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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말복을 지내며
형과니이야기/친구들이야기
2022-08-16 02:40:08
입추도 지났는데 날씨가 조석으로 번잡스럽고 후텁하여 거리를 걸으면서 온몸에 와닿는 날씨의 기운이 매우 꿉꿉하다. 오늘은 말복, 복중의 끄트머리구나, 남수가 복달임 음식을 먹자며 인천으로 온단다. 늘 그렇듯 은근하게 미소를 지으며 역사의 개찰구를 걸어 나오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오랜 우정이 주는 선물이리라
송림동 알탕골목 한켠에 있는 장어집에서 장어구이를 푸짐하게 먹는데, 이 친구 아프리카로 다음 달에 출장을 가야 한다며 건설에 문외한인 내게 리허설 연습을 하려는지 상세한 브리핑을 하고 나서야 우리의 호연지기를 키우던 중학시절의 이야기로 돌아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복달임을 하였다.
많은 이야기 중 하나가 중학교 음악시간에 중학생이 부르기에는 독창적인 오 솔레미오를 부르고 자기의 점수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내가 부른 봄처녀의 트릴에 한 점 차이로 지고 말았단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당시의 상황이 기억에 없다. 불과 점수 1점 차이로 졌다는 게 억울해서였나, 지금도 나를 만나면 그 시절이 떠 오르나 보다. 이런 허술하고 소소한 기억들이 우리의 만남에 살을 더하며 키득거릴 수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 추억인가. 이런저런 얘기가 풍성하니 이제 여름의 더위는 서서히 두 친구의 몸에서 벗어나리라.
장어집을 나오며 얼마전까지 근무하던 곳에서는 마사지가 일상이었는지 마사지 가게를 가자는데 나는 마사지가 몸에 익지 않아 넌지시 거절하였더니 그렇다면 내가 부르는 봄처녀를 다시 한번 듣자며 노래방을 가잔다.
이런, 오랫동안 외국에서 뭉친 스트레스를 시원스레 풀고자 이리 뻔한 이바구를 풀었나 싶어 눈앞의 노래방을 갔는데, 시간이 일러 문을 열지 않았다. 그때부터 이리저리 노래방을 찾다 결국 신포동으로 옮겨 찾아봐도 어느 한 곳 문을 연 곳이 없더라 궁여지책으로 노래방 기기가 있는 나비에게 도움을 청하렸는데 당최 전화를 받지 않아 결국 오늘은 노래 부르기를 포기하고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와 얼음빙수로 타는 가슴을 빙수로 식히더니 새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면서 더없이 차분한 톤으로 선명하게 소설의 주제와 배경설명을 하는데 금세 두 시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다시금 친구의 얼굴이 서서히 상기되고 있었다. 이러구러 이야기를 마치고는 소설 주제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제목을 지어 추천해 보라며 숙제를 툭하니 던진다. "이 친구 참.!"..
배웅하는 길! 신포동지하상가의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월요일이 정기휴무일인가 보다. 우리 옆을 빠르게 지나친 연인 한 쌍 이외에는 지나는 행인이 거의 없다. 텅 빈 공간이 주는 여유를 기화로 조근히 첫사랑의 이야기를 하는 친구의 목소리가 상당히 그윽하게 들린다. 이 친구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를 외로움이 언뜻 느껴진다. 나중에 차분하니 술 한잔 해야겠다.. 동인천 지하상가는 문을 열었다. 내 아내의 선물에 뭐가 좋겠냐며 성큼 양품점으로 들어서는 친구의 모습이 당당하게 변했다.
그래, 우리는 서로 공유하는 청소년시절의 추억에서, 풋풋한 이상을 되새겨 보며 흐뭇해하기도 하고 지금의 현실을 지나가면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며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인가 보다.. 우리 그렇게 살며 지내자꾸나 친구야... 2022.8.15 광복절,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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