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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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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는이야기

레스토랑과 식당은 원래 어떤 곳이었을까?

김현관- 그루터기 2023. 7. 11. 00:35

레스토랑과 식당은 원래 어떤 곳이었을까?

옷장에서 제일 좋은 옷을 골라 갖춰 입고 곱게 화장을 하고 반짝반짝 구두를 닦고 날개라도 단 듯 집을 나서, 좋은 사람과 근사한 레스토랑에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에 모두 영양이 필요한 날이지요. 레스토랑(restaurant), 우리말로는 음식점, 혹은 식당으로 옮기는데 우리나라에서 레스토랑과 식당은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서양 음식을 파는 곳은 레스토랑, 한식이나 일식 등의 음식을 파는 곳은 식당,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레스토랑과 식당이라는 말은 어떻게 태어났을까요?

레스토랑은 불어 동사 '레스토레(restore)'에서 파생된 명사로 레스토레는 '체력을 회복시키다', '원기를 회복시키다'라는 뜻입니다. 그럼 레스토랑은 당연히 '원기를 회복시키는 장소'쯤 돼야 할 것 같은데 원래 음식 이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곰국이 있다면 영미에는 치킨 수프가 있고 프랑스에는 브이용(bouillon)이 있습니다. 브이용은 뼈와 고기, 각종 채소와 향신료를 넣고 푹 삶아 맑게 국물을 우려낸 일종의 수프나 스튜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양()의 발을 주재료로 한 브이용을 '몸과 마음의 원기를 회복시키는 음식'이라는 뜻에서 '레스토랑'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음식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어떻게 음식을 파는 장소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민박집에서 여행객들에게 레스토랑을 무상으로 제공했는데 점차 '어느 민박집의 레스토랑이 맛 좋더라~' 하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러레스토랑을 맛보려고 찾아오는 손님이 생겨났고, 민박 주인이 업종을 숙박업에서 요식업으로 바꾸면서 오늘날의 레스토랑이 됐다는 설입니다.

두 번째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되고 왕정이 무너지자 직장을 잃은 베르사유 궁전의 요리사들이 샹젤리제 거리로 나와 레스토랑을 팔면서 생겼다는 설입니다. 이때 레스토랑은 꼭 양의 발을 주재료로 한 것이라기보다 각종 고기나 생선을 넣어 끓인 브이용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왕과 귀족의 음식을 담당했던 요리사가 만드는 음식을 돈만 있으면 누구나 먹을 수 있게 됐으니 파리 시민의 관심이 대단했겠지요. 게다가 그곳에 가면 왕이나 귀족처럼 깍듯한 대우를 받았으니 몸뿐 아니라 마음의 원기가 되살아나는 걸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점차 맛있는 음식에 최고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식당을 가리키는 말로 '레스토랑'을 쓰기 시작했다는 설입니다.

두 가지 설이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레스토랑이 가정에서 먹는 음식이었는데 팔게 됐다는 점이지요. 반면 우리나라에서 '식당'이라는 말은 조선 초기에 성균관 유생들을 위한 단체급식을 일컬었습니다. 나라의 재목이 될 성균관 유생들을 위한 음식이니얼마나 정성을 들였을까요.

프랑스의 레스토랑과 우리나라의 식당 모두 원래 음식을 먹는 장소가 아니라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 이름이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레스토랑과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 어떤 음식이어야 하는지 잘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지요. 레스토랑처럼 원기를 회복시키고 식당처럼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레스토랑의 변천사를 비슷하게 밟은 단어가 또 있습니다. '호텔(hotel)'입니다. 'hotel''순례자, 참배자, 나그네를 위한 숙소'를 뜻하는 라틴어 'hospital'에서 왔는데 정작 오늘날의 hospital은 숙소가 아니라 병원이지요. 하지만 이를 통해 호텔과 병원이 같은 뿌리를 가진 형제 단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세 시대에 숙박시설은 수도원을 중심으로 발달해서 병도 치료하고 숙식도 제공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호텔은 수도원과는 영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프랑스에서는 호텔을 '오뗄(hotel)'이라고 부르는데 원래 귀족의 대저택을 지칭하는 단어였습니다. 같은 귀족의 대저택이라도 도시에 세운 것을 '오뗄', 전원에 세운 대저택을 '샤토(chateau)'로 구분해서 불렀는데 하나는 호텔이 되고 다른 하나는 와이너리 이름에 붙는 명칭이 됐습니다.

유럽에는 귀족의 대저택을 호텔로 개조한 사례가 많습니다.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세상을 떠나기 전 두 달 동안 머물렀던 곳은 파리 생제르맹 데프레에 있는 호텔, 로텔(L'hotel)이었는데 마고 여왕의 별장이었습니다.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가 <워털루 다리>를 그린 곳은 런던 템즈강변에 위치한 사보이 호텔로 사보이 백작의 대저택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현대에 새롭게 건축한 호텔도 중세의 수도원보다는 귀족의 대저택의 외관에 가까워보입니다.

요즘은 호텔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비롯해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 등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병원과 같은 어원을 둔 것에 걸맞게 말이지요.

https://youtu.be/gFFh-HRNP48

Boccherini : 현악 5중주 E장조 Op.13 No.5> 3악장 미뉴에트

 

보케리니는 고전파시대의 작곡가로서 이탈리아출신인데요,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였습니다. 하이든과 동시대를 살았고, 연주실력을 인정받은 뒤로는 전세계로 연주여행을 다녔다고하는데요, 3/4박자의 현악 5중주곡 미뉴에트는 프랑스 궁중에서 귀족들의 춤곡으로 쓰였다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