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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영흥도엘 다녀 오는데.. 본문

가족이야기

영흥도엘 다녀 오는데..

김현관- 그루터기 2023. 7. 31. 00:21

https://youtu.be/-cpii5DlLHY

 

영흥도엘 다녀오는데..

다른 동네는 간간 비도 쏟아지고는 하는데 내가 사는 이곳 인천은 벌써 며칠 동안 그대로 염천이다. 세상이 불덩이 속이니 가만있어도 염병을 앓듯 땀이 삐질삐질 온 땀구멍으로 솟아 나온다. 이런 날씨는 그저 피하는 것이 상수지만 염천의 여름 나기가 만만찮다. 어디를 가도 낮이면 불가마 속이요 밤에도 미처 빠져나갈 곳이 없는 훅훅 더운 기운이 기승이다.

이런 삼복더위의 한가운데 처가식구들과 영흥도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집사람과 처제들이 주동이 되어  근 사-오 년 만에 장인어른 생신맞이 여름나들이를 계획한 것이다. 코로나라는 괴물이 우리들의 일상을 꽤나 많이 헤젓고 다녔다는 게 여실하다. 

시화방조제를 들어서기 전부터 도로에는 차량들의 행렬이 너부죽하니 늘어서 있다. 아무리 더워도 집에서 나와 야외로 떠나자는 피서꾼들이 많다는 뜻이다. 느릿느릿 이어지는 차량들의 행렬을 따라 선재대교를 건너는데 한 마장 건너뛰어  목섬이 보인다. 썰물 때라 목섬을 배회하는 관광객들과 큼직한 트레일러를 연결해 모래벌판을 산책하는 경운기의 모습이 한가로워 보인다. 뜨거운 열기가 온 섬을 가득 감싸지만 바닷가의 낭만을 찾는 이들의 열정을 따르지는 못하나 보다.

이윽고 도착한 펜션에서 식구들이 반가이 맞는다. 펜션의 층고가 높고 거실에서 바라보는 바닷가의 모습이 시원하다. 창가에 비치는 해송의 구부러진 자태가 여유로워 새삼 이곳을 찾는 우리의 마음마저 편안해진다.  멀리 늘어진 용유도의 모습이 옅은 안개에 싸여 몽환적으로 다가오고 왼편 저 쪽으로는 덕적군도의 모습이 마치 부산의 오륙도처럼 길게 띄엄띄엄 도열하여 한 자리씩 자리 잡은 듯 명확하다. 썰물이라서 바닷물은 쭈욱 빠져 미쳐 보이질 않고  따개비가 가득 덮인 자잘한 바위들만이 군집을 이루며 지는 해를 맞이하고 있다. 

저녁을 챙겨 먹고 장인어른의 생신을 축하하며 다 같이 힘차게 해피-버스-데이 노래를 부른다. 경민이를 비롯해 손주들과 딸내미들이 성심껏 마련한 생일선물들을 전하며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하는데 호가네 모임의 명사회자 이 서방이  노래방기기를 활용한 사회를 보면서 흥을 이끌어 가고 있다. 식사 중 한 잔 하며 쌓아 둔 흥취가 식구들이 노래 한 곡씩 부를 때마다 합을 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성은이와 지현이의 짜랑짜랑한 젊은 목소리가 분위기에 기운을 더하더니 평소 점잖던 경민이가 열정적인 목소리와 제스처를 더해 노래를 부르자 흥이라는 녀석도  마치 터보엔진을 달고 폭발하듯 온 식구의 흥취를 한 단계 높여 미친 듯 달리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노래를 부르며 놀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다가오더라.

모임의 끄트머리에 지난 '기억의 기록' 사진전의 영상을 보면서 상영되는 사진 한 장 한 장의 의미를 되새기는 가족의 시간을 가졌다. 전시되었던 커다란 사진들을 선물로 드리자 깊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참 잘한 전시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 모든 흥을 이끌어 낸 이서방의 발군의 노력이 빛을 발한 멋진 날이다.

'이서방 수고 많았다'.

장인어른께서 놀이말미에  이렇게 즐거운 적이 언제냐면서 거듭 고마움을 표하시는데,. 참 후회 없이 잘 놀고 잘 먹고 마시며 즐긴 행복한 날이다. 장인 장모께서 연세가 있어 점점 몸이 불편하다는 말씀들이 늘어 나자 딸내미들의 걱정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모임의 뜻이 그래서 더 깊게 다가온다.

돌아오는 길 역시 밀린다. 영흥대교를 들어서기도 전에 어제처럼 끝 모르는 차량의 행렬을 바라보며 투덜대고 있는데 안산 사는 상구가 ‘이렇게 더운 날 돌아다니지 말자’라는 카톡을 보내왔길래 ‘염천에 잘못 돌아다니다 보면 나처럼 도로에 갇힌다'라고 답을 해 주었다. 정말 더운 날에는 이렇게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집안에서 시원하게 시간 보내는 게 상수다. 이러구러 차량들의 행렬을 뚫고 헤쳐 나와 점심을 먹고 동춘서커스 못 미쳐 회전전망대 카페를 들러 차 한잔하고 카페의 부속 시설인 식물원과 커피박물관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 뒤 가족 단체사진을 찍고 각자 헤어지며 다음의 만남들을 약조하였다. 

물때를 잘 못 맞추는 바람에 바로 눈앞의 바닷물에 발도 못 담갔네..아쉽구나..

오늘도 염천입니다.
건강관리 잘하시고
즐거움과 행복을 잘 챙기며
멋진 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3.7.29-30 영흥 해반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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