친구라서 언제나 웃지?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28. 10:03

Smile - Gregory Porter

https://youtu.be/mmgGkWboOIo?si=HcjnI8HyTeSMrg7y

 

친구는 친구라서 언제나 웃지?

친구는 친구라서 언제나 웃지! 응? 언제나 웃지? 아니야 친구라서 언제나 웃으면 그건 친구가 아니야. 친구라면 언제 어느 때든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배려하며 지내야 하지만 생각이 틀리면 투덕대기도 하고 쌈박질도 해 가면서 커다란 세상살이의 귀퉁이에, 잡다한 웅성거림을 울려 가면서 조금씩 하나의 질서를 깨달아 가는 게 친구라고 생각해!

이제 갑자를 넘기며 살아가는 내 친구들.. 지금까지 묻어 두었던 얘기 하나 꺼내 볼게. 어릴 적 외할아버지 환갑잔치 때 커다란 차일을 친 앞마당에서 왠지 모를 어색한 포즈를 잡고 아버지 앞에서 사진을 찍었었지. 대포처럼 커다란 카메라의 왕방울만 한 눈동자가 햇빛을 받아 희번덕거리면서 나를 겁박하며 이렇게 얘기하는 듯했어. " 너는 누군데 거기에 서 있느냐?" 참 답답한 느낌이었지. 어린애가 생각해 낼 질문의 폭도 아니었고, 기실 사진사가 뭐라 한 것도, 카메라가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나만 옥죄는 분위기였어.

그때 우리 집 사정은 말도 못 할 정도로 형편없었어. 아니 내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까지도 내가 가장이 되어서 지금까지도 풍족하다는 느낌은 없지만 당시에 여섯 살 배기였던 나는 근 이태 동안 외가댁에서 더부살이하면서 내 처지를 확실하게 인지하며 살아 내던 눈치 박이였지. 반경 시오리 주변의 수천 마지기 논밭을 갈던 외가댁의 위세가 당당했던 탓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외 할아버지의 환갑잔치는 몇 날 며칠 동안 뻑적지근하게 벌어졌고 나는 알 수 없는 외로움에 차일 밖으로 나섰고 논두렁을 건너 개울을 건너 과수원 원두막에서 혼자 놀고 있었어. 원두막까지 울리는 기생들의 에헤라 디여 소리와 온 동네를 휘저으며 뛰어다니던 날라리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선하네..

한데 근자에 친구들을 만나면서 외할아버지 잔칫날 대포 같은 카메라 렌즈가 묻던 "너는 누군데 거기에 서 있느냐?"라는 물음이 묵지근하게 가슴을 치대는 거야! 수 십 년이 지난 이 시점에 왜 저 물음이 가슴속을 헤집고 들어올까? 아마도 아직 내가 서 있는 곳을, 서 있어야 할 곳을 깨우치지 못해서 지금까지 잊고 있던 물음이 새삼스레 머리와 가슴을 두드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네. 

기실 막역지우라 하면 서로의 흉허물을 보다듬으며 이러구러 지내는 게 맞는데 요즈음 이해가 상충하여 오랜 세월 우애를 나누던 친구 사이가 띄엄해지는 부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 지천명이면 하늘의 뜻을 알아 갈 것이요 이순이면 귀를 열어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달아야 마땅할 것을 마치 약관인 양 중언부언하고 있는 폼세에 상호 간 화해를 청해도 받아들이지 않아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어.

더불어 살아가는 게 인생이거늘 아직까지 상호 간의 이해가 맞지 않는 지금, 몇몇이 모여 틈을 두어 마음을 눋게 해 보자는 것으로 결론을 냈어! 그래! 무엇이든 해 봐야 할 것이니 우선은 그렇게 해 보자꾸나! 잠시 척을 져 봐야 귀함이 귀함으로 다가올 것이요 깨우칠 수도 있을 것이니..

지금의 투덕거림이 가 보아야 얼마나 갈 것이냐? 그렇게라도 깨우치게 된다면 그게 옳고 상책이겠지 그러고 나서 응어리 헤치고 술 한잔 마시며 껄껄 웃으면 될 거야. 그게 친구인 것을. 친구는 친구라서 언제나 웃지? 아무렴! 친구들 사이는 토를 달 거리가 없어. 친구는 친구라서 언제나 웃을 거야. 당장은 힘들어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는 심장 속에서 퍼득이는 우리만의 질서를 마음으로 느낄 테니까

2018. 김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