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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배롱나무 본문
배롱나무를 알기 전까지는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뒤론 길 떠나면 어디서든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루하고 먼길을 갈 때면 으레 거기 서 있었고 지치도록 걸어오고도 한 고개를 더 넘어야 할 때 고갯마루에 꽃그늘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길로 접어들면 건너편에서 말없이 진분홍 꽃숭어리를 떨구며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만 하던 일을 포기하고 싶어
혼자 외딴섬을 찾아가던 날은 보아 주는 이도 없는 곳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혼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은 누구를 위해서 피우는 게 아니라고 말하듯
늘 다니던 길에 오래 전부터 피어 있어도 보이지 않다가 늦게사 배롱 나무를 알게 된 뒤부터 배롱나무 에게서 다시 배웁니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사랑하면 어디에 가 있어도 늘 거기 함께 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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