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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보내는 여름 속에 본문

내이야기

보내는 여름 속에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5. 01:25

보내는 여름 속에

하늘을 보니 정말 오래간만에 투명한 파란빛이 눈앞에 다가온다. 엊저녁부터 팔에 와닿는 공기의 감촉도 상쾌한데, 무언가 빠뜨린 느낌이 드는 것은 어인 일인가? 길 건너 느티나무에서 느닷없는 매미소리가 들리는데 찬란한 여름의 느낌보다는 성숙한 가을의 기운이 휘돈다.

" 아! 올여름이 이렇게 가느냐? "
" 정녕 네가 이렇게 축축한 빗방울만 떨어뜨리고 가 버리는가! "

이제야 해맑은 얼굴을 불쑥 들이 내밀며 " 나는 가네 ~ " 외쳐 버리면, 빨강 웃음 담뿍 짓고 수줍은 자태를 지어야 할 저 등성이의 잿빛 과일들과, 여물지 않은 벼를 담은 논배미를 바라보는 농부들의 아린 가슴은 어찌할까. 아껴 쓰고 가꾸어야 할 이 지구에 쓰레기를 심어 놓은 사람들의 무의식에 대한 경고라 해도, 결자해지[結者解之] 요, 절기의 흐름이라 어쩔 도리가 없다 해도, 올여름의 네 마음 씀씀이는 참으로 무심하였다. 그래도 이해할 밖에.

이제 네 마음을 풀어, 맑고 파란 하늘로 치장하고, 밉살스러운 인간들 골탕 먹이느라 꼭꼭 숨겨 둔 주머니 속의 마지막 한 줌의 따가운 햇살마저도 남김없이 나눠주며. 그렇게 은덕으로 마무리 짓는 아량을 베풀며 떠나다오.

담장에 노란 호박꽃이 산들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미 마음속에 가을이 들어차 있으니 이제 물난리로 지친 여름은 보내고
이삭이 여물고 과일에 단 맛이 드는 서늘한 가울 바람 속에 이 밤을 지낸다. 계절의 순환이 있어 모든 만물들은 제대로 삶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사계절의 구분이 나뉜 복 받은 곳에 살고 있으니 올여름의 상처는 가슴으로 치유하며 마음을 내려놓고 이 여름을 보내 흐름에 순응하며 살아야지....

2011 - 08 -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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