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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갈.치 낚.시 본문

친구들이야기

갈.치 낚.시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13. 01:37

https://youtu.be/PBF5SuYl6Gg?si=qXdzZ2EGYNpccajL

 

갈.치 낚.시

지난 번 친구들의 모임에서 불현듯 제주갈치낚시 이야기가 나왔다. 말의 씨가 발아되어 비가 찬찬히 내리는 30일 정오에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더니 제주엔 환한 햇살이 우리를 맞이하더라. 낚싯배 신기호가 기다리는 제주항에는 각종 어선들이 분주하다. 출항 체크를 하고 제주항의 등대를 돌아 나오자 구름 덮인 한라산의 자태가 세상의 시름을 모두 감싸 안는 듯 푸근하게 보인다. 비양도를 앞에 보고 근 한 시간을 달려 오늘의 포인트에 도착하여 닻을 내렸다.

인학이의 사촌형님께서 낚싯대를 설치하고 사용법과 낚시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해가 지고서야 갈치들이 많이 몰린다니 아직은 할 일을 별로 없다. 오늘 함께 낚시를 하는 3팀중 에는 우리 일행과 조선족인 듯한 분들과 프로의 경지에 이른 분들이 있다. 나중에 얘기를 해 보니 제부도에서 '제주를 품은 갈치' 식당을 하는 분은 취미로 즐기다 식당까지 차린 분인데 낚시를 시작하면서 끝날 때까지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른 갈치낚시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인학이와 승희가 선미쪽에 자리 잡고 나와 승룡이가 중간쯤 자리 잡았는데 노을이 지기 전 시원한 캔맥주 한잔 하며 好조황의 의지를 다지는데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해는 노을을 펼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마무리의 소중함을 안겨 주었다. 멀리 고기잡이 배들에서 하나 둘 불빛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얼추 3-4십 척은 되는 듯 싶다. 집어등이 켜지고 본격적인 낚시가 시작되었다. 내 낚싯대의 바늘은 8개,  수심 25미터에 어군이 탐지되었다고 스피커에 울리는 선장의 목소리가 힘차게 들려온다.

바다낚시라고는 20여 년 전 직원들과 다녀온 망둥이 낚시와, 공항근무 시 창기 씨 동생의 배를 타고 다녀온 것이 다인지라 밤샘 낚시는 처음이고  전동릴낚시는 만져 보지도 못한 생초보가 과연 제대로 갈치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커가던 중 줄에 걸려 나오던 두 마리의 갈치를 보며 새삼스레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처음이 힘들지 의욕이 솟아오르자 시간은 잘도  흐른다. 계속 낚싯줄에 걸려 올라오는 갈치 중에 제법 큼직한 녀석이 보였는데 일행의 뒤를 보아주는 사무장이 내가 낚은 갈치를 보고 한 마리에 시가 10만 원은 할 거라면서 완전 대물을 잡았다며 연신 격려를 한다. 초보가 사고 쳤다고 밴드에 올릴 기념사진도 찍는다. 자정이 넘어  간간 내리던 비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잠시 낚시를 멈췄는데 그 사이에 마신 소주는 바다의 피톤치드로 인해 그냥 맹물처럼 들이켜진다. 알콜은 어디 갔을까?

1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갈치낚시를 하며  반토막까지 뜯겼거나 꼬리가 만신창이가 되어 올라오는 갈치를 보며 동족상잔의 비극을 목격하기도 하고, 뱃머리의 프로들에게 패대기 쳐지고 갈치의 미끼가 되기도 하면서 심지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버려지는 귀중한 고등어를 보면서 고등어뿐이 아니라 사람들 역시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를 확실하게 알며 살아 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새벽 다섯 시! 낚시 종료를 알리는 선장의 목소리에 피곤함이 묻어난다. 한 배에 타고 있던 모두 수고와 격려를 하며 귀항하는 동안 귀한 전리품들을 항공으로 보내기 위해 포장들이 한창이다. 제주항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조식을 마치고 사우나에 들러 비린내를 닦았다. 지난밤 비 내리는 배 위에서  갈치와 씨름하며 감돌던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창밖에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은 잔잔하다. 내일은 태풍이 온다는데..

2022.8.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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