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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첫 눈 오는 날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5. 11:37

첫눈 오는 날

인천에는 오늘에서야 첫눈이 내렸습니다. 그것도 잠깐 동안 눈에 차는 듯하더니 아쉬움을 남기며 어디론가 사라졌지요. 첫눈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각양각색입니다. 조용히 첫눈을 바라보며 생각에 젖는 사람. 감정의 변화가 없는 무덤덤한 사람. 설경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 눈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사람들. 모두 자기 방식대로 사색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에, 후배에게서 이런 메시지가 도착하더군요.

첫눈은 점심을 먹고 나른함이 가득 찼을 때 내려야 했습니다.
금요일 나른한 오후!
예기치 않은 설렘...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짧은 고민들..
우리가 원하는 감동은 일상 속에 있습니다.

올해 첫눈은
우리가 일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느낄 여유를 갖기도 전에 찾아왔네요..
그래도 눈이 내리니
이렇게 마음을 전하게 되네요...

메시지를 보면서 후배는 늘 깨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어요. 일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느낄 여유를 갖기도 전에 와 버린 첫눈을 바라보면서 금세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낸다는 것이 깨어 있지 않은 사람은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첫눈 오는 날. 이런 후배가 옆에 있어 오늘 나는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첫 돌.. 첫 입학.. 첫사랑.. 그리고 오늘 온 저 첫눈처럼,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첫 경험을 하며 지내게 되지요. 그중에는 탄생이나 첫사랑같이 일생에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첫눈처럼 주기적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처음이라는 것은 늘 새롭고, 희망을 가지게 합니다. 물론 늘 처음이 다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센스 있게 메시지를 보낸 후배처럼 처음의 순수함이 주는 감동은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을 지녀야겠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타인에 대해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주면서 사진을 사랑하는 혜린 아빠, 오늘 이렇게 따스한 마음의 선물 보내줘서 고마워요...

2011 - 12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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