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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c.s.정모
- new trot. male vocal. 60bpm. piano. cello. orchestra. lyrical. languid.
- 70-80bpm
- 티스토리챌린지
- 1mm 치과
- 인학사무실#참우럭#놀래미#도미#금문고량주#두열#제물포#마장동고깃집#마장동
- 감정의 깊이가 다른 말
- 석민이#경민이#도화동시절
- 누가바#상윤네집#진열이#금복
- blues&jazz
- 오블완
- Saxophone
- 碑巖寺
- male base vocal
- jzzz&blues
- 당화혈색소6.7#녹내장주의#아마릴정1일투여량1알줄임#자월보신탕24년3월폐업
- male vocal
- 양파즙#도리지배즙#배도라지청#의약용파스#완정역#호경형
- fork. male vocal. 75 bpm.piano. cello. lyrical. lively.
- 익숙해질 때
- 경로석#한국근대문학관#윤아트갤러리
- 인천시민과함께하는시화전
- 인천 중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 piano
- 동인천역 가새표#남수#보코#친구들
- 인천대공원#포레#파반느#단풍
- uptempo
- lost in love "잃어버린 사랑" - 에어서플라이 (air supply)#신포동#ai가사
- 추억의도시
- 60bpm
- Today
- Total
형과니의 삶
개 꿈 본문
개 꿈
T.V를 보다 그냥 잠이 들어 언제인지도 모르게 꿈을 꾸었다.
공간과 시간을 알 수 없는 곳에서 반갑게 나를 알아보는 Y 선생,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나이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가 모 대학에서 교수로 계신 L 화백과 의형제라고 들었다. 그는 내가 자신의 어려운 문제를 풀어 준 은인으로 기억하며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준다. 소심한 나는 그런 적 없다는 부정의 표현도 못 한 채 비굴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의 손이 이끄는 대로 엉거주춤 자리에 앉는다. 잠시 후! L 화백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Y 선생이 L 화백의 손을 잡아끌며 나를 소개하는 순간 그곳의 전체 주변 풍경이 클로즈-업 되며 눈앞으로 서서히 떠오른다.
아늑한 도시 외곽의 한적한 골목길! 그 골목 안의 어느 한곳에 자리한 이곳은 널찍한 정원에 꽤 많은 손님들의 조용한 웅성거림이 있고, 한 편으로 길게 늘어선 하얀색을 칠해놓은 단층 건물이 품위 있게 자리 잡고 있다. 정돈된 공터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작은 무대에서는, 낯 선 여자 가수가 허스키한 음색으로 애조 띤 노래를 부르는데, 가수의 녹색 스커트 언저리에 영화 " 대부 "에서 " 돈 콜로오네" 역의 " 마론 브란도 "가 가든 파티 중 심장마비로 서서히 스러지는 장면에서의 햇살과 같은 밝은 빛이 비치고 있다.. 전체적인 풍경은 매우 밝고 싱그러워 보이는 반면, 환한 햇살 속에 무언가 불만스럽게 찡그리고 있는 나는 그곳의 이방인이다.
자연스레 장면이 바뀌며, 30여 년 전 근무하던 사무실에 공중에 떠있는 내가 느껴진다. 외진 곳에 자리하던 사무실은 이미 폐허가 된 지 오래이고, 그 한구석에 낡은 회전의자가 다리만 내놓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자빠져 있다. 바로 옆의 공간에는 낡았지만 정돈된 책상 4개가 창문 틈으로 늘어진 사선의 햇빛 먼지를 받고 나른하게 졸고 있다.
꽤 오래전 또 다른 꿈속에서 보았던 사무실 모습이다. 그때의 사무실 형태도 꿈에서는 현실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지만 이곳은 아주 낯 선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 장소는 영종 구읍 배터인데 사무실 안의 구조는 자유 공원 올라가는 언덕배기 아래에 있던 70년대 " 혜성 탁구장" 안의 허름한 형상이다.
게다가 그 안의 깊숙한 또 다른 공간에는 쓰레기를 위로 켜켜이 무섭게 높이 쌓아 놓은 한 가운데에 뽀얗게 먼지 앉은 책상이 보인다. 사람은 안 보이고 달그락거리는 구슬 부딪치는 소리와 웅얼거리는 낯 선사람들의 목소리들만 들린다. 꿈속에서도 선뜻함을 느끼는 괴괴한 장면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신다.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두운 공간에서 한 번 쓰지도 않던 다갈색의 베레모가 아버지 머리 바로 위의 허공에 떠 있고 그 주변에는 한 줄기 파르스름한 담배연기가 어우러져 녹작지근함을 느끼게 해 준다. 평소 책과는 담을 쌓고 사시던 분이 뜬금없이 책 한 면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집 사람이 딸로 등장하며 아버지께 뭐라 말하려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아내가 피식거리면서 한마디 한다. "중이 선잠 자나! 왜 그리 중얼거리누? "
잠에서 깨니 이런 생각이 든다. 듣도 보도 못한 Y 선생과 L 화백의 이름이 너무도 또렷하니 기억나는 건 무슨 일이며, 돌아가시고 나서 한 번도 꿈에 안 보이던 형체도 없는 아버지의 등장과 어설픈 꿈의 줄거리는 무엇이고, 대체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장면과, 녹색 스커트와 노랫소리만 인식되는 얼굴 없는 여가수, 그리고 구슬의 달그락거림과, 사람들의 웅얼거림만 들리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많은 사람들이 깨고 나면 꿈꾸었던 기억조차 없다고 하는데, 나도 대부분 잊고 지나치는데, 오늘 꿈은 왜 방금 전의 사실처럼 모든 장면이 기억났을까! 꿈은 현실 생활에서의 강렬한 체험이나, 이루지 못했던 사실에 의한 마음속의 갈등들이 표현된다고 하던데, 두서 없이 등장하는 사물과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의 면면이 내 실제 생활에서 어떤 연결고리가 작용되어 이렇듯 별 의미 없이 다가왔는지 전혀 모르겠다.
깨어나 아무 기억도 없다면 모르되 계속 또렷이 생각나는 것에 대해 꿈 풀이를 해볼까도 생각해 보지만 그도 내키지 않고, 그냥 무시하기 또한 그렇다. 현실에 일어난 것도 아닌 보잘것없는 꿈을 꾸고, 이렇듯 집착하며, 생각해 보는 사람은 없을 터인데, 해결책도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잔 머리만 굴리고 있는 내가 한심스럽다.
별 볼 일 없는 꿈으로 혼자 웅얼거리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의 나 자신은 더욱 우스워 보이며, 게다가 내 몸에 달려있는 내 머리에서 나온 思考인데도 스스로 어쩌질 못하는 원인은, 살아오며 처음 느끼는 내 꿈에 대한 꿀꿀한 기분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할까! 꿈도 내 삶의 일부분일 터, 그대로 수긍할 수밖에,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 안 끼치고, 조금씩 남을 위해 가며 지금과 같은 소시민의 삶을 꾸려 가다 보면 언젠가는 신령께서 떡하니 나타나 이러한 소심한 중생의 꿈 풀이를 시원하게 해 주실지..
그래! 찜찜한 꿈은 그저 꿈이려니 잊고 그냥 웃으며 편하게 살자! 한 세상 살아가는 인생사 이러구러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싫은 일도 다 지나가는 것을, 어차피 개 꿈일 뿐인데...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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