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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심술궂은 겨울의 잔재 본문

내생각들

심술궂은 겨울의 잔재

김현관- 그루터기 2024. 8. 11. 11:26

심술궂은 겨울의 잔재

작년 이맘때도 그랬다. 겨울은 떠나기 싫어, 봄의 뒤를 붙잡고 늘어졌고 그때도 한참이나 추위가 머물렀다. 그러고도 시간이 흐르니 결국 봄이 찾아왔으며, 겨울은 뒤늦게야 제 갈 길을 갔다. 그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은 심술을 부리고 있다. 계절은 정해진 순리대로 흐를 텐데, 왜 이렇게 심술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이미 우수와 경칩을 지나, 춘분도 훌쩍 넘었다. 남쪽 지방에서는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찬 기운이 감돌긴 했지만, 봄의 나른한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다시 한설풍이 불어오며 겨울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이런 경치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또다시 찾아온 추위에 마음이 조금은 답답해졌다.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요즘 들어 자주 듣게 된다.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그 사이에 있는 봄과 가을은 한순간에 지나가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사계절이 뚜렷하던 우리의 금수강산이 점점 그 진면목을 잃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저 지나가는 계절의 변덕이라 치부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따뜻한 들판을 걷고 싶다.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와 진달래를 보며 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싶다. 이런 바람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봄을 기다리며, 그 따뜻함을 그리워하고 있을 테니까. 자연이 한결같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절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주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작은 소망일 것을.

그러나 어쩌겠는가. 결국 계절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흘러갈 것이고, 우리는 그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비록 겨울이 심술을 부리며 봄의 길목을 막고 있더라도, 결국 봄은 우리 곁으로 찾아올테니, 기다림 끝에 피어나는 꽃이 더욱 아름답듯이, 지금의 추위도 봄을 더욱 소중하게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오늘은 조금 더 두꺼운 옷을 입고, 그저 겨울의 마지막 장난을 조용히 지켜보려 한다. 곧 다가올 따스한 봄날을 생각하며, 마음속에 작은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나는 마음껏 봄의 정취를 즐길 것이다. 활짝 핀 꽃들 사이로 걸으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들판을 천천히 거닐 것이다. 그렇게 계절의 변화 속에서 작은 기쁨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 아니겠는가.

조금은 심술궂은 자연의 변덕을 겪으며, 그 속에서 계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내며 살아간다. 그저 오늘의 추위도 지나갈 것을 믿으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

봄에 눈이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