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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사씨와 교씨 사이에서 본문
반 고흐의 <나사로의 부활>(1890년)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것이나, 기독교인들이 지하 카타콤에 숨는 것은 모두 새 생명을 얻기 위한 고통이었다.
사씨와 교씨 사이에서
남미 엘살바도르 출신의 한 인류학자는 내가 우리나라의 단군신화를 이야기해주자 화들짝 놀라며 이런 말을 했다. "당신 나라 여성들은 아주 인내심이 강하고 현명한 모양이네요." 그는 "곰이 동굴에서 마늘과 쑥만 먹고 버틴다는 말은 새끼를 낳기 위한 행동"이라고 말하며 신이 나서 단군신화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생명이란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고 동굴은 여성의 생식기를 암시하고 있다고 한다.
예수가 죽은 뒤 동굴에 마련된 무덤에서 부활하는 것도 같은 이치며, 로마에 있는 지하묘지 카타콤Catacomb 에서 기독교인들이 어둠 속에 숨는 것도 바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산통을 치르는 것을 의미한다. 한 민족의 건국신화에서 이처럼 그 민족의 어머니가 겪은 인고의 세월을 노래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일본만 해도 남매였던 이자나기노 미코토와 이자나미노 미코토가 결혼해서 일본 열도의 4개 섬을 방귀뀌듯 낳고 임신 기간 동안의 고통이나 새 생명을 준비하는 기간은 보여주지 않는다. 더구나 이들의 출생은 친남매가 근친상간을 저질러 이루어진 것이다. 제우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세상을 다스리는 신이 되니 건국이란 전쟁 그것도 가족간에 벌어진 참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단군신화도 곰을 믿는 부족과 호랑이를 믿는 부족이 서로 싸우다가 곰족이 인내심 강하고 현명해서 호랑이족을 이긴다는 이야기이다. 서포김만중의 <사씨남정기>를 예로 들을 수 있다. <사씨남정기>에서 사씨가 얌전히 앉아 남편의 명령을 기다릴 정도로 나약한 여자였다면, 남편에게 버림받았을 때 얼른 다른 배로 갈아탔을테지만 잘못을 깨달은 남편이 돌아와서 용서를 구할 것으로 굳게 믿었다.
요즘 여권 신장이나 양성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대로라면 반금련이나 스칼렛 오하라가 시대를 앞서나가는 아주 혁신적인 여성상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나는 반드시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이들 여성이 시대를 앞서 오늘날을 살아도 매력이 넘치는 여성일것으로 믿는다.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가 있다. 먼저 반금련은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마음껏 표출했다. 20세기에 이런 인물이 있다면,아마 자유연애를 즐긴 히피 정도일 테지만 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숙한 여자 사씨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믿고 무엇보다 자기가 어떻게 행동해야 옳은지를 잘 알고 있었다. 교씨가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자기가 낳은 아들을 죽인 뒤 사씨가 자신을 질투해서 아들을 살해했다고 거짓고변을 할 때도 사씨는 보복을하지 않았다. 사씨가 그저 평범한 여성이라면 이럴 때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남을 해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라고 스스로 정당화했겠지만 사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남편 유현은 매파에게 총명한 여성을 구해달라고 부탁했고, 매파는 신성현의 사급사댁 소저를 소개한다. 아버지 사후영은 청렴하고 강직하여 조정 간신들의 횡포에 상소를 올렸다가 그들의 모함으로 소주 땅에 귀양간 사람이다. 소저는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했고,남편에게 소박을 맞고 시댁 소유의 초가에 살 때도 돌아가신 시부모를 꿈에서 만날 정도로 효심도 강한 여성이었다. 교씨는 사씨의 절개를 꺾으려고 냉진이란 사내를 보내지만 사씨가 피해 화를 면한다.
사씨는 자신이 소박을 맞을 때 주변 사람들이 이를 동정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아이를 죽였다면 마땅히 남편이 자신을 죽여야 하는데그냥 집에서 내치는 정도에 그친 것을 보고 아직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스칼렛 역시 자신을 원하는 남자들의 마음을 알고스스로 통제하며 가진 것을 지키고 가꾸려고 했다. 반금련은 이에 비하면 자기주장은 강한데 지혜는 없는 여성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방해가 되는 남편이나 그 뒤 다른 첩까지 학대하니 결국 서문경뿐만 아니라 시동생 무송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원한을 산다. 집 안에서조용히 처리할 것을 집 밖으로 끌어내는 어리석음을 범한 셈이다.
옛말에 남녀문제는 그들만이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진리는사회가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현명한 여성은 이런 것을 알지만 어리석은 여성은 이를 몰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연애의 진정한 법칙을 가르치는 것이 사랑이라면 누군가를 아낄 줄 아는 사씨와 스칼렛이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금병매와 사씨남정기 中 / 이 서규
말로 6집 '겨울, 그리고 봄' (2014.11) 타이틀곡 / 제 자리로
길잃은 아이 이제 제 자리로/
떠났던 사람 다시 제 자리로/
불빛 환한 밤 모두 제 자리로/
아픔없는 밤 모두 제 자리로
https://youtu.be/FlD1-ozS6PA?si=NUcuLJcLoN5OYYan말로 6집 '겨울, 그리고 봄' (2014.11) 타이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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