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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모처럼 만난 골목 친구들! 본문

친구들이야기

모처럼 만난 골목 친구들!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12. 10:43

모처럼 만난 골목 친구들!

형과니이야기/친구들이야기

2022-05-28 16:52:29



7.4 공동성명을 앞두고 북한에게 밑 보이지 않으려고 답방 코스를 순찰하던 당시 박 정권의 실세인 이 후락 중정부장의 눈에 둑길에 얼기설기 세워져 있던 판자촌들의 모습이 보기 좋을 리 없었다.

 '쓸어 버려'.. 

결국 뚝방촌과 맞은편에 볼품없이 존재하던 우리동네마저 가차 없는 철거반들의 폭거에 스러져 버리고 말았다. 보금자리인 동네 한편 골목에 살던 소년은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내려온 인천의 제물포에 터를 잡고 인천사람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철거된 그 자리에는 지금의 신답초등학교가 들어서 있다.

동네가 철거되면서 골목에서 우정을 나누던 친구들과도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졌는데, 나이가 들어가며 옛 추억이 서린골목길의 소회를 적은 글을 카페에 올렸더니 그 글이 매개가 되어 상구와 중균이 두 친구를 십여년전에 다시 만나 지금껏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오늘 두 친구를 안산에서 만났다. 상구가 근 20년간의 단골집에 아주 맛난 한우전문점엘 가자며 시내에서 한참을 달려 산 속에 자리 잡은 농원으로 안내했는데 도로를 벗어나 들어선 아늑한 산길에서 고기를 먹기도 전에 고즈넉한 숲길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신도농장은 알고 보니 근래 현 주엽이 다녀가면서 많이 유명해진 곳이라 그런지 낮인데도 꽤 많은 손님들이 북적인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저쪽에는 건장하게 생긴 한 친구가 일어나더니 옛날 W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이라면서 유 명우 선수를 소개하였다. 새삼 오래전 유 명우의 전설적인 기록들이 생각나면서 젊은 시절 귀염성 있는 모습을 기대하며 바라보았는데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구나.

이어 며칠전 WBC 여자 슈퍼페더급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챔피언이 된 신보미레 선수를 소개하며 큼직한 세계챔피언 벨트를 펴 보인다. 이어 축하해 주었으면 고맙겠다고 와랑거리는 목청으로 얘기한다. 손님들은 세계를 제패한 두 남녀에게 큰 박수로 화담을 하였다. 나 역시 축하를 하며 박수를 치면서도 한 편으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한 분야에서 세계에서 제일가는 성과를 이루었는데 복싱에 관심 있는 사람들 외에는 관심도 없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보미레 VS 이란다 토레스(2022.05.22) WBC 슈퍼페더급 세계타이틀 매치
https://youtu.be/xs18s-4pzrA

 

이 가게의 고기 맛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큼직한 한우 등심이 놓인 숯불의 화력이 적당하고 고기가 익는 속도가 적당하다. 한 점을 머금으니 맛난 소고기 특유의 구수한 육즙이 입안에 스며들고 씹을 때마다 적당한 찰짐이 단계별로 스러지는데 나이 든 사람도 찰짐에서 부드러움으로 이동되며 배어나는 소고기의 깊은 맛을 만끽할 수 있겠다. 이런 고기를 맛 보여 준 상구의 정성이 고맙기 그지없고 어릴 적 추억과 고기를 버무려 곱씹으며 껄껄대는 친구들의 모습이 정답다.

오늘 상구에게 범상치 않은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장기간 못 받은 회사의 미수금을 돌려받고자 소송을 제기하여 오늘 판결을 받았는데 법정엘 들어가서야 판사가 며느리라는 것을 알았다며 웃는다. 세상에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원고와 재판관으로 만나다니.. 참 재미있는 풍경이 아닐 수 없구나.

장소를 옮겨 시내로 들어와 별바라기엘 들렀다. 호탕하게 웃는 상구의 모습과 조그 조근 풀어내는 중균이의 옛이야기들과 어우러진 술잔들이 오가더니 어느덧 시간이 흘러 별내에 사는 중균이가 먼저 떠나고, 언제나 넉넉한 상구도, 남자의 진한 향기와 골목길을 부르던 현관이도 다시 만날 기약을 하며 안산의 밤거리에서 헤어졌다  

인천으로 향하는 택시를 타고 소래를 지나는데 오늘 얘기하던 추억의 풍경들을 하나하나 떠 오르다가 유독 한 장면이  머릿속에 머물고 있다. 대리석 공장에서 나를 찾아 헤매던 어릴 적 상구와 중균이 그리고 깔깔대며 커다란 대리석 틈바구니를 뛰어다니는 어린 나의 얼굴이 떠오르더니  서서히 허공에 흩어진다. 그리고 주안이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끝난다.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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