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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The Logical Song / Roger Hodgson / Supertramp 본문

음악이야기/록,블루스,R&B

The Logical Song / Roger Hodgson / Supertramp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28. 00:59

https://youtu.be/ufHQS3xbjkk

 

 

기울어져 가는 록의 르네상스, 마지막 파티

The Logical Song / Roger Hodgson / Supertramp


'피아노맨 빌리 조엘이 한 콘서트에서 피아노로 록 음악을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토로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전설적인 밴드 크림 Cream의 <Sunshine of Your Love>를 피아노로 연주해 보이고 얼마나 우스꽝스럽냐고 물어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비슷한 맥락으로 어떤 이는 “그래서 오로지 기타만이 록 음악의 적자이며 피아노는 록 음악의 서자, 심지어는 방해자”로 폄하하기도 한다.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 Emerson Like & Palmer의 키스 에머슨 Keith Emerson, 딥 퍼플의 존 로드Jon Lord , 예스 Yes의 릭 웨이크먼 Rick Wakeman 같은 전설적인 건반 주자들이 록의 르네상스이던 1960~70년대의 한 복판에 있기는 했지만 그들의 연주는 록과 클래식, 재즈, 심지어는 뉴에이지의 경계선 어딘가에 있는 심오한 영역이었을 뿐 록 음악의 본류는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록 음악이라는 것이 본디 단순하고 신나서 춤추고, 헤드뱅잉도 하고, 무대에서 뛰어다니고 해야 하는데 이미 엉덩이와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한 키보드 연주자들은 보컬과 기타리스트들에게 밴드의 리더 자리를 내주어야 했고, 심지어 팀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들이 있으면 음악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유였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록 음악 원리주의자에 가깝기 때문에 록 음악에 피아노나 신시사이저 소리가 섞여 있으면 왠지 그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AC/DC의 Highway to Hell 전주가 기타가 아니라 피아노였다면?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세상만사 모든 것에는 반드시 예외가 있는 법이다. 피아노보다 기타가 뒷전이었는데도 훌륭한 록 음악을 만들어 내던 밴드가 있었으니, 그 이름도 재미난 슈퍼 트램프 Supertramp다. Supertramp'는 본래 대형 화물선을 이르는 말이지만, tramp에 '거지'라는 뜻도 있으니 우리말로 의역하면 '왕거지'가 된다. 믿거나 말거나…. 그들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귀에 착착 달라붙도록 깔끔하고 담백하다. 그렇다고 사운드가 팝 음악처럼 가벼운 것도 아니고, 록 음악 특유의 전자기타 파워 코드 power chord 록 음악에서 애용되는 1도와 5도를 주로 사용하는 코드도 없으니 식상하지도 않은 데다가, 영국 출신 밴드답게 가사는 풍자적이면서도 심오하다.

1969년 영국에서 한 네덜란드 사업가의 지원 아래 아트록그룹으로는 첫 앨범을 낸 슈퍼 트램프는 사실 3집 앨범 (Crime of The Century) 1974가 나오기 전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밴드였다. 눈 쌓인 피아노가 그려진 인상적인 재킷의 5집 앨범(Even in The Quietest Moments)1977에서 싱글 (Give A Little Bit)이 히트하자 팀의 두 견인차 릭 데이비스Rick Davies와 로저 호지슨Roger loleson은 '이거다' 싶었는지 오랜 작업 끝에 1979년 여섯 번째 앨범 《Breakfast in America》를 세상에 내놓는다. 《Breakfast in America》는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역사적으로도 1970년대 말 록의 전성기가 이미 끝나가고 있던 시점에 노후한 록 음악의 리모델링 청사진을 그려낸, 음악적으로도 매우 고무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록 음악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에 팝과 재즈의 조미료를 양껏 뿌린 이들의 스타일은 1980년대 토토나 알이오 스피드왜건REO Speedwigin, 스틸리 댄 같은 밴드들에 의해 일가를 이루어 큰 인기를 끌었다.

《Breakfast in America》의 대성공 탓이었는지 슈퍼 트램프는 이후로 이렇다 할 후속작을 보여 주지 못하고 지지부진해 버린다. 늘 그렇듯이 멤버들의 솔로 활동과 불화설에 휩싸인 슈퍼트램프는 정점에 다다른 로켓이 추락하듯 1980년대에 내놓은 세 장의 앨범이 연속 실패 했다. 이후 의기소침하여 잠잠해지더니 급기야 길고 긴 잠적기를 맞았다. 모두의 기억에서 슈퍼트램프라는 이름이 잊혀 가던 1997년, 릭 데이비스를 주축으로 다시 모인 멤버들은 타이틀도 의미심장한 앨범 《Some Things Never Change)를, 2002년에는 팀의 11번째 정규앨범 《Slow Motion》을 발표하여 그 명맥을 잇게 된다. 2010년에는 유럽 투어도 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으니 이쨌거나 이들은 밴드 결성 40주년 케이크의 촛불을 끈, 몇 안 되는 장수 록 밴드중 하나가 되었다.

