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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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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입 원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2. 20:00

입 원

 입원했다. 당뇨와 기관지, 간과 장까지 안 좋다 하고 빈혈, 체중감소 등등의 이유로 난생처음 입원이란걸 했다. 작년 12월부터 기침을 해대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15kg 이상 체중이 빠지는게 심상치 않았다. 우선 기침부터 치료할 요량으로 감기약부터 사 먹었으나 전혀 듣지를 않고 이비인후과엘 가봤으나 그닥 효과를 보지 못해 결국 종합진단을 받으려고 그래도 집사람과 내가 편하게 운신할수 있는 기독병원으로 맘을 잡았다. 

 담당의사인 이재갑 과장님은 기초검사 결과로 대번에 입원해 2~3주간 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직장 사정이 여의치 못해 그리 못한다 했더니 그럼 죽으란다. (실제표현은 아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와 집사람은 알았다 하고 달력의 날짜와 연차 일정을 요리조리 맞추어 6월 초에 입원을 하였다. 가족 외의 주변에는 연락을 안하고 기독병원 1712호실에 입원을 했다. 2인실이다

 입원 첫날부터 입원실 문이 수난이다. 이런저런 검사라 하며 열 번도 넘게 채혈을 하더니 피가 모자란다며 수혈을 한다. 포도당주사는 퇴원할 때까지 23병이나 투여를 하고 당 검사를 하루 4번이나 하고 수시로 채혈도 하면서 체온 체크도 하고 항생제 투여, X-RAY촬영, 초음파 검사 동위원소 검사, 위내시경 검사, 장내시경 검사 등 정신없이 닥아세우는 통에 없던 병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결국 내 양쪽 팔은 채혈 과수혈, 항생제 투여 등 수없는 바늘이 들락날락거리더니 온통 피멍이 들어 엉망이 되고 말았다.

 7층의 간호사들은 3교대를 한다. 예쁘장한 간호사도 있고 그렇지 않은 간호사도 있다. 한데 예외 없이 조금 예쁘다 싶은 간호사들의 주사 놓는 솜씨가 형편없다. 바늘 관리도 엉성하고 불안하다. 남들보다 덜 예쁘다 싶은 간호사들은 참으로 주사도 안 아프게 잘 놓고 놓고 난 다음의 관리도 참 잘한다. 입원 이틀째에 들어온 어느 예쁘장한 간호사 하나가 내 왼쪽 팔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혈관을 못 찾고 들쑤시기만 해서 눈물을 쏙 빼더니 결국은 포기하고 선임 간호사를 보냈다. 이후 그 간호사에게 주사 맞는 건 포기했다.

 포도당 주사를 맞을 때 연결관을 팔에 고정시키는 건 반창고다. 천으로 된 반창고가 간지러운 줄 그때 알았고 투명 반창고가 있다는 건 예의 그 예쁘지 않은 간호사의 배려로 알게 되었다. 간지럼을 타는 환자에게는 자신들이 구입한 투명 반창고를 붙여준다는걸...퇴원하며 그 간호사에게 투명반창고를 구입해 주며 고마운 인사를 전했다.

 병원은 독특한 냄새가 난다. 난 그 냄새가 싫다. 클로로포름과 또 다른 냄새와의 혼합된 냄새는 내겐 아주 역하다는 느낌을 주었고 병실 밖으로 나가는 시간을 새벽으로 제한시켜주었다. 그나마도 새벽에는 모든 냄새들이 가라앉아 시원한 느낌이라도 주니 말이다. 입원 내내 화장실을 가건, 세면을 하건, 식기를 밖으로 내놓건, 잠을 자던, 물을 뜨러 가 건, 왼쪽 팔 아니면 오른쪽 팔에 딸려서 끌고 다녀야 하는 포도당 주사 수레는 항상 나를 구속하고 신경 쓰이게 했다. 정말 그놈의 포도당 주사 수레는 두 번 다시 끌고 다니고 싶지 않다. 아주 징그럽다. 누군 입원하는 걸 좋아할까 마는 입원이 아주 싫어진 큰 이유 중의 하나다.

