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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남자끼리 데이트. 본문
오늘 시간 있니?
아침 일찌감치 명호가 전화를 했다. 고용복지센터에서 볼일을 보고 집 앞으로 갈 테니 모처럼 같이 놀잔다. 장교로 전역 후, 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다 정년퇴직 후에 일반 직장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맛보고 나서 며칠 전 또 한번의 정년퇴직을 한 친구다. 게데가 이제는 아들 회사일을 도와주느라 여전히 바쁘게 생활을 하는 성실한 내 친구!
커피 한잔 하려고 엊그제 남수랑 갔던 홍예문옆의 카페엘 들렀는데 이른 시간이라 아직 문을 안 열었길래 공원이나 한 바퀴 돌려고 제물포 구락부 쪽으로 가는데 '이음 1977'이라는 곳에서 젊은 양반이 문을 열고 있다.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냐 물었더니
여기는 한국 근대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건축가 김 수근이 설계한 주택인데 故이기상 영진공사 명예회장의 가택으로 이 기상 회장이 작고 후 2019년 근대건축문화자산 재생사업'에 착수한 인천 도시공사가 주택을 매입해 '시간과, 사람, 공간'을 이어주는 문화소통 공간으로 개방되었다고 한다.
이른 시간에 만나 시간이 충분했던 우리는 궁금한 마음에 잠시 이곳을 둘러보며 보수공사로 단정한 공간을 둘러보았다. 원래 해설은 예약이 되어 있어야 들을 수 있다는데 개방시간에 딱 맞춰 우리가 말을 거는 바람에 스스럼없이 해설을 자처한 직원의 배려가 고마웠다.
그의 건축과 배경에 대한 지식이 매우 해박하여 해설에 쫑긋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건축과 관련된 설계도에 대한 설명, 1920년대 사진에 그려진 청일조계지와 이 주택의 시발점인 헨켈주택에 대한 이야기, 정원에 있는 고양이 나무 이야기와 공간의 속살에 대한 세밀한 설명 등을 보고 들으며 뜻하지 않은 문화체험으로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점심무렵, 중구청 옆 단골 식당 '곡가'엘 들러 변치 않는 우리들의 음식 우육면의 맛을 음미하고 전망 좋은 카페엘 들러 커피 한 잔 하며 서로의 얘기를 나누었다. 겉으론 평온해 보여도 어느 집이나 한 두 가지의 힘든 부분들을 삭이며 살고 있음을 나누는 진솔한 시간이었다. 이미 사정을 알고는 있지만 참으로 무던한 친구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저녁 약속이 있다는 친구 말에 두 어시간 비는동안 인열 형의 서울 당구장에서 오랜만에 당구를 치고 헤어졌다. 내일은 결혼을 앞둔 작은며느리뿐 아니라 큰며느리에게까지 패물을 사 준다며 걱정과 은근한 자랑을 하는 친구의 훤한 얼굴이 미쁘게 다가온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내에게 귀가 보고를 하는데, 아내 왈! 남자끼리도 데이트를 한다며 깔깔거린다. 그렇지 데이트한 거 맞네. 문화 체험하고 점심 먹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차 마시고 즐겼으니.. 데이트가 맞아 허허, 그럼, 잘 놀았다. 즐거운 하루구나,,
남자끼리 데이트.
형과니이야기/친구들이야기
2022-07-09 0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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