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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아, 이게 바로 인생이지 본문
아, 이게 바로 인생이지
나는 문득 꽃 한 송이의 생애와 내 삶을 견주게 된다. 그저 한번 피었다가 바람에 흩날리며 지는 것.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찬란한 순간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엔 바람 따라 흩날리는 시간 속에서 여기까지 온 거다. 돌아보면 지나온 길은 어둠 속에 묻혀 있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안갯속에서 희미하게 보인다. 그런 순간마다 나는 종종 내 발자국을 돌아보며 생각한다. “이게 다 무슨 의미였을까?” 하고 말이다.
세상에 나와 살면서 이순을 훌쩍 넘기는 긴 시간을 살아왔는데, 신기하게도 결국엔 다 하나의 점으로 사라지는 것 같다. 인생의 크고 작은 기쁨도, 가슴을 휘어잡는 슬픔도 말이다. 하늘을 향해 환호하던 순간들도 있었고, 바닥 끝까지 내려가 숨 막히는 슬픔을 겪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 다 같은 크기의 점으로만 남았다. “이게 뭐냐, 인생이란?” 하고 한탄할 수 있지만,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그게 세월의 법칙이니까.
생각해 보면, 지난 세월을 다시 간다고 해도 결국 그 끝에는 또 다른 작은 점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까? 많은 이들이 인생을 살면서 내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어리석게 생각하지 않는다. 답을 찾으려는 그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참된 자유가 아닐까?
이쯤에서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온 길이 낯설고 때론 허무했지만, 그건 그냥 인생의 일부일 뿐이다. 그 길을 내가 걸어왔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제 앞으로 갈 길을 생각해 보니, 거기엔 꽃 한 송이 정도는 찾아볼 수 있겠지. 그런 꽃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게 내 남은 세월의 보람이 아닐까 싶다. 바쁘게 살아왔던 날들처럼, 또 한가해 허무했던 날들처럼, 인생은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완성되는 것이다.
어차피 꽃은 피고 지는 것이 세상 이치다. 그러니 서두를 필요도 없고, 너무 늦었다고 조바심낼 이유도 없다. 다만 내 앞에 피어날 작은 꽃 하나를 기대하며, 여유롭게 그 흐름을 따라가 보는 것이다. 삶은 다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그 예측 불가함 속에서 우리는 춤을 추듯 살아갈 뿐이다. 때로는 발이 꼬여 넘어질 수도 있지만, 그 또한 하나의 멋진 춤사위일 것이다.
결국, 인생에서 우리가 할 일은 별로 없다. 그저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나만의 작은 꽃을 찾아보는 것. 그리고 그 꽃을 발견했다면, 잠시 멈추어 감상할 여유를 가지는 것. 그러니 일흔이 오든, 여든이 오든 나아갈 길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나는 그저 웃으며 말한다. “아, 이게 바로 인생이지.” 202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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