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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The Green Leaves of Summer - The Brothers Four 본문

음악이야기/나의 음악이야기

The Green Leaves of Summer - The Brothers Four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27. 00:05

https://youtu.be/GRPPKZzClWE

 

The Green Leaves of Summer / The Brothers Four

언제고 이 음악을 듣노라면 오래전 떠난 형이 그려진다. 형의 차에서 그레고리안 성가의 끄트머리에 생뚱맞게 들리던 이 노래가 그렇게 좋았더랬는데..

형의 고향 모도와, 여름이면 달려 가던 이작도의 추억들. 샤르뜨르 수도원과 석바위 딸기밭에서의 다정함, 성가 연습을 하며 나누던 수많은 대화들.. 그리움에 먹먹하고 머릿속에 남겨진 미소와 몸짓들. 모두가 형을 생각하며 함께 떠 오르는 기억의 편린들이다.

함께 다니던 제물포 뒷골목의 그 집.  삐걱이는 미닫이문 손잡이에 시절 우리들의 삶이 묻어있고, 좁고 기다란 널빤지 의자의 딱딱함까지도 젊음의 응어리를 감싸 안던  '대지기 주점'의 기억. 두부김치찌개와 막걸리를 앞에 놓고 호탕한 즐거움을 마시던 그 곳의 체취는 아직도 내 삶의 한 구석에서 꿈틀대며 살아있는데 노란 양재기의 찰랑이던 막걸리 색깔이 선하고, 벌컥 발컥 들이키던 형 목울대에서의 뭉근한 울림이 들리는 듯하다.

신포동 청실홍실 공터에  펼쳐진 주황색 포장마차! 일렁이는 카바이드 불빛 아래에서 후루룩 들이키던 가락국수의 달큰한 냄새마저도 떠 오르는데.. 아~ 그 냄새들. 밤의 냄새, 취기의 냄새, 그 아련한 그때 그 신포동 냄새.

투덕투덕 내 어깨를 두드리던 동석형의 부드러운 손, 잔잔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 대부 스탠드바 17번 코너에서 부르던 형의 18번  '향수'... 그래 그 노래, 이동원과 박인수가 부르던 그 '향수' 말이다.왜 이리 끈질기게 생각날까! 논이랑 매는 늙은 황소의 걸음마냥 느릿느릿 부르던."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그 향수의 첫 소절마저 귀에서 웅웅대고 있다.

오늘 문득 The Green Leaves of Summer 이 노래를 들으며 잠시나마 형과 함께 했던 우리 젊은 시절, 여름날 푸른 잎새를 그리는 추억을 그리고 있다.

어깨를 툭툭 치던 손길이 그립고, 
향수를 부르는 노랫소리도 그립고, 
발간 반점도 그립다. 
무엇보다 그리운 것은,  

그냥 불러보는 형~ 동석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