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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s return / Kevin Kern 본문
정원과 수채화, 케빈 컨
케빈 컨(Kevin Kern)은 자신을 감각주의자(Sensualist)라고 표현하고 바흐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바로크 음악의 구조를 신봉하는 이 감각주의자의 음악은 독특하게 간결하고 밝은 선율로 표현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유아 시절부터 피아노 개인교습을 받아 일찍이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웠다거나, 생후 한 살 반이 되었을 때에 벌써 자기 머리보다 높은 피아노 건반에서 고요한 밤 (Silent Night)을 칠 수 있었고, 두 살이 되었을 때에는 스무 곡이나 되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양손으로 연주했다는 이야기와, 열네 살에 '웰 텀퍼드 클라비코드(Well Tempered Clavichord)' 라는 피아노 연주 그룹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할 만큼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등, 그의 천재성에 얽힌 일화 이외에 케빈 컨의 사생활이나 다른 에피소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한때 시인이 되려고 했으나 음악이 자신과 더 가까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디트로이트 교향악단의 피아니스트 미샤 커틀러(Mischa Kottler)에게서 기량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미시간 대학 음대를 거쳐 뉴 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학교를 마친 후 보스턴 지역에서 근 10년 간 클럽 등지에서 피아노 연주 활동을 계속하였고, 1990년에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게 된다.
1995년 크리스마스에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그의 연주 모습을 목격한 리얼 뮤직(Real Music) 레코드사의 창립자 테런스 옐럽(Terence Yallop)에게 발탁되면서 케빈 컨은 비로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1996년 《매혹의 정원 Enchanted Garden》을 데뷔 음반으로 발표했고 이 음반은 크게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어 내놓은 《Beyond The Sundial》은 처음 음반보다 다소 변화가 있는 음악들을 녹음하였다. 1998년 《Summer Daydream》을 발표하였고 이 음반 녹음에는 바이올린과 첼로, 그리고 클라리넷과 프렌치 혼을 채용하여 보다 폭넓은 화음을 들려주었다. 1999년에 비틀즈와 엘튼 존의 몇 곡의 음악을 편곡 수록한 《In My Life》에 이어 《Embracing The Wind》를 2001년에 발매하여 뉴에이지 장르의 상위 차트를 시종 유지한다.
언제나 밝고 단순한 톤으로 유지되는 케빈 컨의 특유한 선율들은 정원과 산과 바다에 관한 감상들을 정겹게 표현한다. 리얼 뮤직 레코드사의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케빈 컨의 소개에는, 그의 심한 시력 장애가 오히려 음향에 의한 이미지를 스케치하는 데 집중하도록 도와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을 감각주의자라고 칭하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Summer Daydream》은 마치 어느 이국의 정원 풍경이 담긴 수채화 그림책을 펼쳐보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들이 담겨 있고 이 감각주의 음악가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음반이다. 《Pan's return》은 넓은 음폭의 프렌치 혼의 선율이 아름다운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선율로 도입부를 장식했다. 모차르트의 어느 클라리넷 협주곡의 두 번째 악장을 듣는 듯한 〈Return to love) 트랙은 서주부터 달콤했던 추억을 곱씹게 한다. 클라리넷 연주가 케빈 컨의 피아노와 앙상블을 이루어 무척 아름다운 선율을 들을 수 있고 음악가의 섬세한 감성을 느끼게 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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