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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큰 후배 작은 선배 본문
큰 후배 작은 선배
동녘이 밝아올 무렵! C후배의 메시지를 받았다."항상 형님 맘보다 더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로써 못난 선배에 대한 예의를 차리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하였다.
그가 지난 일요일에 집으로 찾아와 고구마 한 봉지 내어 놓았다. 지방에 사는 친지가 보내왔다면서 한 상자를 네 등분하여 이리저리 들고 다니며 나누고 있다는 그의 정성이 도탑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를 하던 중에 그의 딸내미의 사춘기에 대해 말하는데 딸에 대한 그의 바람이 그대로 마음속에 느껴진다.
대화중에 그의 속내가 슬쩍 비친다. 작년부터 조금씩 보여 준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과 처한 현실의 괴리,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데 제수는 그 상황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그의 나이 즈음에 안정된 직장을 떨치고 나와 고초를 겪다 이제는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내 마음이 지금 온전한 것일까 궁금하기는 한데 대놓고 물어보지 못하는 그의 심정이야 이해한다 해도 그의 안정된 삶이 유지되길 바라는 내 생각이 확고하여 선뜻 무어라 조언을 해줄 마디가 궁한즉 “여러 작음이 모여 큰 여울이 된다 "라는 설은 답을 해 주었지만, 평상시의 그는 마음 씀씀이가 나보다 훨씬 큰 사람이라 답이 성에 차지 않았으리라.
그나 내나 중년길에 들어서 서로 삶의 방식이 틀리기는 하나 평범함 속에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자 하는 열망이 있으니 그것이면 되었다. 비록 현재의 삶이 버겁고 살아가는 부분에 힘든 점이 있다 해도 인생을 걸고 내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 중년의 삶인 것을 어찌할까?
새로운 길로 옮겨 갈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만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로되 안정적인 지금의 삶을 놓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니 이 선배는 그저 지금의 삶에서 보다 알찬 생활을 하기를 바랄 뿐.. 말은 하기 힘들다네.
옆에서 내 모습을 찬찬히 살피던 제수씨가 나를 볼 때마다 인상이 달라진다며 신기한 듯 얘기한다. 처음 보았을 때는 유쾌한 사람이라 보았는데 두 번째 만날 때는 평범한 중년으로 이제는 학교 선생의 느낌이 드는 등 종잡을 수 없다며 본디 모습을 내어 놓으라며 옆구리를 지른다.
불현듯 집히는 바 있어 작은 애의 사춘기 시절을 되짚어 보니 내 삶의 임계점에 다다랐던 시절, 아비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며 사춘기를 훌쩍 보낸 것이 마음 아프다. 며칠 뒤 함께 외출할 일이 있어 아비 보기 힘들던 그때 어찌 지냈는가 물었더니 특별한 기억 없이 물 흐르듯 지낸 것 같다는 답을 하길래 조금은 섭섭하면서도 일견 속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한참 뒤, 신포동 떡집 시인에게 가져갈 고구마 한 봉지 들고 지하도를 내려가며 아내에게 얘기하는 그의 말 한마디가 귀에 스치듯 흐른다..
“ 저 형님 유쾌하신 분이야.. “
# 춘진이 만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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