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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ARTH WIND & FIRE / GREATEST HITS 본문

음악이야기/록,블루스,R&B

EARTH WIND & FIRE / GREATEST HITS

김현관- 그루터기 2023. 3. 1. 00:17

https://youtu.be/Gs069dndIYk

Earth, Wind & Fire - September (Official HD Video)

EARTH WIND & FIRE / GREATEST HITS

어스 윈드 앤 파이어 《Greatest Hits》

 1998

1 Shining Star 2 That's The Way of The World

3 September 4 Can't Hide Love 5 Got to Get You into My Life

6 Sing A Song 7 Gratitude 8 Serpentine Fire

9 Fantasy 10 Kalimba Story 11 Mighty Mighty 12 Reasons 13 Saturday Nite 14 Let's Groove 

15 Boogie Wonderland 16 After The Love has Gone 17 Getaway

 

팝음악의 땅, 바람 그리고 불

1960년대 하면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 스톤즈, 지미 헨드릭스, 밥 딜런, 우드스탁 같은 이름들이 떠오르듯이 1970년대를 이야기할 때 늘 거론되는 아이콘들이 있다. ABBA, 마빈 게이, 레드 제플린, 카펜터스Carpenters, 비지스, 하드록, 디스코등………….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이 꼭 이야기하고 나서 무엇인가 빠트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중요한 것인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어스 윈드 앤 파이어 Earth, Wind & Fire(이하 EWF)다.

EWF는 그룹 시카고Chicago 와 더불어 미국이 자랑하는 장수밴드다. 이름이 길어서 그런지 소풍 나온 돼지 가족 출석체크마냥 꼭 빼먹는다. 모리스 화이트 아저씨, 1969년에 밴드를 결성할 때 애당초 짧고 간결하게 불, 바람, 땅 중에 하나만 고를 것을 그러셨다. 욕심도 많으셔. 어쨌거나 긴 이름 때문인지 음악은 귀에 매우 익은데 가수는 잘 모르는 사태들이 종종 벌어진다. 혹자는 코모도스 Commodores 나 맨하탄스Manhattans, 심지어는 악명 높은(?)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 로 오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록 밴드는 재즈 연주가든 팝 가수든 EWF=훌륭한 밴드'로 인정한다. 이는 단순한 디스코나 펑키 사운드를 넘어 자신들만의 경이로운 연주와 녹음을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묵묵하고 꾸준하게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들의 음악을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나도 리드보컬인 모리스 화이트Maurice White와 필립 베일리 Philip Bailey 외에는 누가 무슨 악기를 연주하고, 누구까지가 정식 멤버인지 잘 모른다. 브라스관악기와 스트링 현악기 섹션만 해도 이미 10명을 훌쩍 넘어가니 말이다. 그저 사진을 보면 마이크 모양의 잔뜩 부푼 머리를 하고 아프리카 스타일 의상을 입은 흑인들이 대략 8명에서 12명씩 서 있으니 그저 '많다' 정도로만 알고 있으면 될 일이다.

EWF는 1970년 《Earth, Wind & Fire》라는 데뷔 앨범을 내놓은 이래 거의 매년 새 앨범을 발표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케니 지 Kenny G를 참여시킨 신보 <Illumination》 2005 발매했으니 정규앨범만 해도 30장에 육박한다. 이 방대한 컬렉션을 모으다 모으다 포기하고 결국 발견한 것이 1998년에 나온 컴필레이션 앨범 《Greatest Hits》다. 앨범 두세 장 내고도 뻔뻔스럽게《Greatest Hits》를 내는 난센스 가수들이 판치는 요즘, EWF의 《Greatest Hits》는 문자 그대로 명불허전 '베스트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하는 후배들이나 음악애호가들에게 '히트곡 모음' 이나 컴필레이션 앨범은 되도록 피하라고 충고한다. 이는 첫째, 가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둘째, 음반사의 상혼에 놀아나는 일이며 셋째, 정말 보석과 같은 곡은 대체로 '히트곡 모음'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히트곡 모음'은 좋아하는 곡을 골라 본인이 직접 만드는 것이 제일 좋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나 모든 법칙에는 예외라는 것이 있듯이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수많은 컴필레이션 앨범 중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 해도 《Greatest》, 《Golds》, 《Ballads》, 《Collection》 등 네댓 장이다)《Greatest Hits》의 17곡 모음은 단연 발군이다.

