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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푸른 제주에서 보낸 가족의 시간 본문

가족이야기

푸른 제주에서 보낸 가족의 시간

김현관- 그루터기 2024. 9. 5. 11:43

푸른 제주에서 보낸 가족의 시간

초가을의 제주는 자연과 사람을 한데 품어 안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함께하는 웃음과 추억을 담고자 제주로 향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제주를 더욱 기대하게 했고 그 기대는 이미 여행의 시작이 주는 만족감으로 다가옵니다 

8월31일 : 제주의 첫인사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의 춤사위와 함께 제주공항엘 도착했습니다. 작년인 줄 알았는데 확인을 해 보니 재작년에 갈치잡이를 하러 제주엘 왔었습니다. 벌써 2년이 흘렀네요 세월이 정말 빠르게 흘러갑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한 큰애가 렌터카도 예약한 덕분에 제주여행중 이동이 편안하게 이어졌으며, 여행 내내 두 아들과 며늘아이의 섬세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동문시장에 도착했을때 젊은 관광객들의 활기찬 움직임이 시장전체를 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시장의 정취를 느끼며 큰애가 선택한 시장 한 귀퉁이에 있는 동진식당의 고기국수 한 그릇으로 추억 하나 챙겼습니다. 처음 먹어 본 고기국수의 맛은 시장기를 채우고 나서도 은은한 뒷맛을 음이할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맛을 느끼게 했는데 내년이면 환갑의 나이를 맞이하는 가게의 전통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식사 후 탑동 이마트엘 들러 여행에 필요한 간식거리를 구입하고 주차장을 나서는데 바로 옆의 해안가로 향해 태양이 바다에 스며드는 낙조가 발걸음을 이끕니다, 푸른 하늘과 주황빛 물결의 조화가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안았고 그 마음을 품고 표선의 숙소로 한 시간가량을 달립니다.

9월 1일 : 자연과 바다의 포근한 품

다음 날 아침, 소노캄제주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웠습니다. 산책하며 숙소 바로 아래의 한적한 토산포구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젊은이들과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는 제주의 정취를 만끽했습니다.  며늘애가 끓여 낸 슴슴한 버섯샤부샤부가 아침 입맛에 제대로 들어맞습니다. 상쾌한 하루 일정의 시작이 좋습니다. 

오늘의 첫 목적지 돈내코 원앙폭포에서는 쌍둥이폭포와 발밑에서 끊임없이 거슬대는 용암바위들의 스침에 신경을 쓰며 즐겼습니다. 하지만 물이 너무 차가워 장소를 태웃개해수욕장으로 옮겼는데 이 곳은 바닷속이 너무 심술궂네요 수시로 얼음같이 차가운 물이 드나드는 덕분에 해수욕장 주변에만 맴돌았지만 큰애부부와 작은애는 먼바다로 나가 연실 즐거운 웃음을 지으며 즐기고 있습니다. 아내는 눈앞의 조금 깊은 물속에서 잔잔히 유영을 하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석민이 부부는 숙소 앞의 토산포구에서 스노클링을 하러 떠나고 우리는 쇠소깍 구경을 하러 잠시 별개의 일정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쇠소깍은 물과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다른 세계로 이끄는 듯 했고 카누를 이용해 즐기기 좋은 곳이나 울창한 나뭇가지들로 인해 풍광을 감상하기에는  다소 모자름이 있네요 외려 검은 모래와 어우러지는 주차장 앞 하효쐬소깍해변이 볼만합니다.

그리고 제주에서 근무하던 아우가 꼭 가보라면서 소개해 준 강정천엘 들렀습니다. 강정을 둘러보며 제주 역사 속 항일운동의 흔적을 되새기며 조용한 감정에 젖었습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은 그만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애가 별점이 최고라면서 들려 보고자 한  수아레빵집에 들렀는데 소문난 빵가게라 그런지 다 팔리고 몇 개 남지 않은 빵을 전부 구입했는데 바게트 취향이 아닌 내게는 그렇게 곰살맞게 다가오는 맛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의 맛집이라 그럴 겁니다, 내입에는 빵보다는 떡이 더 와닿습니다. 그리고 이마트에 들러 간단한 장을 보고, 편안한 숙소로 돌아와  가족끼리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9월 2일 : 탐방과 함께한 여유

새벽부터 분주합니다. 큰애부부가 한라산 탐방에 오르느라 준비에 부산합니다. 준비가 끝나고 작은애가 형부부를 성판악까지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한라산 오르내리는데 왕복 10시간가량의 여정인데 운동을 좋아하는 부부라 가능한 일정이지만 내 아들이라도 대단하다는 느낌이 훅 다가옵니다. 

