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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인하대병원에서 / 나의 정기검진 & 장인어른 퇴원 본문
날씨처럼 흐르는 하루
맑은 날씨에 비친 병원의 창문 너머로 월미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인천항 부두에 정박한 거대한 여객선이 고요히 떠있는 모습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늘은 평범하면서도 실속있는 날이다.
오늘 나의 담담의사가 말해 준 검사결과가 매우 호의적이었다. 결과를 함께 듣던 아내의 얼굴에도 작은 미소가 번졌고, 나 역시 그 소식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내가 검사결과를 받던 그 시간 같은 내분비과 교육실에서는 오늘 퇴원하시는 장인어른께서 처제와 동서와 함께 퇴원에 따른 교육을 받고 계셨다. 입원중 수염도 길어지고, 병마에 힘들어하시긴 했지만, 퇴원이라는 단어는 가족들에게는 안도의 표현이기도 했다.
퇴원 중에 장인께서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데 호남형의 스타일에 수염까지 기른 모습은 마치 도인 같았지만,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실 때의 표정은 슬몃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자식들 앞에서는 늘 강해 보이려 하시던 분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감정이 든다.
퇴원 기념으로 장인어른의 건강을 위해 보신탕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인해 문을 닫은 가게들이 속출했고, 굳이 찾아 간 화평철교옆의 장인어른 단골집까지 폐업했다는 소식에 약간의 허탈감이 들었다.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데, 그 변화를 쫓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내가 서로 알던 이들이 어느새 사라지거나 작아지는 듯한 느낌. 연륜이 깊어질수록 우리 역시 이런 변화를 무뎌지게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결국 아내의 선배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마주 앉아 오래된 인연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며 웃음이 오갔지만, 그 속에는 지나간 세월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묘한 감정도 스며들었다. 동서와 나, 그리고 아내의 생에 얽힌 이야기들은 한편으로는 웃기고, 한편으로는 지나간 시간이 주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서로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함께였던 추억 속에 남은 인연들은 또 무엇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2% 부족했던 엊그제 내 생일을 채워주려 아내는 콩국물을 사러 다니며 나를 기쁘게 해주려 하였다. 왜 그러는지 짐작하며 그냥 받아들인다. 그녀의 그 발걸음, 그 소소한 마음을 생각하니 애틋함이 가슴을 채웠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가 지키고 있는 작은 사랑과 배려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 하루는 그저 스쳐가는 하루일 수 있었지만, 그 속에서 가족 간에 사랑을 베풀며 그리고 변화를 감지하는 내 삶의 흐름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삶은 이렇듯 흐르면서 우리에게 작은 보다듬과 따스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 아닐까. 202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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