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Eagles / Hell Freezes Over 1994 본문

음악이야기/록,블루스,R&B

Eagles / Hell Freezes Over 1994

김현관- 그루터기 2023. 3. 1. 00:24

https://youtu.be/yB5RvE4KbbI

Eagles / Hell Freezes Over 1994


1 Get Over It
2 Love Will Keep Us Alive
3 The Girl from Yesterday
4 Learn to Be Still
5 Tequila Sunrise
6 Hotel California ☆
7 Wasted Time
8 Pretty Maids All in A Row
9 1 Can't Tell You Why
10 New York Minute
11 The Last Resort
12 Take It Easy
13 In the City
14 Life in The Fast Lane
15 Desperado

 

영원히 비상하는 독수리 떼

1960년대 비틀즈의 미국 상륙 이후 로큰롤의 종주국이자 본고장이었던 미국은 영국 출신의 록 그룹들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롤링 스톤즈, 크림, 핑크 플로이드, 더 후,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블랙 사바스, 킹 크림슨 등…

1970년대가 되어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 되어서 영국 밴드들은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이며 본의 아니게 기울어져 가던 영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하게 된다.

한편, 여러 인종으로 뭉친 다민족들이지만 애국심 하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미국인들은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왜 머리 숫자도 월등히 많고, 똑같이 영어가 모국어이고, 그 위대한 엘비스 프레슬리의 피가 흐르는 우리는 이렇다 할 록 그룹이 없을까? 나오기만 하면 확실히 밀어 줄 텐데.. 그리하여 미국인들이 비치 보이즈 몽키스Monkees, 터틀즈,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Grand Funk Railroad, 에어로스미스Aero smith 같은 미국 밴드들에게 의식적으로 더욱 열광하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긴,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는 아예 노래 제목을 <We are An American Band〉라고 지어 히트시키기도 했으니, 시공을 초월한다는 음악에도 '내셔널리즘'은 있는가 보다. 그놈이 그놈같아 우리와는 별 상관없어 보이지만 1972년, 미국인들의 숙원사업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다. 진정한 미국 스타일의 록 밴드가 등장한 것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동물인 독수리를 팀 이름으로 내걸고 미국의 성인가요라고 할 수 있는 컨트리 음악을 기반으로 한, 너무 하드하지도 '소프트하지도 않은 사운드에 매력적인 보컬과 외모로 그 진용을 갖춘 그룹 '이글스 Eagles'가 바로 그들이었다.

제목만큼이나 단순하고 가벼운 첫 데뷔 싱글 <Take It Easy〉는 심오한 가사와 점점 복잡미묘해지는 음악성을 보이던 영국 밴드들의 노래에 비해 오히려 대중들에게 강렬하고 신선하게 다가왔는지 일대 히트를 기록하며 엄청나게 판매되었다. 이후 발표되는 앨범들은 줄줄이 히트작이 되었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 리스트'라는 것이 있다. 대략 3,000만 장 이상 팔린 앨범들이 상위 10위 안에 포진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이 한 가지 눈에 띈다. 정규앨범이 아닌 베스트 앨범 한 장이 들어 있는 것이다. 보통 베스트 앨범 혹은 컴필레이션 앨범이라고 하는 것은 가수의 유명세를 빌어 비교적 안정적인 판매고를 기록, 절대 망하지 않으려는 제작사의 '장삿속'이지만 본래 히트한 정규앨범보다는 많이 팔릴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이글스의 베스트 앨범 《Eagles-Their Greatest Hits 1971~1975》는 정설과는 무관하게 전 세계적으로 4,000만 장이나 팔렸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앨범에는 그들의 대표곡 〈Hotel California)가 수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그들의 1976년 앨범  《Hotel California》도 역시 10위 안에 들어 있으니 이쯤 되면 이글스의 투자대비 효과는 100점 만점에 200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록 음악 마니아들이 1970년대를 레드 제플린의 시대라고 하지만, 레드 제플린이 드러머 존 본햄의 죽음으로 장렬히 전사하는 동안 정작 쏠쏠히 재미를 보고 빠진 것은(?) 이글스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아무리 이글스를 이리저리 흉보려 해도 그들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노래 때문이다. 한번 들으면 첫눈에 반해 곧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는 이글스의 곡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Hell Freezes Over》는 1980년 2장짜리 이글스의 라이브 앨범 이후 14년 만에 재결합한 공연 실황에 몇 개의 신곡을 얹어 발매한 앨범인데, 사실 신곡들의 무게는 그들의 다른 언플러그드 히트곡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어떤 이글스 마니아들은 “쓸데없이 왜 신곡을 음반에 넣었냐"고 투덜대기도 한다. 나도 이 앨범을 들을 때면 5번 트랙 <Tequila Sunrise>부터 시작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남부러울 것 없는 50줄의 멤버들이 모여 새로운 음악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나름 의미를 둔다.

