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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삶의 흐름속에서 춤추기 본문
삶의 흐름속에서 춤추기
삶은 내 뜻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제 깨달았다. 나이 들수록 더욱 그렇다.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가 마치 내 나이와 반비례하는 것 같다. 젊을 때는, 세상이 내 손바닥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저 세상이 나를 스쳐 지나갈 뿐이다.
'바쁘다'는 말이 익숙한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 느껴진다. 바쁘게 살아간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있는 건 아닌데, 다들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쁨은 일종의 자기 위안일지도 모른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 그 속에서 살아 있음을 증명하려는 몸부림. 나도 한때 그랬다. 바쁘게 사는 것이 마치 성공의 상징이자 행복의 조건인 것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 바쁨 속에서 놓쳐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가족과의 시간, 나만의 여유,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진 뒤에야 ‘쉼’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한가한 삶이 항상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하루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날들이 찾아온다. 시간을 채우려 애를 써보지만, 때로는 그 무엇도 나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 같다. 한가함이 자유라고 생각했는데, 백수로 지내는 지금 어느새 그 자유가 나를 옥죄고 있음을 느낀다. 마음 한편이 허전해지고, 그 빈자리를 채우려 여기저기 방황해 본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삶을 대립된 두 가지 틀로만 보려 했던 건 아닐까? 바쁨과 한가함, 열정과 권태, 희망과 절망. 그 사이에 놓인 무수한 순간들에 대해선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인생은 사실 그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에 가깝지 않을까? 바쁜 날도, 권태로운 날도 결국 같은 날들이다. 그 차이는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내가 이 나이에 얻은 깨달음은 이것이다. 삶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건 이미 오래전에 받아들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그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다. 바쁜 날이면 바쁜 대로, 한가한 날이면 한가한 대로, 그 모든 순간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기술이다. 춤을 춘다고 생각해보자. 박자가 꼭 맞아떨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빠르면 어때? 조금 느리면 또 어떠한가? 중요한 건 그 순간, 나만의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젊은 시절엔 내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다. 내가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 흐름 속에서 나만의 길을 걸어가는 하나의 존재일 뿐이다. 그게 바로 삶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그저 미소 지으며 받아들인다. 바쁜 삶도, 지루한 삶도 결국 내가 살아가는 삶의 일부일 뿐이다. 중요한 건, 그 모든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삶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나는 그 흐름 속에서 내 춤을 추며 살아가는 중이다. 202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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