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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왜 오지 않을까? 본문
따스한 봄날, 꽃비가 흩날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다시금 설렜다. 네가 온다고 했으니까. 비가 내리면 그 길을 헤치며 온다고, 달을 벗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내게로 다가오겠다고 했으니까. 그러니 내 마음은 그 말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비는 멈추지 않았고, 달빛마저 어두워지는 밤. 시간이 흘러도, 너는 오지 않았어.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도 했지만, 어딘가에서 그리움에 잠긴 채 머뭇거리고 있는 너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그려지더구나.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원망이 밀려왔지. 왜 오지 않을까? 그토록 기다렸는데, 왜 안 왔을까?
내게는 그날들이, 그 밤들이 너무도 소중했더란다. 그토록 기다린 너를 만나면, 우리 사이의 거리도, 마음도 좁혀질 것이라 믿었기에.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혼자 남아 그 밤을 되새김질할 수밖에 없게 되었구나. 왜 오지 않았니? 꽃비가 흩날리고, 달이 떠오른 그 날들, 네가 없으니 얼마나 허전하고 쓸쓸한지.
길가에 낙엽이 다그닥거리는 지금 술 한잔 따라 놓고는 달빛을 바라보며 너를 떠올리고 있다.. 맘 한 곳에 너를 담아둔 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너를. 그렇게 오랜 시간 애타게 기다렸는데, 이젠 그리움만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다니, 이 마음을 어찌 견뎌낼까?
하지만, 내심 알아. 너도 분명 그리움에 잠겨 있을 거라고, 머뭇거리고 있는 걸음 속에서 나를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그러니 내가 너무 원망만 해선 안 되리라. 이 그리운 마음도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위해 묻어 두기로, 그렇게 기다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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