팝 차트 1위에 빛나는 히트곡 <Shining Star>1975, 우리 귀에도 아주 친숙한 <September>1978, 재즈곡으로 많이 리메이크된 〈Can't Hide Love>1975, 비틀즈의 곡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Got to Get You into My Life>1977 그들의 공연 때 오프닝으로 자주 애창되는 주제가 같은 곡 <Sing A Song>1975, 1990년대에 CDB가 리메이크해서 다시 히트한 <Let's Groove>1977, 필립 베일리의 닭살 돋는 고음이 압권인 발라드 <Reasons>1975, 얼마 전 국내 가요의 표절 논란을 불러왔던 곡 <Fantasy>1977, 1970년대 대미를 장식한 최후의 디스코<Boogie Wonderland>1979, 그리고 필립 베일리의 고음마저 너무나 아름다운 <After The Love has Gone 1977 등이 몽땅 이 앨범에 들어 있다.

이들의 매력은 흑인 음악의 특징인 R&B에 백인 음악의 특징인 화성과 코드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고밀도의 연주를 보여주는 데 있다. 거기에 더하여 모리스 화이트의 섹시한 중저음 보컬과 필립 베일리의 경악스러운 4옥타브 팔세토falsetto 성악에서 두성頭님을 사용하는 보통의 고성부보다 더 높은 소리를 내는 기법가 교대로 흘러 나와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해 주니 누구 말마따나 팝 음악 최고의 경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EWF의 음악이 요즘도 좋은 이유는 '그냥 무조건 신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구한 이들의 콘서트 영상을 처음 봤을 때의 실망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국내 트로트 음악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대와 의상, 조명, 사운드가 한물간 성인 나이트클럽의 트로트 가수 같았다. 반짝이 양복을 입은 모리스 화이트가 관광버스' 춤을 추면서 숨차게 노래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해서 확실히 음악도 외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데이빗 보위Davil Bowie 나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 은 나이 60이 넘어서도 멋지기만 하던데.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빼놓을 수 없는 멤버

원래는 가스펠 가수였던 필립 베일리는 1980년대 초반 솔로 앨범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특히 제네시스Genesis의 필 콜린스Phil Collins 와 부른 듀엣 가 크게 히트해서 드디어 모리스 화이트와 EWF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다. 2000년대 들어서 다시 EWF로 복귀해 활동하면서 솔로 음반뿐 아니라 많은 팝 재즈 뮤지션들의 앨범에 피처링을 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꾸준히 보여 주고 있다.

마칭밴드Marching Band 군대나 운동경기 개회 때 행진하면서 연주하는 밴드의 멋진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드럼라인>2002 보면, 밴드의 지도 교사가 학생들에게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곡을 연습하자고 하자 학생들이 '구닥다리' 라며 야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학생들이  쿨 Ju Coal이나 스눕 독 Does 같은 요즘 래퍼들이 좋다고 하자, 교사는 "그런 가수들이 바로 EWF의 음악을 샘플링, 즉 재탕해 먹는다"는 아주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고 나서 바로 흐르던 <In The Stone을 들으며, 옛 음악이나 외국 음악을 재편곡도 아닌 '재편성'을 해 놓고는 버젓이 아무개 작곡이라며 내놓는 작금의 음악 풍토를 한탄했던 기억이 난다. 무지몽매한 대중을 기만하는 이러한 야비한 표절 행위는 법으로 안 된다면 도의적으로라도 제재를 받아야 할 텐데, 도리어 ‘좀 더 비슷하면 좀 더 히트한다' 불문율이 횡행하고 있으라는 니 참 재미난 세상이다.

이렇게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딘가에는 무임 운전하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다. 위에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거론한 디스코 밴드 '빌리지 피플'에 대한 코멘트 한 마디 덧붙이겠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흐뭇한 장면이 있었다. 월드컵 기간 내내 빌리지 피플의 히트곡 <Go West가 웅장하고 감동적인 합창으로 편곡되어 모든 경기 후 운동장에 울려 퍼진 것이다. 승리와 패배, 각본 없는 드라마에서 명암처럼 교차되는 선수들의 표정, 거기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던 <Go West>는 경기 하나하나를 마치 멋진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만들어 주었다. 개최국 독일은 베토벤, 하이든, 바그너의 나라다. 조상들의 훌륭한 곡들도 많을 텐데 한물간 미국 팝 그룹의 곡을 사용하다니………. 역시 음악은 국경도, 피부색도, 자존심도, 시간도다 초월하는 위대한 것인가 보다. 어찌 됐건 부디 빌리지 피플과 EWF를 혼동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칼림바 전도사 모리스 화이트

모리스 화이트는 가수인 동시에 드러머, 작곡가, 편곡가이며 칼림바Kalimba 연주자이기도 하다. EWF의 거의 모든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악기 칼림바는 아프리카의 피아노이자 기타와도 비슷하다. 작은 상자에 금속판들을 매달아 그것을 엄지손가락으로 튕겨 연주하는데 그 소리는 마림바와 비슷하지만 오묘한 공명과 여운이 특징이다. EWF 덕분에 칼림바는 팝이나 재즈에서 심심찮게 쓰이는 대중적인 악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