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생문

나생문

숲 속에서 발견된 무사의 살인사건에 대하여  남겨진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진술! 산적과 부인 그리고 무사와 마지막으로 등장한 나무꾼의 진술 중에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을 가장한 채 세상을 기망하는 세치 혓바닥들은 거짓말들을 풀어내기 바쁘고 관객들은 그들의 진술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느라 머리 굴리기 바쁘다.

소설 "나생문"과 "덤불 속"을 각색하여 탄생한 연극"나생문"! 오늘 관람한 "나생문"은 극단 "수"의 2003년 창단작품으로 이후 몇 년 간격으로 재공연 되며 관객과 평단의 관심을 갖던 작품이라 S.N.S에 리뷰가 상당히 많이 올라왔다.

나는 이 작품들을 아주 오래전 일본 소설전집에서 본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그리 관심을 갖고 보지 않아 대략적 흐름만 기억에 삼삼할 뿐이었는데 이번에 후배가 "이 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나생문"을 예약해 선물한 덕분에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 부부와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나생문"을 관람하며, 배우들의 연기가 선이 굵으면서도 세심하고 자연스러워 이 연극에 대한 그들의 뛰어난 능력과 지난한 노력을 느낄 수 있었고 연극에 대한 열정적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사의 전달력도 간결 명료하고 배우 간 서로 맞물려 짜인 대사를 통해 스토리의 결이 드러나 극의 큰 줄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음이 무엇보다 좋았다.

거기다가 극 중 필요한 타이밍이 세심하고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극의 흐름이 어긋남 없이 완벽하게 풀려 가는 점에 감탄을 하였고, 심중을 표현하는 천둥 효과와 타악기의 몰아 치듯 강렬한 비트가 극의 몰입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핀 조명의 적확한 중점도와 페이드 온과 오프의 전 과정도 참으로 훌륭하였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관객들이 극 중 흐름에 녹아들어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 있는 관람 매너를 보여 주면서 정말 오래간만에 본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106분간의 공연이 하나 지루한 감이 없었다는 것과

정말 압권은 그 흔한 스마트폰의 울림이나 진동소리도 듣지 못했으며  스마트폰을 열면 나타나는  빛의 방해가 단 한 번도 없었던 부분에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경외심을 가질만한 젊은 관객들이다.

오늘 모처럼 연극을 보면서 근 두 시간여를 한 곳에 몰두할 수 있도록 애써 나생문을 예약하고 선물해 준 다정한 후배 춘진에게, 그리고 늘 친구의 건강을 염려하고 내 모든 일에 관심과 사랑을 나눠 주는 내 친구 남수에게 깊은 우정과 감사를 보낸다.

   2015.4.29  -그루터기 -

 #  어느 교수는 연극 나생문이 우리에게 다변적 인식의 수용체로서의 위대한 도전을 이야기한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의 의견에 동의하기 힘들다. 거짓은 결코 위대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주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