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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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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는이야기

너른 도량(度量)

김현관- 그루터기 2023. 7. 10. 08:27

너른 도량(度量)

2022-07-07 00:30:52

 

너른 도량(度量)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좋은 일의 최고 표현인 '평양 감사' 자리이다. 고위직 공무원의 선망의 대상이요, 한편 질시와 모함도 받는 벼슬이기도 하다. 이 계명이 평양 감사로 있을 때, 그를 헐뜯는 사람이 사간원()에 있는 김 정국을 찾아가 말하였다.

"이 계명이 평양에 큰 누각을 짓는데 그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사람들을 많이 써서 백성들이 심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정국은 그 자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평양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상세히 물어보았다. 역시 처음 들은 것과 다름이 없어서 사간원 동료들과 의논하여 이 계명을 탄핵하였다. 김 정국의 탄핵으로 이 계명은 결국 평양 감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그런데 후에 밝혀진 것은 탄핵의 내용과 크게 달랐다. 놀고 있는 관원들을 시켜서 열흘도 못되어 두어 칸 작은 정자를 지은 것이 그렇게 황당한 소문으로 번진 것이다.

얼마 후 김 정국은 이 계명을 찾아 엎드려 사과하였다. 그러나 이 계명은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지난 번 일은 자네의 사소한 실수이긴 하지만 불의를 보고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그 용기는 높이 살만하네. 이제 다 잊고 술 한잔 하게.”

이 계명은 호탕하게 웃으며 김 정국의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 주었다. 김 정국은 그의 너그러운 마음과 깊은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었다.

큰 바다는 항상 그 넓은 가슴을 열어 놓고 소리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이 계명은 진정 바다 같은 넉넉한 사람이다. 김 정국의 잘못을 흔쾌이 용서하고 이제 다 잊고 술 한잔 하게' 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삶의 멋이요, 여유이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너른 도량이요, 관용의 지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