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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고약 본문
고약
우리 어려서는 잔병도 많고 사달도 많았다. 또 이에 대처하는 민간요법도 가지가지였다. 볼거리가 생기면 볼 밑에 잉크를 발랐다. 어떤 때는 한 학급에 두서넛이 잉크를 바르고 출석해서 잉크 쌍둥이라고 놀림감이 되기도 하였다. 어쩌다 다리에 상처가 생겨 피가 나면 고운 모래를 뿌려 피를 멎게 했다. 손을. 다쳐 상처가 나면 종이를 태워서 그 재를 상처에 뿌리고 헝겊으로 동여맸다. 머리가 허옇게 되는 기계총을 앓는 동급생이 끊이지 않았다.
전시여서 먹을 것을 제대로 못 먹으니 영양실조가 되어 이런 불상사가 자주 생긴 것이다. 물론 열악한 위생 환경 탓이기도 하였다. 기계총은 대체로 이발소에 갔다가 옮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약물 치료를 받지 못하던 시절 그나마 의약품 노릇을한 것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고약이었다. 몸의 헌 데나 종기가 생겼을 때 누런 기름종이에 싸여 있는 검은 고약 덩어리를 녹여서 붙여놓으면 며칠 지나 아무는 것이 보통이었다.
고약 상표로는 '조고약이 있었고 '이명래고약'이 있었다. 우리 고향 쪽에서는조고약이 흔했다. 이명래고약을 만든 집안은 나중 작가이자 헌법학자인 유진오 총장의 처가라고 하여 화제가 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해방 후에 많은 피부 연고가 판매되면서 고약은 사라지게 되지만 6·25 전까지는 그래도 많이 쓰였다. 그 무렵 미군 부대에서흘러나온 다이아진이 거의 만능 약처럼 여겨져 수요가 많았다. 다이아진은 설파다이아진sulfadiazine의 준말로서 1940년에 나온 항균제다.
1950년대를 지나 60년대가 되면 다이아진의 실물도 성가도 사라지게 된다. 우리 쪽에서는 다이아찡이라고 발음하였다.
사라지는 말들 / 유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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