 병원 식사는 정말 먹을게 못된다. 항상 밍밍하고 국은 미역국이 되었건 떡국이건, 어떤 국이 건 거의 비슷한 들척지근한 맛을 유지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어떻게 다른 재료로 같은 맛을 내는지 참으로 놀랄 일이다. 반찬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 나물에 그 반찬이다. 간혹 눈에 띄는 반찬이 있다. 나는 딱 한번 먹어보았다. 입원해 있는 동안 딱 한번! 조기 토막 하나가 나를 감동시켰다. 진짜 참조기다. 크기는 작아도 쫀득하니 잘 떨어지지 않는 육질과 잘 맞은 간...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조 기 한번 맛보았다. 아이러니다. 맛없는 병원 반찬에서 정말 진짜 반찬을 맛보았다는 게...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내 입맛을 돌아오게 한건 동창 두열이가 대형할인점에서 사 온 멸치 고추볶음과 장조림, 창난젓과 명란젓이었다. 병원 반찬과 함께 조금씩 입맛을 돋우며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그릇씩 뚝딱 먹어치우는 식성으로 돌아왔다. 정말 두열이에게 감사한다. 봉환이도 어떻게 알고 장조림 고기를 두어 근 끊어왔다. 병원 입원했을 때는 장조림이 제일 맛있다면서... 정구는 얘기도 안 했는데 병실에 자기 처와 함께 짠 하고 들어오더니 건강하게 살라며 일장 훈시를 한다. 참 좋은 친구들이다. 기수형이 2년 만에 필라델피아에서 전화를 했다. 너무 반가웠다.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했더니 단번에 자기는 너무 멀어 못 온다며 엉뚱하게 동석형을 보냈다. 참으로 눈물겨운 우정들이다. 

 간혹 병실 안까지 대성통곡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또 한분이 운명하신 게다. 참으로 산다는 게 무언가 싶다. 어떤 삶을 살고 돌아가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죽는다는 것 자체가 가족들에게 오열을 주고 절망을 준다는 게 정말 싫다. 여기 병원 입원실까지 와서 죽는다는 건 거의 모두 중환자실을 거쳤거나 오랜 투병이거나, 급성환자들 일터인즉, 보호자들 중 상당수는 돌아가실 분의 임종을 예견했을 텐데. 그래도 죽음은 서로 대화를 못하는 슬픈 현실이기에 눈물부터, 통곡부터 나오는 모양이다. 비라도 추적추적 오는 날 듣는 통곡소리는 더욱 애끓는다.

 내가 병원에 입원하기 얼마 전 큰아들 석민이에게 발을 치켜들며, "아빠 양말 좀 벗겨라" "아빠가 더 아프게 되면 네가 아빠 수발을 들어야 된다" 하고, 마침 T.V 에서 몸을 거동하기 힘든 환자가 나오길래, "아빠는 저 정도 되면 식구들 고생 안 시키고 산에 올라가 아무도 모르게 떨어져 죽으련다... 했더니 꽤나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자식한테 할 얘기가 있고 하지 말아야 될 이야기가 있는데 몸이 아프다 보니 그만하지 말아야 될 이야기가 저절로 입 밖으로 나와 버린다. 내가 입원을 하고 얼마 안 돼서 대학과 군대생활과, 백 수생 활등 5년 동안 모아두었던 용돈과 게임 아이템까지 팔아서 꽤 많은 돈을 아내에게 주며 아빠 입원비에 보태라며 내놓는 큰아들 놈의 손과 눈이 우리 두 부부를 엄청 감동시켰다. 잘 큰 내 아들...

 입원한 병실이 2인실이라 옆 침대에도 환자가 한 명 있었다. 최효민이라고 작은아들 경민이와 동갑이다. 운봉공고 토목과 엘 다닌단다. 엄마와 헤어진 (사별인지, 이혼인지는 모른다) 아버지는 광주에 있는 수협에 다니신단다. 입원해서 집사람은 한번 본 모양인데 난 한 번도 못 뵈었다. 이모집에서 숙식하며 학교엘 다니는 모양인데 역시 이모도 한번 못 뵈었다. 대신 여자 친구 한 명이 아예 들러붙어 간호 아닌 간호를 하고 있었다. 검정고시 시험을 본다는 여자 친구는 예쁘장하니 생겼는데 중학교 동창으로 만나 지금까지 사귄다고 한다. 밤 낮 붙어 앉아 혹은 누워, 키득대는 모양이 귀엽기도 하고 눈꼴시기도 하였으나 그냥 참고 넘겼다. 예의 없고 배려 없는 게 요즘 아이들이려니 하고 경민이나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던 한쌍이었다.

 "김ㅇㅇ씨 25일 퇴원입니다."

이 재갑 과장님의 이 말이 복음처럼 들렸다. 이미 아침마다 들리는 젊은 주치의에게 언질을 받았으나 직접 과장이 얘길 하니 현실감이 들었다. 당장 포도당 주사부터 빼 달랬더니 23일까지는 맞아야 한단다. "에구..."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누구든 쉽게 말한다. 진리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그 진리를 잘 잊어버리고 산다. 입원은 많은 걸 보게도 하며 느끼게 한다. 삶을 뒤집어보게 한다. 나이가 드니 그런 생각이 더했던 모양이다.

 어느 병원이든 다 같을게다. 환자와 의사, 간호사, 또 다른 환자, 병원환경, 삶과 죽음, 입원과 퇴원, 입원비에 대한 부담, 불편한 침대 , 맛없는 식사, 재미없는 옆 환자 등등.. 하지만 난 감동을 준 아들과, 친한 친구들의 진한 우정, 되돌아온 건강, 3주 동안 지극정성으로 나를 돌본 아내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되새겨 볼 수 있는 귀한 기간이 되었다  2007.07.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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