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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는이야기

매월당식 저항

김현관- 그루터기 2024. 8. 16. 17:16

매월당식 저항

불의로 얼룩진 우리 역사인지라 그 불의를 둔 저항유형도 다양했다. 그 특색 있는 하나로 매월당형(梅月堂型) 저항을 들 수 있다.

세조의 쿠데타정권에 대한 매월당 김시습의 저항방식이며 이것이 본이 되어 후세에 저항유형의 하나로 정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 역사적 인물로 퇴계가 있듯이 매월당도 그런 인물로 부상하고 있으며, 어제 그제 매월당을 재조명하는 국제학술회의가 춘천에서 있었다.

이를 계기로 매월당형 저항이란 어떤 것인가를 따져보고 정의를 둔 현대의 양심과 저울질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도량과 지략이 비범했던 세조는 반체제의 매월당을 달래보려고 무척 애를 썼다. 매월당이 결승 행색으로 돌아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궁중에다 법회를 크게 열고 영문 모든 매월당을 잡아들였다. 그 점을 알고 매월당이 도망쳤고 세조가 이를 뒤쫓게 하자, 일부러 시궁 창에 풍덩 뛰어들어 흙탕물 위로 얼굴만 내놓고 깜박깜박했다. 차라 리 시궁창 구덩이 속이 낫지 그따위 임금의 법회에 몸담을 수 없다 는 의사전달을 그렇게 했던 것이다.

단종의 조신(朝臣)으로서 세조에 붙어 벼슬한 사람에 대한 그의 태도에도 일관성이 있었다. 신모(某)는 계략을 써서 술을 먹이고 인사불성이 된 매월당을 자기집에 업어다 재웠다. 옛정을 나누고 싶었지만 부른다 하여 찾아들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반에 눈을 떠 뉘 집에 와 있는가를 확인하기가 바쁘게 붙든 옷자락을 찢고 도망쳐 나왔다. 나와서 북한산 계곡으로 달려가 오염된 옷을 버리고 계곡물에 뛰어들어 오염된 때를 씻고 있다. 불의를 마치 돌림병을 옮기는 바이러스처럼 여겼던 매월당이었다.

매월당과 친한 스님으로 조우(祖雨)라는 이가 있었다. 언젠가 겸 상을 해서 밥을 먹는데, 『장자』를 노 모(某)라는 정승에게 배웠다고 조우가 말했다. 노 모는 바로 세조의 공신인 것이다. 그 말이 떨어 지자, 매월당은 발바닥으로 흙먼지를 쓸어 조우의 밥 위에 덮어씌웠다. "노 모에게 배운 자가 무슨 사람이라고 밥을 먹어?"

매월당은 자신의 몰골을 '벼룩처럼 오뚝 모난 얼굴 검기는 왜 이다지 검으며 눈은 옴박눈이요, 코는 옹기코, 입술은 두텁입술, 머 리는 더벅머리...'라고 써놓고 있다. 하지만 그 몰골 속에 담긴 정신 만은 매섭고 신선하다. 매월당의 눈으로 오늘을 보면 정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조야에 널려있고 그런 사람일수록 잘 사는 세상이다. 사안(史眼)을 모아 오늘을 본다는 말이 있는데 매월당 같은 이의 눈을 말함일 것이다. (88-7-20)

 

이규태 / 李奎泰 코너 (1985-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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