그런 면에서 《Hell Freezes Over》는 CD보다는 DVD를 보는편이 훨씬 좋다. DVD는 퀸의 <Bohemian Rhapsody〉,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과 더불어 록 음악 중 가장 많은 전파를 탔다는 <Hotel California〉가 첫 곡이고, 그들의 No.1 히트 싱글 다섯 곡을 포함한 유명한 노래들이 고스란히 모두 들어 있으니 말이다.

30년 전의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그대로 보여 주는 베이스주자 티모시 B. 슈미트Timothy B. Schmit의 <I Can't Tell You Why〉,언플러그드 느낌이 가장 잘 살아 있는 <Tequila Sunrise〉, 예전의 전형적인 이글스 넘버들인 <Life in The Fast Lane〉과 〈Take It Easy〉 등. 특히 돈 헨리 Don Henley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드럼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Desperado〉와 〈Wasted Time>에서 보여준다. '팝과 록 역사상 가장 섹시한 목소리' 라는 찬사가 전혀 거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Desperado〉는 DVD의엔딩곡이기도 하다.) 돈 펠더Don Felder와 조월시 Joe Walsh는 일렉트릭 기타는 물론이고 클래식 기타, 만돌린까지 연주하며 언플러그드로 전환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깔끔한 이글스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글스의 곡들 중에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던 다섯 곡은?(One of These Nights)1975, (The Best of My Love)1975, (Hotel California) 1977.〈New Kid in Town>1977,  <Heartache Tonight>1979 이다. 1972년 데뷔곡 <Take It Easy〉와 〈Witchy Woman>은 각각 빌보드 싱글 차트 12 와 9위를 기록했다.

이글스 최고의 매력은 멤버 전원의 노래 실력이 모두 뛰어나다는 데 있지 않나 싶다. 메인 보컬은 글렌 프레이(Glenn Frey)와 돈 헨리가 주로 맡고 있지만 나머지 멤버들도 솔로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는 그 어떤 프로 코러스의 하모니보다도 깔끔하다.

이들이 컨트리 가수 린다 론스태드Linda Ronstadt의 코러스 겸 밴드를 하다가 의기투합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멤버 각자 자신의 밴드에서 '한 노래' 했었으며 이글스 해체 이후 각자 솔로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거듭했다는 사실 또한 이들이 '가수'로서의 자질이 뛰어났다는 것을 보여 준다.(이 중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멤버는 드러머 돈 헨리였다.)

<Tequila Sunrise〉의 전주 부분에서 이글스의 창립 멤버 글렌 프레이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해체한 적이 없다. 14년간 휴가를 즐겼을 뿐이다." 아! 이 가진 자의 여유란………. 많은 밴드들이 해체와 재결성, 반목과 합종연횡을 거듭하여 음악 비즈니스에도 권력과 암투, 그리고 돈이 지배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는 하지만 청바지에 남방셔츠를 걸친 독수리 떼 아저씨들이 15년 만에 들려주는 연주와 화음은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노후의 청사진'이다. "

예전에 유럽여행 중 로마의 한 술집에서 겪은 작은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 술집에는 세계 각국에서 배낭여행을 온 각양각색의 젊은이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동양권을 대표해 5~6명의 한국 대학생들도 있었다. 이국의 정취와 약간의 알코올, 젊음의 결속력에 힘입어 사해동포적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갑자기 흘러나오기 시작한 노래는 바로 이글스의 <Take It Easy>. 신기하게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까지 추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전까지 비교적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분위기를 주도하던 한국 청년들은 그만 순식간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나중에 5대에 다닌다는 똘똘해 보이는 친구가 나에게 와서물었다.

“형님, 아까 다 같이 부르던 노래가 도대체 뭐였어요?"

“아, 그거 이글스의 <Take It Easy>라는 노래예요. 우리말로 '데끼리지' 라고도 하죠. 하하하.”

"아니, <호텔 캘리포니아 > 부른 그 이글스요?" "네・・・・・.."

이 청년 마치 퀴즈쇼에서 아는 문제를 못 맞힌 출연자처럼 아깝다는 표정을 짓더니만 수첩에 곡 제목을 적어간다. 시험에 익숙해진 한국사람들에게는 음악도 공부해서 암기하는 그 무엇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닌지 뒷맛 씁쓸해지는 밤이었다.

* 날개 잃은 독수리 돈 펠더의 퇴출

《Hell Freezes Over> 이후, 이글스는 활동을 재개했지만 애당초 글렌 프레이와 돈펠더 사이의 반목이 '14년 휴가'를 제공했던 만큼 재결합 후 펠더는 밴드의 음악과 스케줄 등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고 급기야 2001년 문자 그대로 밴드에서'해고된다. 노발대발한 펠더는 이글스를 상대로 고소를 했고, 이글스 측도 역시 맞고소로 대응하는 볼썽사나운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재판은 몇 년을 끌다가 서로 합의하에 고소를 취하했지만 늙은 독수리들의 공연과 새 앨범에서 더 이상 돈 펠더를 볼 수 없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