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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옥수수빵을 그리며 본문

내이야기

옥수수빵을 그리며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2. 15:46

옥수수빵을 그리며 

지금은 물질이 풍요로운 세상이다. 우리 어릴 때는 왜 그렇게 먹을 게 없었는지! 정말 힘든 어린시절이었지만 그때 먹던 먹을거리들이 지금 입맛에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은 어찌 된 영문일까? 학교를 파하고 앉은뱅이 찬장에서 꺼내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떠 먹던 고소한 식은 좁쌀죽 맛은 아직도 내 입속에서만 감돌뿐, 그 시절 이후 먹어본 적이 없다.

4학년부터 급식 빵을 나누어 주었는데 겉모습은 거무튀튀하고, 딱딱해 보이는 옥수수 빵이었다. 반으로 쪼개면 노르스름한 속살에 맑은 거미줄 같은 것이 주욱 늘어나던... 하지만 맛은 거칠어도 엄청 고소한 빵이었다. 꼭 반만 먹고 나머지는 4살 배기 여동생에게 가져다주면 참 맛있게도 잘 먹었다. 이 빵도 4학년 이후 먹을 기회가 없었다. 100% 순 옥수수가루로 만든 이 빵은 지금 만들려면 재료비가 많이 들어 꽤 비쌀 것 같다.

 5학년부터는 하얀 빵을 급식 빵으로 주기 시작하였다. 삼립빵이라는 로고가 박힌 노란 나무상자에 5개씩 비닐봉지에 담겨 있던 하얀 빵은 정말 부드럽고 또 따뜻하기까지 하였다. 구로동 공장에서 갓 만들어 배달된 하얀 빵은 밀가루로만 만들었고 지금의 모닝빵을 10배쯤 불려놓은 듯한 당시로서는 매우 맛있던 빵이다. 이 빵은 내게 2개씩 주어지는 특권(?)이 주어졌는데, 담임선생님 몫으로 배당된 2 봉지의 빵 중 한 개가 내게 주어졌다. 내 여동생에게도 빵 한 개를 통으로 먹는 기회가 주어졌다. 

 중학교 들어가고부터는 급식의 기회가 사라졌다. 빵 급식은 초등학생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이다. 3학년에 올라가서부터 집이 인천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이집저집 옮겨 다니다 집장사하는 외삼촌댁에서 사촌 여동생 가르치는 조건으로 숙식을 해결하고 학교엘 다닐 수 있었다. 외삼촌 댁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어려운 구석이 있어 늘 배고픈 상태였고, 궁여지책으로 회수권을 팔아 크림빵을 사 먹고는 10 정류장 가량 되는 먼 통학길을 걸어서 다니곤 하였다 그때의 그 빵 맛은 정말 활홀함이었고 배부름을 충족시키는 잘 익은 갈비를 먹는 느낌이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같은 먹을거리를 구해 맛을 음미해봐도 이제는 같은 맛을 느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때의 내가 아니고 그때의 음식들이 아닐 것이니... 그냥 어려운 시절의 추억으로 대신해야지!

- 2007. 11. 20. 옥수수빵을 그리며 -

※ 지금은 없어서 맛보고 싶은 것들 - 달걀 아이스크림, 냉차, 분말 주스(파인) , 재강, 쫀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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