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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친구와 고양이 본문
친구와 고양이
아내의 음성에 짜증이 가득하다. " 여봇! ~~ 고양이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어. 어떻게 좀 해 봐" 며칠 전부터 임신한 고양이 한 마리가 동네를 어슬렁거리더니 하필 내 집에 새끼를 낳은 것이다. 밤마다 새끼들의 야옹거리는 소리와 바스락거리는 어미의 발걸음이 은근히 신경을 긁어 요즈음 아내의 심사가 많이 뒤틀렸다.
놈이 지붕보 틈바구니 깊숙한 곳에 터를 잡아, 천장을 들어내지 않고서는 처리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도리없이 그냥 내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안전을 확보하고 맹한 주인의 심성과 어쩌지 못할 집의 구조적 상태까지 꿰뚫어 본 연후에 보금자리를 정했으니 매우 지혜롭고도 영악스럽다. 하여 당분간 스스로 세상을 찾아 나갈 때까지는 저들과 억지 동거를 할 수밖에 없겠다.
어찌 보면 저 고양이의 입장이 요즘 최고의 긴장 속에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친구의 입장과 묘하게 얽힌 듯 닮은 모습을 보여 준다. 친구는 지금 매우 상대하기 버거운 상대들과 홀로 소리 없는 생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기득권과 조직을 가지고 필요하면 큰돈이라도 손해를 감수할 줄 아는 냉혈한 전임 사장과, 생사 여탈권을 쥐고서 탐욕의 발톱을 숨기고 있는 거대 기업의 실무팀장! 그리고 단기간의 실적을 바라고 여차하면 내치려는 목적으로 투자한 현재 사장, 이런 위험스러운 세 가지 힘의 틈바구니 속에서 지구 반대편의 공사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내 던져진 친구는 오로지 자신감 하나로 희망의 동아줄을 움켜 잡고 백척간두의 낭떠러지에 홀로 매달렸다.
알토란 같이 야문 회사에서 정년퇴직해도 좋으련만 자존심 때문에 사표를 내던지고 떠날 때부터 그 대단한 자신감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는데, 얼마 전 만나 술 한잔 하며 꼼꼼하게 털어놓는 얘기를 듣고 나서 그동안 그가 펼쳐놓은 공사 수주 기획의 치밀함과 성공을 눈앞에 둔 희열이 피어나는 얼굴을 보며 이 사람이 내 친구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아직 제한입찰의 공개발표까지는 마음을 놓지는 못한다고 하는데, 짧은 시간 동안 수립한 계획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전제되고, 단계별로 경우의 수를 체크하며 추진한 일의 됨됨이를 듣고 나니 수주가 성사되리라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겠다. 현지의 급작스런 정세 변화가 친구가 입찰권을 받을 수 있게 행운이 따라 주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행운을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그 결과가 눈앞에 온 것이다. 이번 입찰의 성공은 친구의 능력과 배포를 세계의 모든 동업자들을 향해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고 친구의 가슴속에 품은 커다란 뜻을 활짝 펴 나가는 단단한 시금석이 되리라 믿는다.
친구는 고양이들의 목에 방울을 달았다. 거만하고 힘이 세면서도 교활하기 이를 데 없는 늙은 고양이들의 목에 방울을 달고 향기로운 저녁식사까지도 빼앗는 대담한 행동을 보여 주었다.. 대단한 것은 단지 방울을 단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미 저네들의 복수를 대비해 다음 여정까지도 철저히 준비하여 저들의 뒤통수에 슬며시 총을 들이대고 방아쇠 당길 때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담한 행동과 지피지기의 지략이 성공의 키워드가 된 셈이다. 이제 저들의 복수심이 하늘을 치솟는다 해도 절대 친구를 해코지하지 못한다. 해코지는커녕 친구가 쥐고 있는 조커의 힘을 수긍하고 동반자나 을의 입장으로 신분이 바뀌어 머리를 조아리는 신세가 될 것이 눈에 보인다. 그간 돈과 권력의 남용으로 뻗대던 그들의 허장성세가 신기루처럼 스러질 모습을 가상해보니 참으로 통쾌한 일이 아닐 수없다.
속으로는 세상의 온갖 비열한 협잡질로 기득권을 행세하면서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는 쓰레기들에 대해 헛구역질하던 내 속이 다 후련해지고, 온 몸속의 탁한 기운이 단 번에 뻥 뚫리며 정화되었다. 그리고, 시원스레 솟구치던 열기가 스러지며 서서히 평온한 마음이 되어 간다. 참으로 대견하다. 역지사지가 확정되는 그날, 우리 멋진 축배를 들자구나,
'장한 내 친구 남수여!...'
2011 ‒ 4 ‒ 8 [2013. 2월호 행복한 동행 게재]
꽃이 핀다
봄은 생명이 발화하는 시기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 꽃이 제 목숨을 바쳐 그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미물도 마찬가지고 새들도 마찬가지고 짐승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지 꽃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다. 그게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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