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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산길을 걷다 본문
산길을 걷다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목적지에 이르는 행위가 아닙니다. 산에 올라가는 동안 마음속의 짐도 덜어내고, 쌓였던 감정들을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그 길이 오래된 성곽이 있는 길이라면, 그저 평범한 산책로와는 다른 느낌이 다가옵니다. 역사 속에 묻힌 이야기들과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숨결이 함께하는 길. 그 길 위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성곽이 쌓이던 시절, 한 많은 사람들이 그 돌담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단단하게 쌓인 돌과 돌 사이,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낸 그 공간에 많은 이들의 한이 맺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주저리 맺힌 한은 때로는 몸으로도 드러납니다. 육체적인 고통은 마음의 고통과 함께 찾아옵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 그리고 그 무게를 짊어진 채 걷는 발걸음이 그려집니다.
나 역시 산길을 걸으며 느끼는 무게가 있습니다. 발목을 조이는 아픔은 단지 육체적인 것만이 아닙니다. 세월이 흐르며 쌓인 감정의 무게, 삶에서 마주한 많은 일들이 발목을 잡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무게를 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조금씩 둥글어지는 아픔, 그 아픔 속에서 결국엔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합니다.
별이 지고 먼동이 터올 때, 산 속의 고요함은 다시 일상으로 이어집니다. 용광로 속에서 쇳물이 녹아내리듯, 마음속의 한도 언젠가는 녹아내릴 것입니다. 그때까지 계속 산길을 걸어야 합니다.걸을 것입니다. 걷습니다.
아차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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