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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지적 / 따뜻함에서 태어나는 차가운 말 본문
지적 / 따뜻함에서 태어나는 차가운 말
知識 ,知慧 ,生活/같이공감할 수 있는곳 2022-04-29 10:05:54
![](https://blog.kakaocdn.net/dn/Ff6E2/btsnILS98Sb/OnWKtzZUbFQXG8o8Xzu8l1/img.jpg)
지적 / 따뜻함에서 태어나는 차가운 말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일화다. 어느 날 쇼는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좋아하지만 로댕의 작품이라면 무턱대고 혹평하는 미술 애호가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쇼는 데생 작품 한 점을 손에 쥐고 흔들며 "제가 최근 손에 넣은 로댕의 그림입니다"라고 말했다.
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애호가들은 그림의 흠을 들추어 헐뜯기 시작했다. 험담과 험담이 허공에서 맞부딪쳐 험담의 아우성을 만들어내며 휘돌았다. 어지럽고 어수선했다. 그러자 쇼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험담의 한복판을 겨냥해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그 문장이, 한데 뒤엉켜 있는 험담들을 순식간에 흩어지게 하였다. 쇼는 말했다.
"아차, 미안해요. 제가 그림을 착각했네요. 이 그림은 로댕의 것이 아니라 미켈란젤로의 작품입니다."
쇼의 집에 초대받은 이들처럼, 스스로 쌓은 편견의 감옥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본인의 머리와 마음속에 있는 것만을 유일한 정답으로 간주하고 나머지는 무조건 오답으로 치부하는 경우다.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실과 진실을 본인이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의 입장과 감정은 편견의 감옥 바깥쪽에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존심이라는 급소가 있다. 더욱이 일반 성인은 자신이 남보다 특별히 우월하지는 않더라도 열등하지는 않다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와 능력이 평균치를 웃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일컬어 '자기 고양 오류 self-serving bias'라고도 한다. 그 때문에 몸담은 조직이나 단체의 구성원들 앞에서 부당한 지적과 모욕을 당하면 자존심이 몇 곱절 더상하게 마련이다. 말이라는 흉기에 찔린 상처의 골은 너무 깊어서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다. 어떤 말은 그 상처의 틈새로 파고들어 감정의 살을 파헤치거나 알을 낳고 번식하기도 한다. 말로 생긴 상처가 좀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삼 고려 때 문신 추적이 금언과 명구를 모아엮은 <명심보감明心寶鑑>의 글귀가 떠오른다. <명심보감> <언어>편을 펼치면 말의 본질과 관련해,
“이인지언 난여면서 상인지어 이여형극, 일언반구 중치천금 일어상인 통여도할
利人之言 煖如綿絮 傷人之語 利如荊棘, 一言半句 重値千金 一語傷人 痛如刀割"
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처럼 따듯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다.
한마디 말의 무게는 천금과 같으며 한마디 말이 사람을 다치게 하면 그 아픔은 칼로 베이는 것과 같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피로 사회》라는 책을 통해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21세기를 지배하는 질병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질환이다"라고 말했다.
난 그의 주장을 빌려, 작금의 우리 사회를 '지적指摘과잉의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불평과 지적을 입에 달고 살아가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듯하다. 쓴소리와 하나가 되어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른 경우도 있다.
그러나 타인의 허물을 콕 집어서 가리키는 지적의 말은 자칫 독설로 변질할 수도 있다. 독설은 글자 그대로 혀에서 나오는 독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독도 있지만, 대개 몸과 마음을 망치고 독을 흩뿌린 사람의 혀마저 망친다. 착한 독설, 건설적인 지적을 하려면 나름의 내공이 필요하다. 사안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통찰은 물론이고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말 속에 배어 있어야 한다.
말 자체는 차갑더라도, 말하는 순간 가슴의 온도만큼은 따뜻해야 한다.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비판의 한자를 들여다보면, 미약하나마 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비평할 비는 손수 변에 견줄 비가 합쳐진 글자다. 사물이나 사물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제대로 된 비판이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순간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검지뿐이다.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세 손가락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검지를 들어야 한다. 타인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내가 떳떳한지 족히 세 번은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늘 타인을 지적하며 살아가지만, 진짜 지적은 함부로 지적하지 않는 법을 터득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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