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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기억의 이름을 부르며..

김현관- 그루터기 2024. 10. 6. 21:24

기억의 이름을 부르며 ..

어느 저녁,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니 회색빛 지붕 위로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았다. 숲 너머로는 새떼들이 날아가며 어딘가에 자리 잡을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별이 뜨는 순간은 늘 그렇듯 조용했고, 그 순간마다 나도 모르게 가슴 한편에서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멀어진 이름, 이미 손에 닿을 수 없는 사람. 시간이 지나면 흐려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리움은 더 짙어진다.

기억은 마치 저 지붕위의 어둠처럼, 오래도록 무겁게 남아 있다. 잊으려 해도 가끔씩 불쑥 찾아오는 것이 그리움이다. 누구나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지만, 이 추억이라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희미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리움은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고, 언젠가 한 번쯤은 다시 불려 나와 이렇게 마음속을 무겁게 한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 사람을 떠올리며 마음 한편을 더듬는 일이다. 이름을 불렀을 때의 감정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여전히 가슴이 아릿하고, 손끝이 닿을 듯 말 듯한데 닿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를 놓아주라 해도, 마음이란 쉽게 그 말을 듣지 않는다. 마치 그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꿈꾸는 것처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멀리 있다. 그리고 그 거리감이, 그 시간의 흐름이 이 그리움을 더 짙게 만든다. 한때는 나와 가까이 있었던 사람, 지금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린 그와 함께 했던 순간들은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남았고, 비록 현실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을지라도 추억 속에서는 여전히  함께 있다. 손에 잡히지 않을지언정,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쉬는 그 기억과 순간들.

그리움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동안 영원히 참아내야 할 감정일지 모른다 해도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그리움 속에 담긴 기억들이 우리를 계속해서 살아가게 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한다. 별이 뜨고 어둠이 짙어질수록, 그리움은 더욱 선명해지고, 그 기억은 마음속에 깊이 박힌 채 남을테니까..

때로는 그 기억이 너무나 진해서 견디기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하루하루를 지탱해 주는 힘이다. 잊을 수 없기에, 그리워할 수 있기에, 오늘도 그 이름을 부른다.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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