《Breakfast in America》를 대표하는 곡 〈The Logical Song>과 〈Take The Long Way Home>은 앨범의 정수로, 슈퍼 트램프 사운드의 전형을 보여 준다. 전자 피아노와 하모니카, 색소폰, 특히 로저 호지슨의 독특한 보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어서 슈퍼트램프의 곡들은 오리지널의 높은 인기에 비해 리메이크가 거의 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교 시절이었던가? 당시 〈The Logical Song>을 밴드에서 연주하려다 메인 보컬 때문에 절망했던 기억이 있다.

호지슨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음색은 슈퍼트램프 사운드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한데 이상한 점은 늘 앨범에서 절반 정도밖에 메인 보컬을 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Breakfast in America》에서도 <Gone Hollywood〉나 〈Oh Darling>은 호지슨과 모든 곡을 공동으로 작사·작곡하는 릭 데이비스가 부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는 호지슨에 비해 너무 무난하고 평범해서 데이비스 아저씨에게는 좀 안된 소리지만 제발 전곡을 호지슨에게 양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이 두 곡 말고도 짧지만 정말로 맛난 에피타이저 같은 곡 Breakfast in America 와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름다운 발라드(Lord is It Mine)은 이 앨범의 소위 '서브 타이틀곡'이다. 한편, (Goodbye Stranger)와 프로그레시브 록의 면모를 보여 주는 마지막 곡 (Child of Vision)은 '잘 안 팔리던 그들의 초창기 앨범들을 연상시킨다.

혹자들은 슈퍼 트램프의 음악은 너무 가벼워 록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팝송스럽다'라고 비판도 하지만 그것은 기타 사운드나 거친 보컬이 빠져서 그런 것일 뿐, 오히려 1960~70년대 록의 르네상스 시대의 끝자락을 훌륭하게 장식한 마스터피스였다고 생각한다.

《Breakfast in America》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앨범 재킷이다. 비행기 창문으로 뚱뚱하고 쾌활한 웨이트리스가 주스와 메뉴판을 들고 웃고 있는 장면이 보이는데, 뒤로는 뉴욕의 맨해튼 형상을 한 각종 식기와 양념 통들이 쌓여 있다. 자유의 여신상을 웨이트리스로, 뉴욕을 식당으로 풍자한 재미난 발상이라 늘 우수 앨범 재킷'을 뽑는 리스트에 단골로 이름을 올린다. 그러나 늘 재미있게 들여다보았던 이 앨범에서 웨이트리스의 주스 컵 바로 위에 솟아 있는 두 개의 건물, 세계무역센터가 새삼 눈길을 끈다. 재미있게 보이기만 하던 이 앨범이 갑자기 섬뜩해지는 순간이다. 웨이트리스가 정확히 세계무역센터를 받쳐 들고 있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쯤 미치니 마음씨 좋아 보이는 웨이트리스 아줌마의 웃음이 갑자기 사악하고 음산해 보이기 시작한다. 9 - 11 테러 20년 전 슈퍼 트램프에게 기시감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Lord is It Mine>의 2절 가사가 가슴을 후벼 판다.

"나는 이 땅의 잔혹함에 대해 늘 생각했어요.. 하지만 슬픔의 시간이 이해의 시간이기도 하지요.. 

I never cease to wonder at the cruelty of this land. But it seems a time of sadness is a time to understand.”

글쓴이 : 권 오섭 - 작곡가 겸 프로듀서

 

♪ 밴드만 40년 장수 밴드 클럽에는 누가 있을까?

일단 롤링 스톤즈가 왕고참'일 것이다. 1963년에 데뷔를 했으니 창단 50주년이다. 더 후도 만만치 않다. 1964년에 데뷔한 핑크 플로이드는 1965년에 첫 앨범을 냈다. 미국 밴드로는 시카고가 으뜸이다. 1967년에 처음 나왔으니 40년이 훌쩍 넘었다. 에어로 스미스와 캔자스도 1970년에 데뷔해서 40년 클럽 회원이다. AC/DC도 막 클럽 신입회원이 됐다. U2 역시 조금만 버티면 밴드 생일 케이크에 초 40개를 꽂을 수 있다. 참 대단들 하시다. 짝짝짝.
♪ 팥 없는 호빵 같은 슈퍼 트램프

1990년대 이후에 나온 앨범에서는 날카롭고도 지적인 로저 호지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역시 릭 데이비스와 평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늙은 슈퍼 트램프가 '옛날 슈퍼 트램프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밴드의 정통성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보컬이 바뀌면 밴드의 색깔은 반드시 달라지기 마련이다. 피터 세테라/pretter Cettera 빠진 시카고, 마이클 배 도널드 Michael McDonall 빠진 두비 브라더스 Doobie Arothers, 프레디 머큐리 빠진 퀸, 마이클 잭슨 빠진 잭슨 파이브…. 더 이상 설명도 필요 없다.

 

Roger Hodg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