우리는 식사 전 잠시 짬을 내 넓은 표선해수욕장을 들렀습니다. 얕은 바닷물이라 아이들과의 물놀이에 적당합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물속에서 노닐며 그네들의 웃음소리가 맑게 퍼져가고 있습니다. 여유롭고 사랑스러운 풍경입니다. 표선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식당을 찾아가는데 저쪽 길가에 하얀 예수님 상이 보입니다.

성지순례를 다니는 아내의 신심을 지녀주고자 작은애에게 차를 돌려 가보자 하였습니다. 성당이 맞습니다.  아내의 표정이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 표선성당에서 묵상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 후, 성당 근처의 할머니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보통 식당이 아닙니다. 아주 맛난 식사를 하고 섭지코지로 향했습니다.

섭지코지의 섭지란,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라는 뜻이며, 코지는 육지에서 바다로 톡 튀어나온 '곶'을 뜻하는 제주 방언입니다. 다니는 동안 뜨거운 햇살이 우리의 몸을 덥혀도 그곳에서 바라본 바다와 들판의 조화는 역시 제주만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예약된 에코랜드로 갔습니다. 에코랜드에서 느린 기차를 타며 숲 속을 돌아보는 시간은 잠시 도시의 바쁜 일상을 잊게 해 주었고, 성판악에서 큰애 석민이를 픽업하여 함께 식사를 하며 오늘의 추억을 나눴습니다.

9월 3일 : 섬의 끝, 마라도의 품

여행의 마지막 날 산방산을 지나 송악산자락의 마라도 배터로 향했습니다. 저 멀리 형제섬이 보입니다. 오래전 공보관 시절 기자들과 다녀온 곳입니다. 섬전체가 분재의 천국으로 탄성을 내지른 곳인데 오늘은 그 기분을 멀리 마라도배터에서 지켜봐야만 합니다. 마라도는 길이가 1킬로 조금 넘는 아주 작은 섬입니다. 마라도에서 내려다본 제주 바다는 경이로웠고, 마라도 등대에서 내려다보는 마라도성당과  국토 최남단의 섬 끝자락에서 마주한 바람과 푸른 바다는 우리 모두를 감싸며 새로운 에너지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해녀촌에서의 톳짜장면 한 그릇은 차이나타운에서 맛보지 못할 묘한 풍미를 더했습니다. 

귀로의 아쉬움

렌터카를 반납하기 전 동문시장에서 마지막으로 오메기떡을 사서 여행의 마무리를 준비했습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 면세점에서 마지막 쇼핑을 마치고, 아워홈에서 온담국수를 먹으며 잠시 피로를 풀었습니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하늘에서 보인 제주의 밤풍경은, 우리가 머물렀던 그곳의 이야기를 잊지 말라는 듯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기껏 깨달음을 얻어봐야 기억도 못하고 그저 잊고 말았으니 나이들어 감이 섧다.
10년전 장태산 다녀오며 얻은 바를 블로그 정리하며 새삼 깨닫는다. 이 역시 며칠 뒤면 또 잊으리라
2024.9.6


#이번 여행에서는  평상시의 여행과는 좀 다른 배움을 얻었는데  " 더운 날 땀 흘리는 여행은 피해라!"  는 깨달음이다.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행은 내 삶을 유쾌하게 꾸려 갈 수 있도록 하는 친근한 하나의 수단이니 앞으로도 담배는 끊을지언정 여행은 계속 하게 될 것이다.만약 더운 날 땀을 흘려야만 되는 여행을 가게 된다면 미리부터 보신도 하고 더위를 견딜 운동이라도 해 두어야지...
2014.7.16  - 그루터기 -

출처: https://alzade57.tistory.com/3497 [형과니의 삶: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