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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어린시절 수원의 추억 본문
어린 시절 수원의 추억
요즘 찬바람이 불고 가을이 깊어지면서 여행 플랫폼들은 단풍 여행을 부추기고, 곳곳에서 떠나라는 유혹의 손짓이 이어진다. 그러나 나는 문득, 화려한 광고 속 풍경이 아닌 내가 태어난 수원 창룡문 밖의 생가와 고모가 나에게 과외를 가르쳐주던 그 시절의 수원을 떠올린다. 서호의 잔잔한 물결에 비쳤던 은은한 윤슬, 고모가 가끔 사주던 중국요릿집 공갈빵의 바삭한 감촉이 아련히 되살아난다. 그 시절의 수원은 내 어린 시절의 중심이었고, 그곳에서의 소중한 기억들이 오늘날까지 내 마음을 적시고 있다.
가을이면 팔달산의 단풍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붉고 노란 단풍잎들이 산길을 따라 두툼하게 쌓여 있던 모습은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내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 산길을 걷던 어린 나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동문 밖으로 펼쳐져 있던 복숭아밭의 달콤한 향기는 여전히 코끝에 남아 있는 듯하다. 그때 나는 복숭아밭을 지나며 마음껏 뛰놀았고, 그 자유로움 속에서 어린 날의 기쁨을 온전히 누렸다.
광교풀장은 나와 친구들의 천국이었다. 창용이와 일식이와 함께 수영하며 물속에서 한바탕 웃고 떠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무더운 여름날, 우리는 걱정이란 걸 몰랐다. 물속에서 시간도, 현실도 잠시 멈춘 듯했던 그 시절, 수원은 언제나 우리를 품어주던 따뜻한 곳이었다.
'푸른지대' 역시 보물 같은 장소였다. 할머니와 고모와 함께 해질녘의 포도밭을 걸으며 느꼈던 그 순간은 잊을 수 없다. 석양을 받아 반짝이던 포도 알들은 마치 작은 보석처럼 빛났고, 진한 포도 향기에 우리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그 순간에 푹 빠져들곤 했다. 그렇게 수원의 시간은 천천히, 그러나 소중하게 흘러갔고, 우리는 그 안에서 특별한 순간들을 쌓으며 살아갔다.
팔달문 옆에 자리했던 중앙극장도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다. 고모와 함께 본 영화 영광의 탈출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스크린 속 주인공들이 자유를 찾아 나아가는 모습에 감동하며, 우리도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었다. 영화관을 나서던 그 순간, 마음은 더 넓어지고 세상은 더 커 보였던 것 같다.
오늘날 수원은 많이 변했지만, 나의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그 시절의 수원에 머물러 있다. 내 어린 시절이 깃든 그곳에서 쌓은 소중한 기억들은 오늘날의 나에게 평화를 가져다준다. 많은 것이 변했어도 그리움은 변치 않는다. 수원의 옛 풍경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고, 나는 그 기억들 속에서 여전히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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