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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는이야기

노계론(老計論)

김현관- 그루터기 2024. 8. 16. 17:27

노계론(老計論)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의 『노년론(老年論)」을 읽고 난 몽테스키외는 "이야말로 사람들로 하여금 빨리 늙기를 기다리게 하는 책이다"고 말했다 한다.

바로 이 책에서 키케로는 노년이 처참해진 네 가지 요인으로 ①체 력의 약화 ②사고와 행동의 소극화 쾌락의 증발④죽음의 근접을 들고 이에 대한 반증을 들고 있다.

체력이 쇠해도 정신력으로 해낼 수 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있다 하고 소크라테스가 70세에, 플라톤이 80세에 정치와 교육 등에 끼친 노년의 역량에 대해 언급한다.

"돛을 달고 닻을 올리는 것은 젊은이들의 능사이지만 키를 잡는 것은 노인이다" 하고 젊은이들의 미숙으로 얼마나 크고 작은 나라들이 망했고 노인들의 손에 의해서 얼마나 크고 작은 많은 나라들이 홍했는가를 거론한다.

또 노인의 쾌락은, 주책없다고 주변에서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일 뿐 추구하면서 얼마든지 찾아 누릴 수 있다 하고, 소크라테스는 70세에 젊은 아내에게 젖 아기를 안겨 주었다고 지적한 대목은 애교가 있다.

노인의 장점을 역설한 대목보다 젊은이들로부터 괄시받지 않고 존경받는 노인이 되기 위해 핏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지적한 대목이 주의를 끈다. 소크라테스는 노년에 리라금(琴)을 배우고 있고 로마의 노사상가 카토는 70세를 넘겨 희랍어를 배우고 있다. 희랍의 노인들이 존경받았던 공통분모로서 핏인가 지식이나 기량을 익히고 있음을 든다.

그리고 키케로는 라케다이몬국이라는 이상적 노인국을 설정하고 있다. 키케로의 그것이 서양의 노년론이라면, 동양의 노년론은 송나라 주신중의 『노계론』이랄 것이다. 거기에 백 길이 넘는 거대한 어망을 얽으며 사는 바닷가의 한 늙은 어부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이 물었다. 쓸모없이 왜 그렇게 크게 얽어 나가느냐고. "올올이 내목숨이 길어지는데 쓸모가 없다니..." 하는 것이 반문이었다. "수족에 힘이 빠져 바다에 못 나가게 된 50세에 이 연수망(延壽網)을 짜기 시작, 지금 70세까지 짠 것이 이것이요. 앞으로 20년만 더 짜고는 죽으려 한다."

곧 늙어서 할 일을 늙기 전에 마련해 두는 것이요, 늘그막에 들어가 그 일에 마음을 쏟으면 노후가 뜻있고 즐거우며 또 젊은 사람들로부터 괄시받지 않고 따라서 목숨도 연장된다는 것이 주신 중의 노계론이다. 그러고 보면 동서양의 노년론이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고 또 할 일도 없어 고독을 못 참아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앞당겨 끊어버리는 노인자살이 빈발하고 있어 연수망의 노계론을 펴본 것이다. (89-12-22)

이규태 / 李奎泰 코너 (1985-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